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시간도 기록의 일부가 되어, 반구상의 사실성이 풍부해지다
일상적 시간도 기록의 일부가 되어, 반구상의 사실성이 풍부해지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12.2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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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의 재구성과 변화무쌍한 시점으로 독창적 패턴 코드를 만든 화가”
서양화가 김석중 화가
서양화가 김석중 화가

‘대중들에게 신작에 목마를 시간을 주지 않을 만큼 부지런한 작가’ 서양화가 김석중 화가는 올해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창작자들을 대표하여 <2020 KBB(KOREA BEST BRAND)대상> 문화예술인 부문을 수상했다. 김 화가의 수상은 한국미술협회와 서울시문화예술특별보좌관 등 폭넓은 활동, 예원예대, 한남대 겸임교수 강의를 비롯한 교육자로서의 행보, 그리고 개인전만 56회에 달하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한국 미술계에 기여해 온 예술가를 위한 상찬(賞讚)이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 구상전공모전 특선과 신인상을 받으며 한지 번짐 기법을 서양화에 도입한 파격성과 사물을 스타일리시하게 재해석한 반구상화·반추상화의 현실지상주의에 큰 획을 그은 김 화가의 수상소감과 작품세계, 앞으로의 일정을 소개한다.

구상적 구도와 반추상적 이미지를 조화시킨 탁월한 안목의 소유자

본업을 하는 제2의 자아를 ‘부캐릭터’라 칭하는 2차창작행위가 유행인 2020년, 서양화가 김석중 화가의 작품세계를 말하자면 오래 전부터 모방이라는 창조행위의 ‘부캐’를 적절히 활용해 온 그의 재해석 능력을 먼저 언급할 만하다. 김 화가는 그림으로 역사와 문화의 실존주의에 색을 입히는 방법을 탐구했던 젊은 시절부터, 일상의 요소들을 재조립하기 시작해 손에 닿는 모든 주제를 색, 구성 모두 독창적인 소재와 구조로 바꾸는 반구상적 정물과 풍경, 인물을 시도했다. 이러한 상징과 주제의 재해석 속에서, 김 화가는 색감이 정해지는 대로 동양의 수묵담채화만 낼 수 있는 우연성의 숙련도를 갈고 닦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지만의 정체성이라 할 만한 담채의 번짐과 덧입힘 효과를 캔버스로 옮기는 데 성공해, 기발한 초현실적 구상과 반추상을 오가는 자신만의 서양화 기법을 만들어 냈다. 

‘조선백자 찻잔 위의 카푸치노 라떼아트’, ‘캔버스 위의 수묵담채화’, 그리고 ‘유화물감으로 칠한 꼴라주’에 비유되는 혁신과 중용 사이의 미덕 속에서, 김 화가는 우리 일상에서의 기시감을 내면화하는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그래서 그의 정물은 탁자 위의 꽃병 같은 평범하면서도 안정된 구상을 추구하면서도, 결과물은 우주의 코스모스(질서), 세포의 분열을 연상케 하는 제 3의 공간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반추상이다. 이렇게 현실 속의 비현실, 일상 속의 환상을 보여주며 의외성과 파격으로 대중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그의 그림들은 관람자들에게 우리 생활공간 속을 신비한 상상동물과의 교감으로 채운다든지, 평범한 골프 연습장면을 꽃비가 나부끼는 꿈속이라는 다중관점의 공간으로 바꾸는 등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니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을 향한 발걸음에도 용기를 내야 했던 올해,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갤러리에 자리 잡은 김 화가는 국내는 물론 해외 갤러리들의 따뜻한 피드백을 받으며 교감할 수 있었다.

일상의 시선을 역사의 산물로 생성하는 밝고 따사로운 재해석 사이에서

평범한 일상도 역사로 생성하는 김 화가는, 자칫 한끝 차로도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토우와 한복 같은 우리 전통소재들의 자체 속성을 충분히 어필하면서 재해석을 활용해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재해석은 기술적이면서도 사람 냄새가 나고 따스하다. 전통과 현대의 이질감을 조화시키는 그의 묘사력은 일러스트와 수묵담채화, 그리고 민화와 추상화가 공존할 수 있게끔 하는 자신만의 패턴과 코드를 갖고 전개되며 기록이 아닌 사실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서명을 깊이 새긴다. 따라서 ‘이발소 그림’의 작위적이고 극단적인 대중성과 달리 전통적 조형미를 현대적이고 단순화된 추상화로, 토속성을 밝고 세련되게 갈고 닦은 서사를 갖춘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의 <일상-생성>을 테마로 한 시리즈에서 보이듯, 함축적이고 단순명료한 색상 배치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재해석은 소재뿐 아니라 기법적으로도 시도되고 있으며, <화가의 꽃> 화집에서 보이듯 김 화가는 꽃을 표현하는 수단을 무한대로 갖고 있는 창작자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상상하고 물감으로 나타낼 수 있는 꽃의 ‘경우의 수’를 모두 표현했다고 할 만큼, 김 화가가 표현하는 꽃들의 묘사는 군집, 형태의 변화와 구성, 재질의 포착까지 어느 하나 동어반복으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더욱이 자식들을 잘 키워내 경제활동의 부담이 덜한 요즘, 김 화가는 사고가 정형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지금까지의 재해석과는 또 다른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결심이 꿈틀거린다고 한다. 

숙련된 색채감각과 화면 조형기술 속 변화, 내년 3월 글로벌 전시 준비 

작가의 뚝심과 고착화는 달처럼 앞뒷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인간적인 소재, 존재론적 설명에 충실한 김 화가는 30대 유학 이후로 대중과의 교감에 많은 공을 들인다. 대중들의 숨통을 틔워 주지 못한다면 원인을 유추해서 바꾸려는 타협 정신이 그에게 창작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라는 명성을 만들어 준 셈이다. <2020 KBB대상>의 문화예술인 선정소감과 변화 가능성을 묻자 김 화가는 “대중들이 열광하며 사랑해준 기존 스타일에 정착해 매너리즘에 젖을 까봐, 새롭게 시도를 할 때는 파격이 과해 만용으로 변질될 위험에 대해서 항상 숙고한다”고 전한다. 이는 사물을 사진처럼 똑같은 구상이 아닌 과장과 축소, 무정형성의 틀에서 형상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가공해 온 방법론을 천천히 수정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숙련된 색감과 화면조형이라는 반구상의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는 창작자라면 자연스런 이 과정을 탈피처럼 창작력 유지에 필요한 행위로 본다. 한편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올해는 앉은 김에 쉬어갈 만도 하지만, 김 화가는 관객들을 만나고자 올해 첫 글로벌 온라인전으로 펼쳐진 <코엑스 KIAF>, 그리고 지난여름 부산 벡스코 <국제화랑아트페어>에 ‘출석’ 했으며 12월 3일부터 7일까지 개최할 <부산국제아트페어 2020>에 선보일 그림 15-20점을 고르는 중이다. 그리고 작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자 계속 고민하며, 그 고민에 대한 결과물을 내년 3월부터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제 온/오프전에 최대한 선보이겠다고 한다. 특히 20201년 홍콩의 세계적인 페어인 ‘아트센트럴’에 출품해 한국 작가의 위상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김 화가는 이미 약 10년 전부터 매해 출전한 홍콩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쇼에서 입장 티켓에 작품이 출력되고, 수차례 솔드 아웃되었던 경험이 있기에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다작(多作) 내공을 유추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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