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과 세련된 양념, 특허보다 귀한 원조의 그 이름 ‘부흥국수’
전통의 맛과 세련된 양념, 특허보다 귀한 원조의 그 이름 ‘부흥국수’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6.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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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간판에 ‘100년 전통’이 들어갈 때까지, 차진 국수의 정성은 계속된다”
부흥국수 해방촌국수 권완구 대표
부흥국수 해방촌국수 권완구 대표

1945년 창립 이래 스승님이 인수하고, 다시 1988년부터 권완구 대표가 이끌고 있는 76년 전통의 국수공장에서 유래된 부흥국수는, 좋은 면발의 가치를 쫄깃함에서 차짐으로 바꾸며 건면의 유서 깊은 100년대계를 세우는 국수집이다. 비빔국수를 메인으로 정통수타면을 압도하는 기계식 면의 자존심을 지켜 온 권 대표는, 4개점 모두 동일한 맛을 내며 격식 있는 명절선물세트로도 각광받는 부흥국수 건면에 큰 긍지를 갖고 있다. 40년 넘게 가동되는 전통 롤러식 국수기계와 특허 받은 국수기술로 이어지는 부흥국수의 쫀쫀하고 차진 질감은, 한국에서도 ‘100년 국수’라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권 대표의 마음처럼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것이다.

맛있는 국수 한 대접은 좋은 국수공장에서 만든 고품질 국수로부터

부흥국수는 밀가루와 메밀 모두 비빔국수로 유명하다. 모두들 국수의 대명사인 잔치국수를 생각하지만, 벤츠를 몰고 찾아오는 이들도, 주머니사정에 맞는 한 끼를 찾는 이들도, 맛집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이들도, 모두 채소와 양념을 넣어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부흥비빔국수부터 찾는다. 부흥국수의 권완구 대표는 배달과 공장, 판매원에서 전국5일장을 도는 등 활동적인 일을 했으며 결혼 후에는 아내와 함께 장을 돌며 생선과 과일을 팔았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 대하는 일을 좋아해도 새벽 4시에서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일에는 여가시간도 미래도 보이지 않아, 금촌 5일장에서부터 국수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성실함을 높게 산 스승님으로부터 1988년 국수공장기술을 이어받게 된다. 권 대표는 국수의 쫄깃함이 덜 삶는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삶아도 풀어지지 않고 차진 질감을 내도록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붇지 않고 찰기가 있으면서, 쫄면처럼 쫀득한 면을 위해 노력했으며 한국과 일본 면을 모두 연구한 그가 찾아낸 비결은 바로 익반죽이다. 옹시미의 찰기가 익반죽에서 나오듯, 밀가루를 익반죽하니 반죽 속도도 빨라지고, 부력차로 밀가루 불순물을 떠올려 걸러내니 고르게 잘 반죽됐다. 그래서 소금 간을 한 이 반죽을 롤러에 감아 포개 면을 고르게 뽑으면, 오직 부흥국수의 재래식 롤러만이 만드는 국수의 질감이 완성된다. 기계면이지만 수타면처럼 딴딴하고 차진 질감의 이 면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건조실에서 2-3일 말린 후 권 대표가 직접 도면 설계제작한 절단기계에서 잘라 포장 판매한다. 그는 “젖은 국수인 칼국수도 잘 나오지만, 손님들은 마른 국수를 좋아해 포장도 해가고, 건면을 명절선물과 판촉선물로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삶고 편하게 만드는 국수로 창업자들을 편하게 해주고파

좋은 과일은 그 자체로도 이미 맛있듯, 국수의 재료인 건면부터 좋으면 무엇을 해도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권 대표는 면발에 특히 정성을 기울였다. 권 대표는 흔한 국수의 클리셰인 벽에 던져 찰싹 붙는 장인정신도 좋지만, 시대가 바뀌었기에 누구나 4-5분 삶으면 맛있어지는 국수가 창업과 계승에는 더 유리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국수로 자리 잡은 매장들이 단가가 더 싼 곳으로 옮기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인 국수의 미래를 위해 부흥국수를 열었다”는 권 대표는, 겨울 비수기도 봄여름에 바짝 일하면 메꿔지던 예전과 달리 코로나 이후인 요즘은 국수기계를 주 1회 돌린다고 한다. 책임생산자이자 부흥국수 직영판매자인 권 대표는, “경기가 풀려 창업을 문의할 때를 대비해 점주들에게 국수를 저렴하게 공급할 공장은 꼭 있어야 한다. 그러니 상황이 어려워도 국수기계를 멈출 수는 없다”고 한다.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비오는 날이면 국수가 푸석해질까봐 선풍기로 습도를 조절하는 삶 속에서, 그는 혀가 아닌 코끝으로 위스키 농도를 판별한다는 스코틀랜드 양조장 주인처럼 건면 상태에서도 손과 눈만으로도 삶으면 맛이 좋을지 어떨지 감 잡는 정도가 됐다. 이 정도면 가히 국수장인이라 할 만 하지만, 그는 국수품질에 까다로운 것과 달리 정해진 맛에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 편이다. 그는 그저 “국수란 계속 삶겨져야 하는 음식이고, 가게에서 양념에 들어갈 채소 다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잘나가는 매운 국수 유행에 따라, 비빔국수의 맵기 정도도 약하게, 혹은 강하게 조절하는 세련된 양념을 한다. 그리고 “요식업에 한파가 불어도 적응하도록 신메뉴들도 꾸준히 개발했으며, 사람들이 의외로 고기국수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그는, 요즘 포장유행에 따라 면과 육수를 따로 포장해주고 면을 온라인으로 팔기도 한다. 권 대표가 생각하는 국수란 고픈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기에, 그는 틈나는 대로 지역 푸드뱅크와 무료급식에 국수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권 대표는 부흥국수 외에도 해방촌국수, 권완구국수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가업을 이어받는 집안에 언젠가는 알력다툼이나 잡음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봐서란다. 그래서 자식들이 순수하게 국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마냥 반갑다는 권 대표, 담아내는 국수 양만큼 준비정신도 넉넉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수십 년 후 그의 매장에 휘날릴 ‘100년 전통’이라는 이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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