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피해자들,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피해자 지원이 필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피해자들,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피해자 지원이 필요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2.02.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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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이용우 이사장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이용우 이사장

범죄피해자는 생명이나 신체 등에 중대한 피해를 입은 사건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국가 또는 형사사법제도로부터 외면 받아왔다. 정작 가해자의 권리는 보호하면서도, 피해자는 범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품’처럼 취급됐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범죄로 인한 직접 피해 이외에 부수적인 2차, 3차 피해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고통 받아 왔다. 이 같은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피해자보호법이 시행되었으며, 다양한 강력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및 가족들의 보호와 지원 또한 이와 함께 펼쳐져왔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 온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의 이용우 이사장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방치되고 있는 범죄피해자들이 무수히 많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 범죄피해자 지원에 주력, 사회적 공감대 확산되길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는 지난 2004년 발기 이래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2005년부터 시행되어 온 ‘범죄피해자보호법’에 의거, 센터에서는 유관 기관 및 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법률적, 경제적 지원은 물론, 의료적 지원으로서 정신과적 심리치료와 상해 치료비 지원, 사건 현장 청소 및 이사비용 지원, 자활의 사회복귀를 위한 취업교육 지원, 멘토링 봉사단 운영 등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가족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사회적 기업도 설립·운영해왔다. 특히, 센터를 이끌어 온 이용우 이사장은 이 같은 피해자 지원이 일시적이거나 표면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충분히 긴 기간 동안 만족도 높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피해자 지원정책이 선진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이용우 이사장이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피해자의 구제이다. 현재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 성폭력·가정폭력 등으로 발생한 피해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피해자의 발생 양상 또한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현 제도 상 대상자에 속하지 못해 정부의 지원 및 보호로부터 소외된 피해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용우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용우 이사장은 그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 사례로 크게 ‘보이스 피싱 피해’, ‘자살 피해’, ‘사이버 폭력 피해’, ‘마약(타의에 의한) 피해’, ‘실종 피해’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는 “먼저 ‘보이스 피싱’의 경우 최근 5년간 피해액이 4배 이상 급증했을 만큼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피해 구제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못합니다. 특히, 그 범죄의 대상자가 주로 연령대가 높은 노인층이나 형편이 넉넉치 못한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합니다. 최근 열린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서울중앙지검이 보이스피싱 감별 서비스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그 상금 1000만 원과 별도로 출연한 1000만 원을 더해 총 2000만원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써달라며 저희 센터에 전달해 온 것도,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자녀의 자살을 경험한 부모의 심적인 고통은 더없이 클 것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요인이 학교 폭력의 여파이거나, 사회적인 정서에 의한 압박감 때문이었다면, 그 부모로서는 억울하고 통탄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회가 만든 피해자를 정부나 사회에서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적어도 그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대처가 필요, 피해자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가 활성화 되며 그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피해자 지원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만 할 문제다. 이용우 이사장은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SNS 업체를 통해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제약 탓에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종종 발생하는 ‘마약 피해’도 문제다. 이용우 이사장은 타의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마약을 접하고, 그 중독성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이들이 중독을 치료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실종’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용우 이사장의 의견이다.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며, 생계활동조차 하고 있지 못한 부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우 이사장은 “이러한 사각지대 피해자들은 법적 안전망에서 벗어난 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이 국가의 국민이자,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이는 사회적, 국가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법률 제정은 어렵겠지만, 충분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언젠가 국가에서도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여러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용우 이사장은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스토킹은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입니다. 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스토킹 범죄는 대개 6개월에서 1년간 지속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그 트라우마를 평생 갖게 되며, 외부 활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치명적인 지장을 겪습니다. 또한, 기존 법률의 미온적인 태도는 스토킹을 강력 범죄에 이를 때까지 방치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접근금지 명령 정도로는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할 뿐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스토킹 신고 즉시, 가해자를 ‘범죄자’로 신고자를 ‘범죄피해자’로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피해자의 보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진짜 피해자 보호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올 한해,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와 이용우 이사장은 보이스 피싱 피해자와 자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나가는 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센터의 이 같은 활동이 초석이 되어, 사각지대 범죄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보다 활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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