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이며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 풍경을 담은 실경산수화의 아름다운 진수
가장 한국적이며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 풍경을 담은 실경산수화의 아름다운 진수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8.13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경산수의 매력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좋아하는 것을 강조함이 가능하다는 것”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실경산수화란 실제 풍경의 산수가 지닌 정취를 구현한 북종화풍의 전통을 따르며, 마음의 원근으로 중요한 실경의 부분 요소를 확대해 인식하는 산수화이다. 따라서 명승지와 유명 사적지를 토대로 자연친화적인 이상향과 풍류를 무릉도원처럼 펼치는 진경산수화와는 관점이 다르며, 실제 경치를 관찰한 대로 표현하는 풍경화와도 거리가 있다. 이 미묘한 차이점을 동양화가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는 주제의 강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부제의 상호연관으로 구성하여, 실경산수화를 투박한 필묵 속 섬세한 부각으로 4계절 절경의 경관으로 재구성해 냈다. 동국대학교 미술대학 김상철 교수/미술평론가도 극찬하며, 여느 한국화의 사조와 달리 다른 예술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으며 작품 속에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한국적 소재를 접목해 창조하는 지 작가를 찾아가, 어떠한 계기로 지필묵에 입문했으며 특별히 아끼는 작품과 영감을 얻는 소재는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았다. 

<아름다운 치악산의 4계>로 인생작인 원주 치악산의 절경을 그림에 담다

설악산 대청봉, 치악산 시루봉, 양양 남애포구, 설악산 둔전계곡의 압도적 장관을 진한 지필묵으로 표현해 온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는 주변의 소박하고도 감동적인 절경에 한 번쯤은 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인 실경산수화를 추구하는 동양화가이다. 북종화풍의 산수를 담은 실경산수화는 실체가 있으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고픈 욕구를 충족시키는 현대 도시인들을 위로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 보이기보다는 회화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선에서, 투시나 원근기법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편안하고 감동적으로 전달하기에 동양 문인화 중에서도 진솔한 매력이 돋보이는 화풍에 속한다. 처음에는 수채 풍경화로 시작한 지 작가는 풍경 중에서도 일필로 한 번 지닌 감성을 영구히 남기는 화풍을 지닌 한국화에서 절경의 깊이와 재해석이 가능함을 깨닫고, 무게감과 중량감을 지닌 수묵담채로 실경산수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원주 출신의 지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실경산수화 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 바로 <아름다운 치악산의 4계>라고 소개한다. 원주의 농협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숙소에서 원주시의회의 첫 갤러리 초대전 출품을 위해 사방으로 둘러싼 분지인 치악산을 평지로 풀어 그렸다는 이 500호 그림은 지 작가가 지닌 실경화의 재해석 능력을 보여준다. 2012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2개의 그림을 파노라마처럼 이어 웅장한 4계절의 산을 표현하고자 고생한 탓에 이명과 난청을 얻어 청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 작가는 각 계절과 특징되는 장소가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치악산의 4계에 따른 변화를 한 장으로 연결하며 풍경의 이면을 확보한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는다.

상호 연관성이 예술의 묘미, 음악과 한국 가곡에서 영감 얻으며 느낌과 감성표현 중시

상경하여 직장 생활을 하던 중 `91년부터 틈틈이 홍대 미술교육원 수묵화과정을 수료하여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강원미술대전에 입선, 금융인문화제 대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인 지 작가는 백두대간과 전국 명산 수묵담채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팔중 김문식 선생, 그리고 작고하기 전 이천미협 회장을 역임하고 수묵화의 정도를 지켰던 설지 이영환 선생, 그리고 풍경과 동물을 강렬한 담채로 묘사한 두봉 류철수 선생을 차례로 사사하며 정통적인 운필의 기법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회화기법을 일부 가미한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했다. 지 작가는 예술의 연관성으로부터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으며,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고 그림 작업 외에도 우리의 감성과 정서에 부합하는 가사가 있는 한국의 가곡에 매료되어 주 2회 속초시립합창단 활동 및 지휘합창 박사과정으로 음악 이론을 공부하는 중이다. 그리고 소나무 언덕이라는 의미의 ‘송원’이라는 호처럼, 지 작가는 주요 주제인 웅장한 산과 계곡, 바위 사이의 소박한 부제인 언덕 아래 고고한 소나무 가지와 풀잎에도 감성을 표현한다. 많은 문인화가들이 산하를 부유하는 화조를 표현할 때 단 한 가지 요소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폐기하지만, 작은 일부분이라도 완성을 하고야 만다는 지 작가는 화폭에 담을 때 산수에 대한 ‘느낌’을 중시하는 편이다. 따라서 오랜 숙고 끝에 일필휘지로 낙관까지 마치는 여느 문인화의 화풍과 달리 그림의 다양한 감성과 첫 인상을 확정짓게 되면 기초공사를 하듯 철저히 스케치에 공을 들이며,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한국화에도 잘 짜인 스케치가 전체 그림 완성도의 8할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술교육과 지역 위한 기부, 롤 모델을 향한 예술적 정진 속에 특별한 8회 개인전 진행

모든 작품에서처럼 현대 한국화의 진솔함을 전하고자, 그림 속에 삶의 의미와 힘이 되는 긍정적인 느낌을 지닌 지 작가의 경관들은 섬세한 수묵과 담채 속에서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존재이유 또한 담겨져 있다. 지 작가는 예술이라는 분야가 일종의 자기표현이기도 하지만, 작가란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만족감,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그 ‘감동’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전통 화법을 계승하고 현대적인 감수성을 가미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감동받고, 그림을 매개로 작가와 소통하며 힘들고 지친 일상을 따뜻이 위로받기를 바란다. 그런 지 작가에게 중국의 본토의 북종화를 계승하여 본토의 국민화가로 사랑받는 민병찬 선생의 작품들은 롤 모델이자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며 정진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로서 한 단계 도약하고자, 지 작가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가는 소통의 방향을 선택했으며, 한남초등학교의 아이들에게 지난 봄 한국화를 소재로 미술교육을 하기도 했고, 원주에서 개인전을 진행하며 작품 판매수익금을 지역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양양의 동호해변 ‘카페 더 아트’에도 작품을 상설 전시하며 작품 감상의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은퇴 후 연어처럼 고향 원주로 돌아가, 올해로 3년 째 원주와 홍천, 양양 지역에 살면서 삶의 안식을 찾고 있다는 지 작가는 8번째 개인전을 1회성이 아닌 2년에 걸친 릴레이 일정으로 잡았다. 그리고 원주문화재단과 원주시의 후원으로 6월 시립중앙도서관 갤러리 전시를 시작했고, 9월 시작되는 양양문화복지회관 갤러리, 12월 홍천 미술관, 내년 1월 강릉 아산병원 갤러리라는 3개의 이동 개인전과 서울 그룹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겸허함, 그리움, 감사하는 마음, 추억과 같은 긍정적인 감성으로 현대 한국화의 감동을 전하는 지 작가의 화폭 속 아름다운 절경의 경관들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괜찮은 힐링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