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여운의 공명까지 조율하는 무대 뒤의 아티스트, 피아노조율사
완벽한 여운의 공명까지 조율하는 무대 뒤의 아티스트, 피아노조율사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1.08.16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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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분의 1의 차이도 느끼는 장인의 역량으로 최적의 연주 컨디션 만든다”
피아노디스커버리 최훈락 대표/조율사
피아노디스커버리 최훈락 대표/조율사

88개 건반과 250여 개의 줄로 이뤄진 인류 최고의 타현악기, 피아노는 보관에 유의하는 만큼 좋은 조율(튜닝)도 중요하다. 피아노의 거칠고 어긋난 소리를 맑고 영롱하게 만들어주는 건반 뒤의 기술자이기에, 운동선수의 트레이너만큼 조율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소중한 파트너이다. 피아노디스커버리의 최훈락 대표는 쇼팽 콩쿠르의 콘서트그랜드피아노로 선호되는 야마하, 스타인웨이, 파지올리, 가와이 등 주요 명품피아노를 비롯해, 공연을 앞둔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조율작업과 피아노 조율기술 전수에 힘쓰는 30년 경력의 국가공인1급 조율장인이다. 피아노에 내재된 소리의 잠재력을 끌어내 영혼의 울림으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선율의 기술자, 최 대표는 조율에 긍지를 갖고 장차 조율학교 설립과 유럽식 피아노살롱의 정착을 꿈꾼다. 

피아노의 고른 음률 만들어 연주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내는 숨은 공신 
피아노가 건반악기로서 가장 유니크한 이유는 타악과 현악을 겸비한 특유의 악센트 덕분이다. 반주의 기본이자 오케스트레이션의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피아노에 매력을 느껴, 고교 시절 합창을 하다 피아노 조율을 시작했다는 피아노디스커버리 최훈락 대표는 경력 30여년 차 전문 조율사(튜너)이다. 그는 교본을 보며 목재와 금속, 펠트 재질의 피아노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럽 유학과 수많은 하이엔드피아노를 경험한 덕분에 현재까지 국내 정상급 조율사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각 피아노마다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하도록 조율해서 전문 피아니스트들과 교수진들에게 공급하는 피아노디스커버리에서는, 4단계 이상으로 구분되는 그랜드피아노 중에서도 음량과 음폭이 큰 콘서트그랜드와 고가 명품피아노처럼 귀하고 섬세한 작업에서 특히 두각을 보인다. 또한 해외유학파이자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에서 스패셜튜너로 활동했던 박정환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독일, 오스트리아 마이스터로부터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 대표 또한 풍부하고 매력적인 소리를 작업하는 유럽에서 조율사가 단순 AS기술자가 아닌 장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조율장인이 많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조율사가 사운드보드와 내부해머, 액션을 수리해서 중고피아노를 개선하는 것이 주업이라는 인식이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오랜 경험으로 정음의 1천 분의 1의 차이까지 구분한다는 최 대표는, “한국에도 피아노의 ‘마이바흐’로 불리는 스타인웨이를 비롯해 유럽의 전통적 명기인 베젠도르프, 스타인웨이, 빠찌올리 등 다양한 피아노의 하드웨어에 정통한 유학파 조율사들이 있으며 이들이 조율핀에 해머를 끼우는 숱한 노고 속에서 피아니스트는 날개를 달 수 있다”고 전한다. 

박수갈채 받는 연주자의 무대 뒤에는 하이엔드 피아노 조율장인이 있다
최 대표는 건반의 저음-고음부까지의 옥타브 설정 및 한 건반의 현 3개 중 하나를 개방시키고 두 현을 뮤트시켜 한 음으로 조율하는 유니즌 작업을 통해 피아노가 맑고 청아한 음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밖에도 조율 못지않게 중요한 조정(레귤레이션)과 정음(보이싱)을 위한 해머성형작업도 하고 있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피아노음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배출한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이자, 밸런스가 뛰어난 폴란드 쇼팽 콩쿠르의 음색이라고 한다. 또한 최 대표는 수백 년을 이어오는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과 달리, 피아노 관리를 잘 못했을 경우에 같은 명품이지만 피아노의 삶은 사람의 수명을 넘기지 못하기에 현의 장력을 조절해 정확한 피치를 유지하는 피아노 조율장인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고 덧붙인다. 1955년부터 국제규격 진동수가 된 A4=440hz의 기본값에 따라, 진동수 2배마다 1옥타브 고음, 절반이면 저음이 되는 특성에 따라 맞출 수 있어 조율을 5-6년 정도 공부하면 웬만큼 맞출 수는 있지만, 도자기 장인이 수많은 도자기 중 단 하나를 건지듯 조율사도 단 하나의 맑고 정확한 소리를 찾으려면 수십 년의 훈련으로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또 다이나믹 레인지와 루바토 같은 독창적 초절기교를 발휘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예술의 전당 같은 공연장에서는, 연 1-2회면 되는 가정용 피아노와 달리 곡이 끝날 때마다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서양에서 선호하는 기본값이 다르거나, 여기에 맞춰 전문 조율사와 인플레 튜닝을 한 경우는 개성이 강해 다른 조율사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라,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조율장인들과 일한다. 그래서 전문조율사들은 필연적으로 청음과 음정분석의 달인이기도 하며, 최 대표 또한 서울대 교수진에 조율을 전수하며 유명 피아니스트들로부터 많은 조율의뢰도 받는다고 한다. 

조율학교의 장인들과 우수한 피아니스트들의 음악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혹자는 피아니스트가 박수갈채를 받을 때 홀로 작업실로 돌아가는 것이 조율사의 운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반을 누르면 양털로 만든 펠트 해머가 철선에 눌린 자국이 나기에, 잘 갈고 다듬어주는 과정은 피아노의 생애주기에 중요하며 최 대표에게 있어서도 결코 싫증나지 않는 일이다. 지난 30년 간 일류 기술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는 최 대표는, “인위적으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소리이며, 공명이 잘 되는 소프라노와 테너의 음색이 심금을 울리듯 피아노에도 완벽한 단 하나의 소리를 찾아주는 것이 조율 장인의 명예”라고 강조한다. 또한 최 대표는 “피아노의 크기, 종류, 제조사, 연주목적은 다양하고 디지털 튜닝기도 있지만, 아날로그의 영역은 분명하며 한 번 조율사가 된 이상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최고의 장인이 되겠다”고 전한다. 그리고 피아노의 모든 음을 사랑하며 좋은 피아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는 최 대표는, 후학양성을 위해 언젠가는 조율학교를 세워 우수한 조율사를 키울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적으로는 유럽처럼 피아노 살롱을 만들고 싶다. 좋은 조율사들의 손을 거친 피아노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은 연주기회를 준다면, 함께 행복해지며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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