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의 원형보존과 현대미술 창작의 열정
단청의 원형보존과 현대미술 창작의 열정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8.1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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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48호 최문정 전수조교 단청장/화가
중요무형문화재 48호 최문정 전수조교 단청장/화가
중요무형문화재 48호 최문정 전수조교 단청장/화가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최문정은 화가이기 전에 먼저 한국정부에서 공인한 전국적으로 몇 명 되지 않는 단청의 장인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의 그의 회화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대단한 전문가의 영역을 굳힌 사람으로 단청의 장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Fine Art로서의 회화를 그리는 미술가이기 전에 단청이라는 공예 또는 응용미술에 속하는 한국 고유의 단청이라는 분야의 Master Craftsman이였다는 것이다.
공예를 하는 장인이 공예를 집어던지고 장인으로서의 과거를 지우개로 지우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그랬다면 오늘의 그의 그림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원숙한 단청과 현대 화풍의 조화로 넓은 의미에서 전통예술 재해석의 귀감이 되다

단청은 천연건축재인 목재의 내구성과 미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겉에 염료를 덧씌우며 오방색으로 장식한 문양을 총칭한다. 20대부터 단청과 불화를 복원하며 중요무형문화재 48호 전수조교에 임명된 최문정 단청장은 지난 30년의 미술 인생을 바탕으로 현대화된 단청의 접목과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업에 한창이다. 단청장으로서 제1원칙은 원형의 보존이지만, 작가로서의 원칙은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라는 관점을 지닌 최 단청장은 여러 스승을 사사하며 숙련한 기술과 깨달음을 전통예술의 재해석으로 보여주려 한다.
나무로 지은 건축물에 자연의 창연한 오방색을 발라 생명이 깃들었던 나무의 보존력을 높이던 단청 기법, 그리고 잔잔하고 투명한 오방색의 전통 불화를 한국화와 서양화의 기법으로 조화시킨 화가, 중요무형문화재 48호 최문정 단청장은 미술 비전공자로서 단청문화재 수리자격증(문화재 수리기술자 417호)을 획득하며 29세 때부터 전국사찰복원을 시작했다. 20년 간 불국사 무설전 지장탱화, 제주도 불탑사, 삼천사, 국보 제 62호 김제 금산사 미륵전을 복원한 것을 비롯해 100개의 사찰, 연 평균 30여 점의 벽화를 작업했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및 전승공예대전 등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화가이기도 한 최 단청장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문화재 복원전문가가 된 흔치 않은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작품에는 10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화풍을 사사해 쌓은 개성이 상당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48호 단청장 만봉 스님과의 친분으로 단청을 배운 이후로 명망 높은 몇몇 스승을 만나면서 실력을 연마한 최 단청장은 불화단청, 전통의 복원, 그리고 동서양화 창작을 두루 거치면서 현재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최 단청장은 동양의 색으로 서양화를 표현하고, 단청의 색감으로 모양과 무늬, 양감을 모두 표현하는 드문 화풍을 지닌 작가다. 자연스러운 수묵에 단청의 원색을 번짐으로 도색하거나, 석채화의 영향을 받아 아크릴의 거친 덧칠을 믹스미디어로 활용한 작품들은 한 화폭에서 수많은 기법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의 비구상과 전통예술 재해석이 공존하는 최 단청장의 작품에는 소나무 껍질을 붙여 마치 타일 모자이크의 화면 분할과 질감을 재현한 실험 정신도 엿볼 수 있다. 단청장으로서 이렇게 강렬하고 전위적인 작품은 우연성을 더한 색상조화, 상상 속 무릉도원에서 자동차가 있는 풍경의 한 조각까지 목재 도색과 평면 화폭에서 한 예술가가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으로 단청의 친숙함과 조화로움을 소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면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매일 새로운 설레임이며 도전이고 또다른 배움의 길인 것이다. 단청복원 20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후학들에게 전수하면서 온고지신의 조화를 보일 시기가 된 것이며, 동시에 21세기 사람들에게 전통의 의미를 알려주는 중대한 역할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최 단청장에게는 문화재를 복원하며 현장을 진두지휘던 바쁜 삶에서도 동서양이 조화된 창작에 몰두할 만큼 단호한 책임감이 엿보인다. 
마치 12세기 비잔티움 제국에서 동서양이 만난 감흥을 동력으로 삼아 프레스코 벽화로 창조해 낸 당대 화가들의 열정처럼, 최 단청장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단청을 재조명하여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활기찬 통로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인사동 ‘고은n아이갤러리’에 30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 최 단청장은 고대 동아시아 전통 예술속의 정신적 핵심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는데 박차를 가하며, 그간의 작품 변화와 앞으로 창작행보가 기대될 작가로서의 이번 관전의 중요 요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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