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바뀌어가는 사회구조 반영해 타로의 새로운 버전 만들어가다
시시각각 바뀌어가는 사회구조 반영해 타로의 새로운 버전 만들어가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2.03.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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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우주의 통찰이 담긴 타로카드, 재해석 반영된 버전으로 제작 중”
칼린타로연구소 최문선 소장
칼린타로연구소 최문선 소장

전 세계 포춘텔러들의 바이블인 타로는 유럽 지역 점성술과 미술학, 토속신앙에서 각 문화권의 일상과 농경시대의 지혜까지 인간의 생사희로애락이 두루 담겨 있는 분야다. 강남과 홍대 권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12년 간 서양신점으로 인식되던 타로에 ‘힐링’, ‘상담’이라는 키워드를 더해 대중화시킨 주역 중 한 사람인 칼린타로연구소 최문선 소장은 요즘 새로운 타로카드 제작에 몰두해 있다.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작업으로 권력 가치의 변동, 그리고 사람들 간의 인식과 유행의 변화를 반영하는 한편, 미학적 요소와 타로의 기본기 모두에 집중하며 아티스트들과 신중하게 작업 중인 최 소장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내담자의 슬픔과 고민에 휩쓸리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다

칼린타로연구소 최문선 소장은 한국 타로의 유행을 선도한 연구자다. 그가 타로카드를 잡으면서, 한때 일본에서 중역된 유럽역사물이나 판타지의 영향으로 로브를 입은 집시가 수정구슬 앞에서 카드로 점사를 보는 이미지였었던 타로는 ‘금쪽이’들의 숨은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심리 스토리텔링, 힐링의 대명사가 되었다. 12년이 넘도록 4만 회의 내담을 거치며 1대 1로 제자 양성중이기도 한 최 소장은, 5대 5의 확률싸움이던 타로상담을 쉽게 이해시켜주고 고민과 불안을 해결하며 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는 가이드이자 일명 ‘머리띠 선생님’, ‘분홍가방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의 주 활동무대인 강남과 홍대가 상담타로의 핫플레이스이던 시절부터, 상담타로가 유튜브, SNS매체에 진출하며 풍부한 콘텐츠로 갈아입은 지금도 최 소장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그는 인간관계와 직장생활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찾아온 내담자들의 사연에 손을 잡아주되 슬픔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공감하며 이상적인 선택을 하도록 인도하기에 든든한 팬덤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타로의 개척자’ 최 소장은 요즘 기본구성 78장의 메이저/마이너로 구분되는 타로카드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타로는 구전문화이기에 각 문화권에서 손그림으로 만든 타로를 제외하면 기원에 충실한 마르세유를 공식 전통카드로 본다. 본래 대귀족과 왕의 국운을 보기도했었던 타로는 이제 개인의 성향분석과 고민상담까지 커버하는 분야가 됐고, 과거 농경시대의 권력과 재산가치가 땅과 농노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발언과 언론의 힘이 강해졌다”라고 설명하는 최 소장은 “앞으로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권력이다. 타로도 세상의 변화에 맞춰 재해석될 시점이다. 타로 자체도 일반 유니버셜과 오라클 계열에 따라 개수가 다르듯, 기본에 충실하되 타로의 본질을 지키면서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라고 예측한다.

공조와 겸양의 자세로 새롭고 트렌디한 콘셉트의 타로카드 기획

4년 전 목동으로 터를 옮긴 뒤 위드코로나 시대 사람들의 아픔을 피부로 겪고, 올해도 교감힐링 솔루션과 줌을 통한 비대면 만남으로 위로를 전한 최 소장은 “삶에 굳은살이 배지 않은 영성은 허상일 수도 있다. 목과 입이 아닌 머리와 손과 발로 움직이는 상담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삶의 고통을 타로로 극복했기에 지금도 다른 이들의 행운을 바라며 타로 테이블에 앉고, 후학들에게 “타로 마스터에겐 오직 정도를 걷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를 강조하는 그는 음악, 문학, 철학, 미술, 사회학을 꾸준히 공부하여 수비학과 카드 해석법에 적용해 왔다. 또한 색채분석과 심리분석을 공부하고 시기별로 다른 상담방식을 꾸준히 연구하며 2016년 <칼린의 힐링 타로 컬러링북> 출시, 2017년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칼린의 타로토크쇼>등 창의적인 타로 콘텐츠들도 기획했다. 최근에는 타격이 컸던 서비스업종의 사람들이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 솔루션이 필요하여 찾아오는 케이스가 많기에, 최 소장은 그들의 마음까지 케어할 수 있도록 요즘도 수련과 지혜 쌓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다는 최 소장은 비대면으로 중지된 토크쇼 대신, 올해는 타로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새로운 유형의 타로 카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름답고 독창적인 콘셉트를 짜며, 스토리텔링 및 비주얼 그래픽 작가들과 손을 잡고 매주 브리핑 식으로 타로를 수업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기를 반복하며 결과물 다듬기에 한창이다. “카드의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각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늘 상담·대면을 면접시험처럼 생각하며, 자기 스타일 고수보다는 내담자와의 교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자세 속에서 성장해 간다. 그러니 단순히 예쁜 리디자인보다는 상담에 적합하도록 트렌디한 세상의 변화가 반영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며 과정을 알린 최 소장은,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들의 영감을 통해 나온 결과물인 언어와 그림을 검수하는 공조작업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고 덧붙인다. 

카드 제작이 끝난 후에도 여건이 되는 대로 구상 중인 콘텐츠를 실현시킬 것이라는 최 소장은, “현대에도 타로는 여전히 상담자의 성향과 고유의 파장을 세심하게 읽는 작업이다. 확률 속에서 암시와 현실의 통찰, 자연에서 단서를 얻어 인간의 삶을 해석하는 지혜라는 관점으로 타로에 접근할 것이다”라며 트렌디한 타로에도 변치 않는 겸양과 인간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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