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영자로 변신한 연주자의 ‘부캐’, 지역문화성장 자양분 되다
문화경영자로 변신한 연주자의 ‘부캐’, 지역문화성장 자양분 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8.16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지만 알찬 공연장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관객들의 열정적 참여까지 ‘이룸’”
(사)더문화/ ‘문화공간 이룸’ 이윤정 이사장
(사)더문화/ ‘문화공간 이룸’ 이윤정 이사장

지역 간 이동제한을 겪어 본 이들에게, 지역사회 내에서 현장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지역의 자산일 것이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성장에도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장소, 전주 효자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이룸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역예술가들에게는 공연장소를 제공하며 활동을 지원하는 공연장 겸 플랫폼이다. 문화공간 이룸을 설립해 수준 높은 해외 뮤지션 공연들을 성사시키는 한편, 문화소외계층에게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자체기획을 보여주며 성장해 가는 이윤정 이사장을 만나 지난 3년 간 이루어 온 기적과도 같은 공연기획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설비는 최고, 나눔과 공유로 문화예술감성 충전

2018년 개관한 전주/전북지역의 문화공간 이룸은 최고의 시설과 설비를 갖춘 소규모 복합문화아트센터이다. 문화공간 이룸은 피아니스트이자 이화여대 석사과정과 그네신 러시아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이수한 이윤정 이사장이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위해 설립했다. 문화공간 이룸의 시작은 원래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음악회를 비롯한 유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앙상블, 독주회를 거쳐 체코 브루노 컨서바토리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이 이사장이 연습실을 갖춘 좋은 공연장을 만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러시아 울리브쉐바 민족오케스트라 초청공연,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의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클래식기타의 거장 에듀와르도 페르난데스 기타독주회, 슈튜드가르트 페가소스 스트링콰르텟 초청공연, 클래식과 팝페라가 어우러진 2020디스커버리시리즈콘서트 ‘잇다’ 등 수준급 공연과 행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북문화재단의 민간시설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역민들과 음악교육종사자, 문화소외계층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체기획 프로젝트들의 비중도 높아졌다. 이리하여 지난 3년간, 문화공간 이룸은 클래식에서 재즈, 국악까지 다양한 음악과 미술, 무용, 문학/인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과 세미나, 포럼, 강연, 대관과 각종 이벤트까지 섭렵하며 관객과 아티스트가 가까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또 이 이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시공에 참여했기에, 이 훌륭한 결과물은 수많은 초청공연과 연주회, 페스티벌 참여자들에게도 만족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조명배치와 공연실황 사운드밸런스가 대형 공연장에 못지않게 우수하고, 대기실과 탈의실, 150석 규모의 객석과 연습실 11개를 갖춘 아트홀은 전주가 자랑할 만한 소극장이다. 

이벤트와 페스티벌, 패밀리樂콘서트에 이어 연주자 위한 프로젝트 지속

피아니스트인 이 이사장은 스스로를 여전히 예술인으로 생각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우수한 공연을 기획하면서부터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지역문화 발전에도 일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sns를 통해 문화공간 이룸의 건립 과정을 공개했다가 공들인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도용당하는 일도 겪었지만, 그럼에도 자비로 부담하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오랜 노력들이 차츰 인정을 받으면서 이 이사장도 새로운 바람들을 이뤄나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이사장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 중에서, 올해 8월로 3회를 맞이하는 <문화공간이룸 추억쌓기 프로젝트-패밀리락(樂) 콘서트>는 ‘이룸’ 설립 이래 가장 성공적인 참여형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4-5팀 가족들의 신청을 받는 이 이벤트는, 3대가 출연하거나 사돈지간에도 연습 과정에서 사이가 훨씬 돈독해지기에 기존 출연진들도 재출연을 희망할 정도다. 이렇게 판이 커지면서 이 이사장은 혼자 서울로 올라가 학비를 벌어 자립하며 학위 취득과 유학까지 마친 피아니스트인 자신의 ‘본캐’ 못지않게, 클래식 교육자를 지향하던 ‘부캐’가 차츰 제작자와 문화기획자의 방향으로 선회해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자 그는 작년 8월 (사)더문화를 설립해, 공연장으로 시작된 문화공간 이룸을 아티스트들과 일반인들이 어우러져 꿈을 이뤄가는 터전으로 도약시키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장애청소년들의 무대인 <드림온 오케스트라 열정콘서트>,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The Opera 사랑의 묘약>과 같은 기획공연도 선보인 이 이사장은, 지난 해 판데믹으로 주춤했던 기획을 올해 청년음악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Now 청년 프로젝트>, <월간 더문화>, 현재 구상 중인 성인 아마추어 콩쿠르 등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또한 수준 높은 이벤트와 연주로 지인들에게 티켓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공연을 지향하고자, 이 이사장은 연주인들의 단체인 E:UM음악협회를 조직해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편곡을 거친 클래식 레퍼토리로 호평 받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세이브더칠드런에 공연수익금을 기부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아티스트들과 함께 오는 9월에는 피아니스트로 재능기부에 나선 자선음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예술과 결합된 인문학 관련 토크콘서트, 무용수의 안무창작 세미나와 클래식/국악의 크로스오버 연주 후 영화의 GV처럼 관객과 소통하는 이벤트 같은 콘텐츠들도 이뤄냈다는 이 이사장은, 청년연주자들과의 협연을 거쳐 조만간 한옥마을에서 인상적인 정기공연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