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과 일상을 군상의 유기성 담아내는 서양화가 강미자
사람의 삶과 일상을 군상의 유기성 담아내는 서양화가 강미자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4.04.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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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자 서양화가
강미자 서양화가

관찰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인생과 일상을 자유롭고 개성 넘치게 표현하는 강미자 화가의 메시지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는 강미자 화가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의 인생과 덧대어져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비, 꽃 등 사물을 빗대어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더욱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선물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왔던 강 화가. 그렇게 30년을 미술을 취미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강미자 서양화가는 스토리텔링과 작법을 확립하며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친화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하얀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가슴에 품고 있던 막연했던 ‘미술’ 그녀의 삶이 되다
슥슥 그린 그림 중 하나가 열두 살 때 선생님의 눈에 들어, 자기도 모르게 출품돼 입상한 즐거운 경험 덕분에 그는 그림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중학교 미술부에 들려다 수년간 데생과 구성으로 다져진 친구들의 그림과 자신의 그림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공부에만 전념했다. 어릴 적 그림을 좋아하던 강미자 화가는 그렇게 막연하게 ‘미술’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여느 여학생들처럼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강미자 화가는 진주교육대학원의 1회 졸업생이자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미술을 선택하면서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막연한 열망이 다시 깨어난 것. 그리고 은사인 미술교육학과 성용환 교수와의 만남으로 4B 데생을 시작한다. 그때까지 자의로 미술학원도, 대회참가도, 미술전공도 한 적 없던 강미자 화가의 인생은 그림이라는 돌파구를 만난다. 
그렇게 별문제 없는 조용한 일상이 소중해 작은 휴식 시간마다 그림을 그리곤 했지만, 뭔가 목표의식을 만들어야 그림이 쌓일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 지역 교류전과 단체전에 모습을 드러내던 강미자 화가. 지난 2018년 진주갤러리아백회점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3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며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습작으로 끝내지 않고 그림을 꾸준히 완성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강 화가는 두 번째 개인전 ‘우리가 사는 이야기(人)’를 열었다. 그의 人은 사람이자, 이를 모은 군중 시리즈로 지난 2021년 7월 5일부터 16일까지 선보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50호부터 4호까지 총 43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일반적인 유화와는 다른 영역의 색채표현과 군상추상을 이루어 내다
유파에 속하지 않고 독학으로 다져온 강미자 화가의 미술기법은 그가 전공한 초등교육과 부전공인 미술의 순서와 성향을 따른다. 누군가의 수제자가 아니라는 점은 약점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강 화가에게는 강점이 되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그의 화법은 참신하게 받아들어졌고 어느덧 스토리텔링과 작법을 확립하기에 이른다. 
“스스로 끝없는 배움의 자세를 유지했죠”라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는 수많은 연습으로 다져온 터치감에 ‘1만 번의 법칙’처럼 숙련된 그만의 개성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보통 스케치와 데생이 그림에 색을 입히면서 묻혀가는 것과 반대로, 그의 작품들은 마지막에 이 데생이 외곽에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거나 채색된 배경에 화룡정점과 같은 방점을 찍는다. 또한 애니메이터의 원화 작업처럼 배경이 주요 피사체를 압도하는 구조를 택한다든지, 완전한 채색 후 붓으로 사람을 드로잉하는 작업은 채움에서 여백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강 화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일상성은 주제를 나타내는 성향에서 그치지 않고, 표현주의 추상과 정물, 캐리커처, 데생, 크로키가 채색과 어우러지며 일반적인 유화와는 다른 영역의 색채표현과 군상추상을 이루어 낸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그는 심상에서 비롯된 색면추상이 아닌 일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색선추상에 도달한 것이기도 하다. 

여러 기법으로 담아낸 인간의 삶의 형태
“저의 그림에 얽힌 삶과 일상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사물의 실사묘사에도 능하지만 유파에 종속되는 대신 하드에지와 소프트에지가 공존하는 지극히 구상적인 색채추상을 이뤄낸 강 화가는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표현해 낸다. 
“마음 가는 대로 스케치와 밑작업, 색을 정하면 뭔가 드러나는 구체적인 형상은 언제나 사람의 움직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강 화가의 작품에는 늘 해석하는 관객의 자유가 보장된다. 선 하나도 의미를 부여하면 살아나듯, 보이는 인간의 삶을 아끼는 강 화가의 시선에 따라 인간군상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해 감정표현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저의 그림에 얽힌 삶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 그의 사람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군중 시리즈’는 가족과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부지런한 일상을 하나하나 캔버스 위에 담았다.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세상을 바라볼 때도 관계와 정서교류의 소중함을 나타낸다. 마치 인간 형상 코드암호처럼 그림자 라인이나 사람 형상의 픽토그램으로 인간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혹은 내면과는 다른 인격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일면도 담아내곤 한다.  
한결 무르익어 간 인간 패턴작업은 마치 마스킹이 잘 된 하드에지로 누군가의 삶을 조명하는 반면, 아웃포커스 된 듯 조밀하고도 희미한 소프트에지는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과 관심이 인간소외를 염려하는 다감한 성향도 있음을 보여준다.
강 화가가 표현하는 형상은 음영에서 줄기로 이어지는 섬세함은 이어가되 감성을 집약해 터치감을 강조하며 작은 부분으로부터 군상을 이룬다. 그러한 점에서 강 화가는 군상을 대작으로만 표현하는 성향에 속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에게는 축소된 소품화도 인간계를 압축한 모형을 관찰하듯, 개별적 부분도 집중해 바라보게 만드는 기술이 있다. 목탄과 색연필로 표현하는 드로잉 기법을 붓과 물감으로 대체하는 그의 참신함에는 동양화적인 매력도 있다.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본 ‘군중 시리즈’
강 화가의 ‘人’은 사람이자, 이를 모은 군중 시리즈이며 사는 이야기
강 화가는 일상다반사를 상징하는 사람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며 그간 여러 기법으로 담아낸 인간의 삶의 형태들을 모아 소개한다.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본 ‘군중 시리즈’는 현대적이되 초현실적이라기에는 구상의 비율을 잘 간직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군중 1’은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를 각기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며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인을 나타냈다. 여기서 인간군상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무리를 지은 인간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군중 2’에서는 그런 인간관계에서도 간혹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지며, 가면을 쓰거나 다른 인격을 보여주어야 하는 인간을 다소 익살스런 변형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화자의 비애도 나타낸다. 
지난 2021년 두 번째 개인전 ‘우리가 사는 이야기(人)’역시 사람 주제의 이야기 모음들은 그의 작법이 이제 형태 자체로도 사람의 움직임을 의미함과 동시에,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암시하는 세계관 형성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그의 ‘人’은 사람이자, 이를 모은 군중 시리즈이며 사는 이야기다. 사람 주제의 이야기 모음들은 그의 작법이 이제 형태 자체로도 사람의 움직임을 의미함과 동시에,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암시하는 세계관 형성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통상적인 범위에 속하는 성실한 주부의 삶과 활동 속에서도, 강 화가는 세상의 24시간과 현대인의 365일을 채집하듯 꼼꼼히 기록해 미술 작업의 소재로 삼아 왔다.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본 ‘군중 연작’을 시도할 수 있는 통찰력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강미자 화가는 “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변 모습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부분에서 많은 느낌을 받고 있죠”라면서 “옛날부터 인물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모습이나 특징 같은 것이 닮았다 싶을 때 묘한 쾌감을 느껴요. 그것을 한 단계 넘어서서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싶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군상을 위주로 그리기 시작했죠”라고 말한다. 
강 화가는 모던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인간의 포즈들을 군집, 패턴화한 작품 외에도 선과 양감에 충실하며 꽉 찬 색감 속에서 한국적인 여유나 드로잉의 속도감을 간직한 누드화인 ‘고뇌’, ‘휴’도 존재하며 이들 또한 그의 사람이야기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청사과 빛 색채로 나타낸 토르소인 ‘여인’은 드로잉의 선, 그리고 물감으로 채운 배경에 작은 선을 반복적으로 긋거나 스크래칭하여 만든 패턴 속에서 가녀린 선의 형태가 무색할 만큼의 양감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직조물처럼 혹은 꽃비가 내리듯, 색색의 포인트가 들어간 강 화가의 기법에 따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하나의 포즈만으로 수많은 감성과 표정을 충분히 표현해 내고 있다.

‘일상성’이 만들어낸 값진 진주 같은 화가
“그림에 저의 사랑을 쏟고 싶어요”
화가란 시기별 작품으로 인생설계를 해야 한다는 통념을 깬다. 그는 그림 자체에만 충실하던 하루하루를 통해 역사를 만들어낸, 그야말로 ‘일상성’이 만들어낸 값진 진주 같은 화가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 있어서 모든 창작행위는 소중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며 가족, 타인과 대면하는 것을 사랑하는 그에게는 인간관계 속에서 무언가 배우는 일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저와 그림에 얽힌 삶과 일상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말을 남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자유를 사랑해요. 남한테 간섭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그 열정이 예술인으로서 다들 열망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그 열망을 내려놓을 때가 많아요. 예술을 하려면 안정적인 생활 등의 다양한 문제가 있어서 포기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너무 단기간에 성공하기를 버린다면 꾸준히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언젠가는 자기의 뜻을 이루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하루하루로 작은 일상을 연결해 365일을 알차게 채우는 강 화가.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한결같이 그림에 자신의 사랑을 쏟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화가의 말속에서 그녀가 얼마나 미술을 열망하고 임해왔는지를 오롯이 느끼게 된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미덕이 된 시대일수록, 그의 붓이 가진 힘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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