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OUT! 먹을 수 있는 ‘쌀’ 빨대를 만나다
플라스틱 빨대 OUT! 먹을 수 있는 ‘쌀’ 빨대를 만나다
  • 정시준 기자
  • 승인 2018.10.1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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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월간인터뷰] 정시준 기자 = 북태평양 한가운데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쓰레기 섬이 있다. ‘GPGP’라 명명된 이 섬은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흐르다 모여들어 탄생했다. 약 1조8,000억 개, 무게가 8만t에 달하는 이 쓰레기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고 버려왔던 ‘플라스틱(Plastic)’이다.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 플라스틱 제로운동의 확산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이 주지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유럽 각국은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을 위한 규제를 수립·시행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과 중국, 대만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에서는 지난 9월 4일, ‘대체가능한 일회용품 사용의 감축’을 주 내용으로 한 실천계획을 발표했으며, 그간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던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이로 인한 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서 체감된다.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지난 8월부터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9월부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해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종이 빨대의 실상이 생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종이’의 사용은 벌목을 전제로 한다. 종이 1t을 생산하는 데에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며, 가공에는 수천 kWh의 에너지와 수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와 폐기물도 발생한다. 즉,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일시적인 ‘대체재’는 될 수 있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 최초 ‘쌀 빨대’ 개발, 뛰어난 내구성과 친환경성으로 주목받아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대안이 바로 ‘쌀 빨대’다. 쌀과 타피오카를 원료로 만든 이 제품은 모양과 두께가 일반 플라스틱 빨대와 유사해 사용에 거부감이 없을 뿐 아니라, 물에 넣어둔 지 1~2시간 만에 흐물흐물해지는 종이빨대와는 달리 찬물에서 4~10시간, 뜨거운 물에서도 2~3시간가량 형태가 유지된다. 빨대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극소량의 소금과 설탕이 들어가지만 일반인들은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며, 사용 후에는 삶아서 파스타로도 먹을 수 있다. 기존에 출시된 식용빨대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짧은 유통기한의 문제를 극복해 밀봉 상태에서 보관하면 유통기한이 1년 가까이 된다는 점과 100% 자연 분해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쌀 빨대를 개발한 ‘연지곤지’의 김광필 대표는 “미국의 한 신생기업이 해초류를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든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식용빨대 개발에 돌입했던 당시만 해도 국내에 플라스틱 빨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적었고, 높은 단가로 인해 구매하려는 곳이 없을 거라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마저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개발을 단행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을 탄생시키기까지 그가 투자한 자금은 무려 20억 원. 매월 3억 개 정도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구축했으나, 관심이 급증한 요즘은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제품(3원)의 다섯 배(15원)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외식업체나 호텔 체인은 물론, 개인 카페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 대만 등의 해외 수출 계약도 논의 중 입니다”라고 밝혔다.

SBS 뉴스 방송화면 캡쳐
SBS 뉴스 방송화면 캡쳐

“미래를 위한 일에 기여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꽃신 브랜드로 출발해 지금은 식용빨대 분야의 유망 기업으로 떠오른 ‘연지곤지’의 향후 목표는 쌀 빨대에 이은 후속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그 동력을 잃지 않고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제품이 빠르게 보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여타 플라스틱 제품에까지 긍정적인 변화가 확산되어야 합니다”라며, “이에 저희는 포크나 나이프, 젓가락 등의 식기류와 아이스컵, 비닐까지 쌀로 만든 식용 제품군을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이미 아이스컵의 경우 90%의 공정이 완료되어 있으며, 11월에 개최되는 ‘2018 서울카페쇼’에서 이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내년 7월부터 일회용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대만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반응도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하는 요소다. 김 대표는 “대만은 버블티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음료 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시내 관광과 함께 버블티를 테이크아웃으로 즐기는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일회용 빨대의 수요가 매우 많습니다. 종이 빨대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만큼 저희 쌀 빨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며, 이에 버블티용 빨대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빨대 사업에 대한 사명감에서 시작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은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제가 하는 사업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관심과 성원에 자만하고 안주하기보다는, 일부 수익을 환경 개선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에 기부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작은 변화가 깨끗하고 건강한 지구를 위한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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