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붓보다 먼저 도착하는 문인화로 표현한 사군자의 기운생동함
뜻이 붓보다 먼저 도착하는 문인화로 표현한 사군자의 기운생동함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11.15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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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난국죽이라는 고전 오브제를 현대의 콜라주 팝아트로 재해석하는 개인전 준비 중”
문인화가 이혜정 작가/ 대구 진천 사군자연구소
문인화가 이혜정 작가/ 대구 진천 사군자연구소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문인화의 주요 소재가 된 사군자는 7세기 당나라 시대부터 군자들이 덕과 심성을 식물에 빗대 시·서·화를 추구한 것에서 시작되어, 17세기 명나라의 진계유가 매난국죽에 ‘사군자’라는 호를 내리면서 동양문화예술에서 각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또한 성리학의 인의예지에 본성을 빗댄 사군자를 통해 작품 속에서 정신적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대구 진천 사군자연구소 소장, 문인화가 이혜정 작가는 월죽을 중심으로 사군자를 표현하며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문인화에 대한 심도 높은 철학을 전해 왔다. 전통을 기반으로 탄탄히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사군자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앞두고 있는 이 작가를 만나, 생명의 기운을 펼치는 붓끝의 신비로운 경지가 어떠한 것인지를 체험해 본다. 

난토유향
난토유향

 “서오락”거리며 피어난 사군자의 형상을 보고, 듣고, 취하다
 
사대부 문인들은 정쟁의 한가운데에서도, 한직으로 몰린 처연함에도, 만물의 덧없음을 느낄 때도 고요히 앉아 난(蘭)을 치며 심성을 가다듬곤 했다. 전통 문인화의 자연소재 중 으뜸에 속하는 사군자는 4계, 4방이라는 성향과 닮은 덕분에 유학의 4륜에 자주 인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인화를 예술적 관점에서 발전시켜온 대구 진천 사군자연구소를 운영하는 문인화가 이혜정 작가는 조선 말기 남종문인화가들이 발전시킨 사군자를 소재로 고전적 기법을 숙련해온 작가다. 이 작가는 동쪽을 상징하는 매화는 눈 속에서 봄날의 꽃을 피워내는 향기와 미로 고결한 ‘인(仁)’과 군자의 정신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차원부, 석축분, 윤평의 작품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남쪽을 상징하는 여름의 난초는 춘란과 건란으로 나뉘어 ‘예(禮)’를 상징하고 18세기부터 조선 사대부들이 즐겨 키우며 그림의 소재로 삼았는데, 일필로 완성하되 단 하나의 잎이라도 형세를 잃으면 안 되기에 맑은 정신과 연마된 필법을 지닌 고수들이 추구하는 문인화라고 한다. 이 작가는 가을의 국화는 서쪽과 ‘의(義)’, 황제의 색인 노랑을 띠어 군자의 ‘덕’을 상징하며 음과 양, 미와 추가 공존하는 동양의 관점에 따라 건강과 장수를 보장하는 약리학적 의미가 국화에 공존한다고 전한다. 북쪽과 겨울, ‘지(智)’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곧은 죽간과 사계절 푸르른 형상으로 절개수를 상징하며 탄생을 의미하여 군자들이 아껴 품은 식물이다. 이 작가 역시 복과 재물을 상징하는 달을 소재로 월죽도를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흰 화선지 위의 검은 먹을 품은 붓이 움직이는 “서오락, 서오락” 소리는 대죽 잎을 엮는 바람 소리와 닮아, 이 작가는 삶의 희로애락을 겪을 때 월죽도를 그리고 바라보는 것으로도 희망과 행운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녹죽동청풍
녹죽동청풍

붓이 그려내는 형상에 자신의 기를 실어 일필휘지하는 것이 매력인 문인화에서 사군자를 통해 작가의 뜻을 의탁하여 기운생동의 형상을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작가는 구체적인 형상보다 주관적인 형상을 간결하게 은유할 수 있도록 철저한 기본기를 갖출 것을 당부한다. “뜻이 붓보다 먼저 있어야 한다”는 이 작가의 조언은 예술을 창작할 때 생명을 펼쳐나가는 기세는 맑은 심령의 맥에 맞닿아 있어, 붓을 떼어 선을 마무리해도 번지는 먹물을 통해 일필의 기세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술학 박사 과정 중인 이 작가에 따르면, 전지 한 장 당 밑그림도 없이 10분 안에 완성되는 문인화에서 붓을 통해 마음속 기운을 표현하려면 최소 20년간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결부위, 꽃심의 번짐을 조절하는 것, 맺고 끊음의 오묘함은 전통기법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어느 한 부분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사군자를 순리대로 화선지 위에 칠 줄 아는 사람만이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 요소에 진입한다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이 작가는 동서고금의 훌륭한 작가들의 글과 작품들의 임화 과정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2004년도의 불화 <수월관음도>는 이러한 영감이 고취되면서, 부정을 벗어난 청정함 속에서 만들었기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한다. 예술을 통해 창작의도와 스스로의 내면을 보일 수 있는 문인화는 그저 접하고 보기만 해도 위안이 되기에, 예술을 가까이 하는 것이 심성의 안정에 좋다고 한다. 완성된 문인화의 매난국죽 식물 오브제를 중심으로 컨템포러리 아트 계열의 콜라주 기법으로 재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붓놀림이 끊어져도 이어지는 기운생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현재와 과거, 전통과 컨템포러리가 공존하는 표현 속에서 고전의 기운이 움트는 생동의 작업을 통해, 이 작가는 매난국죽의 행복하고 새로운 틔움을 꿈꾸는 것이다. 

청영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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