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한국 미술의 총체, 한국전통채색화의 재발견
반만년 한국 미술의 총체, 한국전통채색화의 재발견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3.1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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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청미술관 우청 김생수 화백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일반인들은 한국의 전통미술하면 먹을 사용해 그린 수묵화나 산수화가 전부이고, 색상이 많이 사용된 채색화는 외래에서 도입된 것이나 혹은 서양화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채색화’라는 말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조선조 성립 이후 산수나 사군자와 같은 자연풍물을 그린 수묵화가 주류를 이뤘고, 채색은 인물을 비롯한 세간풍속을 주로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제 36년을 거치며 우리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일본화 양식은 해방이후 ‘채색’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 수묵을 이용한 회화만이 한국화의 전통을 잇는 것이란 사조를 낳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통채색화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신과 삶, 민족성이 깃들어 있는 그림”이라 강조하고 있는 이가 있다. 지난 42년 간 한국의 전통채색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해 온 우청 김생수 화백이다.

잊혀지고 왜곡된 역사,
‘민화’가 아닌 ‘한국전통채색화’라 불러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 위치한 우청미술관은 우리 민화 작품 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민화 전문미술관이다. 본래 2016년 3월 금남로에 처음 개관했었으나 관장이자 전통채색화 화가인 우청 김생수 화백의 건강이 악화되어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7월 충장로에 재개관하게 됐다. 김생수 화백은 1977년 민화에 입문한 뒤 서울에서 화랑을 운영해왔으며, 이후 고향인 광주에 대한 애향심과 지역미술 저변 확대에 대한 큰 관심으로 광주로 내려와 작품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전통화에 매진해 온 까닭은 왜곡되고 잊혀져가는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이다. 김 화백은 “우리가 소위 옛 그림의 한 장르를 ‘민화’라고 부르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민화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일본의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붙인 이름으로서, 한국 미술을 하대시하는 인식이 들어가 있는 표현입니다. 민화보다는 ‘한국전통채색화’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 고유의 미술 사조를 보존하고, 훌륭한 작품들의 명성과 의미를 격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우리 역사에서 채색화는 오히려 수묵화보다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수묵화가 한국 미술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발점은 중국의 남종 문인화 사상이 유입되고, 조선시대 사대부들과 화원들이 이를 숭상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채색화의 경우 멀리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도 채색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신라시대의 건축양식인 사찰의 단청, 고려의 불화에서도 채색화는 회화문화의 중심을 차지해왔다. 조선시대에도 왕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일월오봉도’는 물론 초상화나 의궤도 등이 채색의 형태를 띠었으며, 청, 황, 적, 백, 흑의 ‘오방색(五方色)’을 기본으로 한 원색 숭상의 전통은 점차 민간으로 퍼져 흔히 ‘민화’라 불리는 조선 말기의 대표적 장르로 발전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화백은 “일제 강점기 이후 채색화를 일본의 그림이라 하여 배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수천 년간이나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스스로 내버리는 잘못입니다. 오히려 70년대 후반부터 채색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대되고, 우리만의 작품세계를 채색화에서 찾으려는 수많은 작가들의 노력으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전통채색화의 영역이 복구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화백은 스스로도 전통화에 현대적 기법을 가미한 작품세계 창달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기법은 이른바 ‘구륵법’이라 불리는 것으로,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으로 칠하여 나타내는 전통화법에 자신만의 또 다른 기법을 가미해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달밤에 용솟음치며 때를 기다리는 잉어를 그린 <도약>이나 담양군의 어느 마을을 그린 <우리마을>, 오래된 고송을 의인화 시킨 <고송의 고뇌>, 황룡이 되고자 하는 꿈을 그린 <욕망(등용문)> 등이 있다.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에 앞장서겠습니다”
전통을 복원, 계승하는 이러한 작업에서 우청 김생수 화백이 기여해 온 부분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한국전통채색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자신의 그림을 50여 점 가까이 기부하기도 했으며, 목포, 순천, 광주 등에 평생교육을 개설,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우청미술관에서의 강의 활동도 진행하고 있는 김 화백은 지금까지 약 200여 명 정도의 후학을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8년 사단법인 민화협회(한국전통채색화협회)의 창설에 힘을 보태며 미술협회에 민화분과가 개설되는 데에도 일조했다. 현재에도 그는 (사)한국미술협회 현대민화 활성위원회 위원장과 사)미술협회광주지부전통미술분과위원장, 한국전통채색화협회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주동구문화원과 연계해 한국전통채색화공모전을 6회째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외 교류전과 각종 전시회, 특강들을 개최하며 한국전통채색화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화백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말을 인용 강조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쌓아올린 빛나는 문화예술 가운데서도 한국전통채색화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삶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우리 5천년 역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민족을 잊지 않는 일이며,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라며, “한국전통채색화의 초석을 다지는 이 같은 활동에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통화 작가들이 다 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전통채색화가 더욱 대중화,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열정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 민족의 고귀한 정신과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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