학문과 교양을 넘어, 예술로 발전된 생활체육 사교댄스
학문과 교양을 넘어, 예술로 발전된 생활체육 사교댄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9.1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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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 이기열 회장
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 이기열 회장
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 이기열 회장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한번 단절되었던 문화의 고리를 다시 잇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색깔이 오염되거나 변질되었다면, 이를 복원시키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교댄스’가 갖고 있는 입지는 바로 이처럼 ‘박해’와 ‘편견’이라는 단어로 상징됐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중적인 생활체육의 한 장르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의 발전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다.

제2의 르네상스 맞이한 사교댄스, 척박한 토양에 씨앗을 뿌리다
국내에 다시금 ‘사교댄스’ 열풍이 분 것은 2000년대 이후, 웰빙-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이다. 지자체 주민센터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통해 중장년층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신체활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던 사교댄스는 2011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게 된다. 각자의 분야에서 종사하던 배우와 가수들이 출연해 즐겁게 땀 흘리며 댄스를 즐기는 모습에 일반인들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도 등장하며 점차 사교댄스는 중장년층 뿐 아니라 20~30대의 청년층도 두루 향유하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문화의 부흥’이란 결코 아무런 씨앗도 뿌리지 않은 척박한 토양에서는 일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왕실문화에서 유래된 ‘불룸댄스’가 ‘사교댄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 러시아 공사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이후 명동에 국내 최초의 무도장이 생기면서 세련된 ‘경성문화’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 사교댄스는 1950~60년대를 거치며 사회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고, 70~80년대에는 불륜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기나긴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 1992년도에 해금되며 세상에 다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사교댄스에 몸 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웠던 이때, 건강한 생활체육 문화로서의 사교댄스를 알리고자 앞장서 왔던 인물이 바로 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의 이기열 회장이다.
공무원과 사업가를 거쳐, 잠시 정치계 입문을 준비하기도 했던 이 회장은 쓰디쓴 실패 이후 음향기기 사업으로 재기하던 중 사교댄스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그간 사교댄스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과는 너무나도 다른 경험에 놀랐다는 이 회장은 이후 그간 쌓아온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사교댄스’의 본질을 되살려 알리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사교댄스의 역사와 다양한 분파, 각각의 동작에 깃든 정신과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공부를 거듭한 결과, 이 회장은 2007년 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 창설을 비롯, 전국 대학교에서 사교댄스 강의와 후학양성에 힘쓰는 등 국내 사교댄스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 회장은 “사교댄스는 매너와 교양을 바탕으로 생활의 활력을 위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춤입니다. 건강한 생활체육으로서의 사교댄스 대중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 곳곳에 우수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기에 앞으로도 대학 강의와 지도자 양성을 꾸준히 펼쳐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사교댄스 경영대회 행사사진

찬란한 인생 후반기를 위한 열쇠, 사교댄스의 진짜 매력
2018년 기준 회원 수 1만여 명을 돌파한 국내 최초의 사교댄스협회인 ‘한국생활체육댄스협회’는 설립 이래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 지방대학과 지자체, 취미동호회 등을 통해 사교댄스의 기술과 정신적 본질을 전파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이기열 회장 또한 국내 최초로 대학에서 사교댄스지도자양성과정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수 천여 명의 수강생과 1,500명이 넘는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사교댄스는 서양의 사교댄스와는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서양의 사교댄스가 형식과 틀을 중시해 동작에 어려움이 있어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사교댄스는 단시간에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동작들이 간결해지고 빨라졌다는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사교댄스에 입문한 이후 기존의 낙후된 사교댄스 동작을 개선, ‘일자스텝’을 창시하여 국내 사교댄스계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변화의 노력으로 2018년 대한민국 인물대상 수상, 대한민국 인물포럼 대상 수상, 대한민국 미래비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에서 우리는 이 회장이 ‘사교댄스’에 갖고 있는 열정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특정 계층들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대한민국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댄스로 확산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는 “매너와 교양이 기본이 되는 사교댄스는 마음의 평안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며, 춤을 통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무리 없는 적당한 운동량으로 100세 시대를 맞이해 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더 없이 훌륭한 수단입니다”라며 더욱 많은 이들이 정통 사교댄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릴 적의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중년 이후의 공부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배움을 놓지 않음으로서 우리는 인생의 후반기에도 찬란한 빛을 낼 수 있으며,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사교댄스가 바로 그러한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삶과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행복한 인생 제2막을 여는 열쇠가 바로 ‘사교댄스’가 되길 바란다는 이기열 회장의 소망이 대한민국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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