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가 주는 위로 전, 밝음과 희망의 화가가 세상을 위로하다
컬러가 주는 위로 전, 밝음과 희망의 화가가 세상을 위로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12.2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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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신 미술관을 가볍게 산책하며 그림에서 위안 받는 전시가 이번 테마”

2020년 초 7회에 걸친 수리재 스토리를 끝내고 그리스와 터키의 밤거리를 거닐 준비를 하던 김소애 화가는, 코로나19로 묶인 하늘길을 뒤로 하고 작업실로 돌아갔다고 한다. 티켓 대신 지난 여행지 사진과 붓을 든 김 화가는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작업실을 좋아하는 음악으로 채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발묶임은 향수병처럼 사람들을 힘들게 했지만, 김 화가는 이렇게 모두가 힘든 시기에 오랜 추억의 빛깔들을 재현하는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며 마스크를 쓰고 가볍게 방문하는 미술관 산책을 권했다. 갤러리 No18에서 11월 11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 김 화가의 개인초대전 <컬러가 주는 위로>에서, 그의 추억과 기억이 담긴 유럽의 야경과 자연의 색들은 ‘코로나 블루’를 어루만져 주는데 더없이 좋은 소재들이었다. 

모두가 힘든 시기, 희망차게 붓질된 색이 우리를 미소로 살게 한다
매봉길에 위치한 갤러리 No18에서 11월 1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컬러가 주는 위로>전은 휴식여행을 뒤로 미룬 김소애 화가가 마음속으로 떠난 추억여행 모음전이다. 세계 각지를 돌면서 여행지의 컬러를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담고자 한 김 화가는, 올 초부터 국경이 봉쇄되는 분위기 속에서 화가의 숙명답게 작업실로 돌아가 지난 여행지 사진들을 둘러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그러고는 이내 여행지에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 하나씩 편안하게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 김 화가도 여느 화가들처럼 올해만은 개인전을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그가 표현한 탁 트인 색과 풍경, 정물로 나가지 못해 울적한 마음을 위로받았다는 격려 속에 총 35장 남짓한 그림을 모으게 된다. 또한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시각적으로 어필할 희망의 언어로 색칠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힘을 지닌 미소로 인사하고자 초대전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100호 대작인 <자작나무>는 푸른 하늘의 화려한 가을빛 아래 흰 자작나무의 생명력 넘치는 싱그러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숲 속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그리고 김 화가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 <굿모닝>은 “당신, 괜찮나요?”라는 부제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의 하루가 아름답기를 바라는 인사를 아크릴과 오일크레파스로 나타낸 비구상 작품이다.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은 이 작품에는 스카이/마린/블루 계열이 아침을 깨우는 새와 물고기, 혹은 이른 아침 커튼을 걷는 사람의 손길처럼 중의적인 감성이 상쾌하게 담겨 있다. 그림에 늘 소리와 움직임, 냄새와 분위기까지 담아 온 김 화가의 비상한 능력은 이번 전시에서도 하늘과 맑은 아침 공기의 청량감, 휴식을 전하는 데 한껏 발휘된 셈이다.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그림만의 힘, 편안히 들러 마음속에 담아가도록
시크한 느낌이 있는 No18에서 혼자만의 심플한 감성을 풀어 낸 김 화가는, 오색찬란하고 환한 녹색과 푸른색을 많이 사용한 점은 수리재 시절과 같지만 나무가 물풀이나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게 흔들리며 상념을 담았던 것과 달리 밝고, 즉흥적이며 화사한 느낌이 강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과거의 추억에 개인적 아픔을 담을 필요가 없기에, 화가로서 붓질의 감각을 즐기면서 고운 꽃과 풍경에서 느낀 바를 가볍게 칠해간 이번 작품에는 유화 느낌의 아크릴이 많다. 전 세계가 우울에 빠진 요즘 화가로서 사람들에게 기념일의 폭죽처럼, 가시광선의 프리즘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을 필터링해 전달하는 역할은 중요하기에, 김 화가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눈밭 속 겨울나무의 모습을 담은 <견디고 있는 겨울>, 검붉은 열매를 맺는 기하형태적인 반구상 <가을>을 그려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기억의 장소인 <프라하의 추억>에서는 매혹적인 거리야경, 블타바강과 까를교를 건너 만난 구시가지의 추억을 검푸른 색감으로 풀어냈다. 그 외에도 탑과 시가지의 조명이 푸른 어둠 속에서 황홀하게 빛나는 <동유럽 야경>, 한결 상냥해진 고흐의 톤을 유지한 <해바라기>, 분홍 꽃부리가 인상적인 <장미>처럼 정통적인 아름다움을 충족하는 그림도 있다. 김 화가는 그림에 말과 글로 전달되지 않는 오묘한 힘이 있어 작은 그림 한 점에서도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까이 두고 매일 아침 그림과 ‘굿모닝’ 인사를 하는 정경이 화가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피드백이라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김 화가는 “사람들이 여행대신 전시장에 산책하듯 들러 차 한 잔처럼 기분전환을 하는 장면은, 비록 마스크 속에 가려졌지만 드러난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았고 내년 개인전에 선보일 비구상 작품구상에 몰두하는데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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