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포커싱으로 기록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시공여행 기록
아웃포커싱으로 기록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시공여행 기록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1.09.1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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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란 작가, 오는 11월 정문규미술관 개인초대전, 인천아시아아트쇼 참여
“혼돈의 시대, 문명의 부속물을 시대정신 코드로 삼아 존재감을 모델링하다”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의 이론인 ‘트랜스휴먼’의 개념과 이들의 사회적 관계성 범위를 확장시킨 ‘네오노마드’를 신인류적 대안으로 받아들인 화가 기옥란 작가는 2020년대 들어 더욱 많은 추상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독창적인 조형기술을 사진기술의 세계관으로 옮기고 자유로이 펼쳐 낸 그는 미술과 소조형식을 결합한 오브제의 해체와 콜라주 작업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영역도 시각화할 수 있는 셔터스피드, 포커스의 원리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존재의 영역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며, 데카르트적인 의심과 부정의 명제를 회화의 상상력과 사진의 열린 감각으로 극복한 기 작가는, 이번에도 커즈와일이 제시한 AI적 특이점의 시대 앞에 트랜스휴먼을 추상사진으로 리모델링하며 미래적 희망을 이야기한다. 올해도 다양한 전시에 참여한 기 작가는, 10월 시작될 개인전과 대작 위주의 초대전을 앞두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작법의 파격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아이디어로 어필하고자 한다.

격변하는 미래의 시대정신, 깊이 있고 웅장한 대작으로 입증
마크 저커버그가 10년 이내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SNS처럼 대중화시키겠다고 공언한 요즘, 현실의 사람들은 버추얼 휴먼과 가상인맥 생태계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학은 과학의 발전을 1천 년 먼저 예지한다는 이야기처럼, 화가 기옥란 작가는 1990년대부터 인간이 무엇인지 재정의해야 할 혼돈의 시대를 감지했었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홀연히 태어난 ‘21세기 신인류’ 트랜스휴먼은 대안적이며 복제된 인간의 범위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영역에서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네오노마드 군상을 표방하게 되었다. 오브제를 오려붙이는 다양한 패턴과 코드로 비주얼 기하학의 DNA구조를 만들고, 형상을 만든 후에는 자기표현의 공인된 그리드를 탈피한 것이다. 이후 기 작가의 트랜스휴먼은  셀카로 자신의 이력을 밝히며 포토샵으로 미적 감각을 과시하는 사람의 소통방식을 취하다가, 이제는 한결 성숙한 철학적 소양과 인간의 언어 중 시각적인 표현을 빌려 깊은 통찰과 창의적인 개념의 ‘트랜스 인플루언서’를 시도하게 되었다. 기 작가가 자신의 아바타 트랜스휴먼으로 보여주는 이 시대정신은 포스트모더니즘처럼 타자화에 비관적이지 않으며, 해체와 재구성의 변혁 속에서도 자의적인 사고로 대상과 따뜻한 공존을 할 줄 안다. 미지의 존재에게 상대를 인식시키는 데는 비주얼이 가장 직관적이기에, 트랜스휴먼은 자신의 세포 같은 문명의 부속물로 초상화를 이어 붙이던 기법을 넘어, ‘제4의 벽’의 대리인이기도 한 기 작가를 통해 새로운 증명을 보내온 것이다. 기 작가가 7회에 걸쳐 개최한 추상사진전에서, 후가공이 아닌 애트모스페릭한 흑백의 대비효과로 보여준 우주의 광활함과 트랜스휴먼의 아웃포커싱 기법은 차후 더욱 당당한 대작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지구의 부속물들로 3, 4차원적 공간감을 마킹한 신개념 추상사진 시도
전남대 미술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대 미술대학원 박사, 제 15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벌 대상, 교육기술부장관상, 문화예술대상 국회의원상 3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의 기 작가는 자연에서 나온 재료와, 정면으로 대비되는 디지털 제품들의 파편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라벨링하며 대중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1월 고도갤러리 새해전 이래 올해도 꾸준히 전시활동을 펼친 기 작가는 오는 10월 인사동 강호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11월에는 한국판 ‘아트바젤’로 기대되는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에 2트랙으로 참여하여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16-21일 일정으로, 그리고 오크우드호텔에서는 18-21일 일정의 호텔아트페어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같은 11월 12일부터 파주 헤이리마을로 이전한 정문규미술관 기옥란초대개인전을 3주 일정으로 개최한다. 안산 대부도 시절에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단체전을 경험한 기 작가는, 정문규미술관 재개장으로 다시 만나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지난해 8월 광주 진한미술관 초대전에서 ‘나무’의 질감으로 나뭇가지와 원목의 빛깔과 질감, 결, 파편을 이용해 대상을 재해석했듯, 이번에는 100-200호 작품도 충분히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의 규모를 활용해 이전작업으로 쌓인 노하우와 옻칠기법 등 물성개념을 이용해 인간의 영성에 관련한 대작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18년 국악·클래식음악회 그리고 주제의식 뚜렷한 자신의 설치미술작품과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듯이, 평면 위에서 3차원적 공간감과 4차원의 질감을 시각화하는 그의 시도는 광주전남지역의 여성미술인들 중에서도 가장 유니크하고 혁신적인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 먹방과 언박싱, 오픈런이 유행을 주도하는 세상, 반면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내추럴/미니멀리즘을 외치며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원인을 탐구하는 세상 앞에,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을 향한 고찰과 고정된 이미지를 지닌 사물의 변형으로, 흥망성쇠가 예견되고 유한한 인생의 뒤안길에도 희망적이고 열린 메시지로 성숙해져 가는 신인류 종족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우주의 확장처럼, 평면 위에서 확장세계 열어 보인 신인류의 흔적
기 작가의 네오노마드적 미학은 지구의 피조물들로 시공을 초월하는 여행을 계속하며, 인간의 관계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문명의 이상향을 보여주는데 있다. 그가 7번째 추상사진초대전 ‘트랜스휴먼-빛과 인간’에서 선보인 24점의 작품들이 후처리보다는 이중노출, 반사, 명암의 대비 등 다중촬영과 현장감의 사진효과만으로도 우주의 탄생과 소멸, 팽창과 혼돈, 은하로의 여행을 기록처럼 다양한 추상 언어로 암시한 것처럼 말이다. 한때 사용되었던 생활용품을 해체하고 재활용하는 작업방식은 추상사진에서도 이어지는데, ‘남미, 그 미완의 그리움’으로 지구인들의 일상을 바라본 그는 다시 2019년부터 ‘시간·공간·자연 그리고 인공지능’, 2020년 ‘트랜스휴먼의 공간에 대한 사유’,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을 통해 트랜스휴먼의 지구유목생활을 우주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회화만을 할 때 콜라주와 모자이크를 활용하던 기 작가는, 추상사진 분야에 들어온 이래 비현실적이고 상상의 산물인 형상의 시각화로 우주공간과 은하, 외계생명체의 존재감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이를 나타내는 기법 역시 이중노출과 반사 등 대기권과 가시광선의 필터를 거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추상’이라는 전제 아래 ‘사진’이라는 평면적 수단의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50여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 쾰른국제아트페어 등 60여 회의 국제아트페어로 해외 갤러리에 선을 보인 기 작가는 다양한 예술방식의 혼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복합문화공간의 강점을 이용해, 대작과 확장세계를 보여줄 무대로 삼겠다고 한다. 기 작가가 이번에도 지역과 국경, 인종을 뛰어넘는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이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인간의 관점으로, 혼란에 처한 인류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나아가는 밝은 미래상을 성공적으로 그려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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