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닮아 있는 행복한 삶의 이야기
꽃을 닮아 있는 행복한 삶의 이야기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8.11.16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명희 작가
한명희 작가
한명희 작가

[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행복’이란 쉬워 보이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감정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를 알면서 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장소에서 불현듯 행복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정겹고 다정한 행복의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꽃의 화가, 한명희 작가를 찾아가 보았다.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화폭에 담다
꽃은 아름답다. 화려하면서도 인위적이지 않은 빛깔과 은은하면서도 온 몸에 스며드는 향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그리고 말랑해진 그 마음에는 서서히 따스함이 깃든다.
한명희 작가의 작품은 ‘꽃’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 꽃을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의 작품 세계에 등장하는 꽃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무와 새, 나비, 푸른 하늘과 구름, 별이 가득한 밤하늘까지. 하나의 ‘생’으로서 존재하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꽃의 이야기들은 곧 작가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연결된다. 한 작가는 “누구나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 순진무구했던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의 신비함, 지나온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죠. 그 따스한 삶의 기억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한 행복은 씨앗에서 새싹으로, 다시 꽃봉오리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이야기와 무척이나 닮아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2018 GIAF 경남국제아트페어’에서 가졌던 「한명희 화가의 행복한 뜰의 이야기」 전시는 꽃을 대하는 한 작가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부조 형식으로 표현한 해바라기 안에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어린 스토리와 자연과 더불어 일어나는 바람, 구름, 햇빛 등의 상징이 담겨있다. 수십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큰 꽃송이를 이루는 해바라기의 형상과 종일 해를 바라보며 그 따스함을 가득히 받아내는 성질은, 수많은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 낸 ‘나’라는 사람과 그 안에서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과 닮아있는 듯도 하다.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 안에서 해바라기와 함께 표현되는 ‘행복이 가득한 유년시절의 뜰’은 진정한 행복이란 우리의 기억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한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작품 활동을 시작햇을 때부터 유년 시절의 다양한 추억을 소재로 삼기도 했죠”라며, “그림을 그리다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치유되는 걸 느끼곤 해요. 그림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절 평화로웠던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데려가주거든요”라고 말했다.

“작은 행복들을 모아 삶을 가득 채워나갈 수 있길 바래요”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명희 작가는 작품소재와 재료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최근 그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높낮이가 있는 부조(浮彫) 형식의 입체회화이다. 캔버스 위에 고무 형태의 새로운 소재를 조각하고, 그 위에 물감을 10회 이상 덧대는 식의 작업방식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실제로 지난 전시 출품을 준비하면서는 해를 넘기면서까지 한 작품에만 매달려야 했다고 한다. 
작품 하나하나를 작업하는 데에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일 년에 두 점 정도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고,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저에게 창작이란 무척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수없이 작업을 반복하기도 하고, 오랜 고민 끝에 그리기 시작했던 작품이 완성을 앞두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라며 작품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신체적·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탓에 몇 개월간이나 작품에서 손을 놓았던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그림에서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감동과 위안을 얻었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출품되는 작품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먼 길을 마다않고 전시회를 찾아주는 관객들이 있기에 밤샘작업을 하며 느꼈던 고단함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며 한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주는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우리 모두의 가장 큰 목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중요한 점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내가 행복해짐으로써 주위를 돌아볼 수도 있게 되죠.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행복한 시간이 조금씩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하루의 시간 중 행복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훗날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달콤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이듯 행복을 말하는 그의 그림 앞에 멈춘 걸음이 아마도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