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영롱한 산수화를 절제된 추상과 자연을 상징하는 오방색에 담다
화려하고 영롱한 산수화를 절제된 추상과 자연을 상징하는 오방색에 담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10.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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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센 강에서 이뤄낸 한강의 기적,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며 개화한 오방산수가 있는 풍경”
우송 김석기 화백

[월간인터뷰] 정재헌기자 =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다작, 장벽처럼 굳건한 해외 갤러리의 시선을 끈 담대함. 동양철학의 오행설을, 그리고 화풍으로는 동양의 오방색을 서양화로 승화시킨 화가. 한국 전통 그림이 보여주는 수묵의 정취를 이해하고 영롱한 오방색에 합일시킨 일명 ‘오방산수’의 창시자로 프랑스에서 한국 아뜰리에를 향한 동경의 포문을 연 화가, 우송 김석기 화백은 한국의 수많은 미술가들이 꿈꾸는 유럽에 자신만의 색채를 유지하며 진출하는 여정으로 강한 입지를 세운 존재이다. 예술가로서 오방색과 산수화의 공존이라는 파격으로 전통의 규칙을 버리며 창조성을 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와 도전, 완성의 색을 겹겹이 입혀 온 김 화백의 예술인생은, 후학들과 미술 애호가들 뿐 아니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앞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한국의 자연을 재해석하고 프랑스 미술협회 갤러리의 찬사를 받은 ‘오방산수’

자연의 섭리를 아우르는 오행인 화·수·목·금·토의 화합과 대비의 원리는 우주의 이론과 인간론으로 이어지며, 이를 고대인들이 형상과 색으로 표현하여 자연의 이치로 접목하려는 시도가 오행설이다. 이에 따른 생물학적인 경험과 종교적 감흥을 색으로 표현한 오방색은 무채색과 원색이 조화를 이뤄 동양 문화권에서 밀접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러한 오방색을 형상화해 ‘오방산수’라는 낯선 개념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화가, 한국과 프랑스로 이어지는 예술의 버팀목인 우송 김석기 화백은 경희대 미대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실경에 가까운 동양의 4계절을 표현해온 바 있다. 그러다 `90년대에 들어 실경 자연을 단순화시키며 형태 변화를 시도하고, 2000년대부터 김 화백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오방산수’의 기틀을 잡게 된다. 자연풍경의 계절감과 본디 가진 색으로 전통적인 풍경을 구성하는 규칙을 깨뜨린 김 화백은 보다 함축적이고 단순화되며 선명한 색의 기하학적 형태로 풍경을 이뤄 나간다. 동서양의 문화에서 고루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써 몬드리안과 오방색, 장지문 형태의 격자와 촘촘한 체크무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원색적인 추상은 동서양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며 추상이 지닌 난해한 장벽은 물론 유럽의 굳건한 장벽마저 깨뜨렸다. 그렇게 ‘오방산수’를 시도한 지 10년을 넘긴 김 화백은 수묵화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려, 2012년에는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고 뒤이어 프랑스 미술협회의 국립살롱전의 초대 작가가 된다. 의욕적인 다작으로 500회가 넘는 국내외 전시에 참여한 김 화백은 2014년 프랑스 그랑팔레 아트 캐피탈 국립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했고, 이듬해에는 제 55회 샤뚜 보자르 비엔날레의 프랑스 미술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출품한다. 그리고 11월에는 저명한 제 37회 몽테송 아트 살롱전에 출품하고 전시 집행위원회 선정위원들이 프랑콘빌에 위치한 김 화백의 개인 아뜰리에 현장심사를 거쳐 해당 연도 작가 1명에게만 주어지는 2016년 살롱전의 개인전 초대작가 선정 및 멤버십인 APAM 정회원에 헌액되는 영예를 누렸다. 

오방산수의 매혹적인 추상을 찾는 여행, 기하학적 원색의 산수화 철학 정립하다

APAM 정회원으로서 매년 작품 출품을 보장받고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자격을 부여받은 김 화백은, 프랑스 진출 때부터 행해 온 현지 한국작가들을 향한 전통미술과 역사적 고유문화를 조화시키는 가르침 속에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017년에는 정원 시리즈물이자 한지 아크릭 믹스춰 작품인 <The Red Garden>을 비롯해, <The Green Light>, <The Red Light>, <The Yellow Light>연작에서 사뭇 독창적인 개성을 보여준다.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이렇듯 수묵의 흰색과 검은색 계열, 격자무늬만을 이용한 나무의 고고한 서사를 시도하며, 단출한 생략과 형형색색의 군집을 채도로 대비시킴으로써 꽃과 호수의 자연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화백은 특히 나무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하며 오방산수의 핵심 소재로 작품을 구성하는데, 한국화와 수묵화의 영향을 받았기에 점과 선으로 표현하게 되는 나무의 풍경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편안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의 추상을 추구한다. 모교인 경희대, 그리고 충남대, 한남대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연간 90-100점에 달하는 그림을 다작으로 완성해 온 김 화백은, 한국 미술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예술 행보를 인정받아 2003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럽을 무대로 삼은 지금도 금강산 관광이 허락되었을 때 바로 현장답사로 풍경화를 완성했던 시절의 열정처럼 한반도와 세상의 절경에 관심이 많다. 국내 풍경화집을 비롯해 기하학적 원색으로 물들인 추상화의 철학을 다지는 한편, 2008년 대전일보와 콜라보한 <호주 스케치 여행기-브리즈번 편>을 비롯해 산과 바다가 있는 섬, 이탈리아 베네치아 및 네팔 등 해외를 소재로 한 ‘스케치 여행’의 연작 저서들인 <화가와 함께 산으로 떠나는 스케치 여행>, <화가와 함께 섬으로 떠나는 스케치 여행>, <세계 스케치여행Ⅰ·Ⅱ>를 집필한 김 화백은 한국의 사계를 서양 예술에 접목하는 고뇌와 도전에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예술이라는 빛의 본질을 평생에 걸쳐 화폭에 변환하고 환원시키고자, 김 화백은 앞으로도 자신에게 ‘동방의 빛’이라는 호평을 부여한 프랑스 미술협회와 세계 언론의 찬사에 부응하는 오방산수의 다양한 색감의 매력, 그리고 한국의 사계가 지닌 미덕을 화폭에 담는 과업에 1년을 하루처럼 여기듯 정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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