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으로 그려낸 사상과 철학, 인격과 이상 “서예는 끝없이 자신을 다듬는 길”
붓 끝으로 그려낸 사상과 철학, 인격과 이상 “서예는 끝없이 자신을 다듬는 길”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8.09.1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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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김동연 서예가
운곡 김동연 서예가
운곡 김동연 서예가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추사 김정희 선생은 “가슴 속에 청고고아(淸古高雅)한 뜻이 없으면 글씨가 나오지 아니한다. 문자향(文字香·문자의 향기)과 서권기(書券氣·서책의 기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명필은 단순히 글씨 연습만 반복한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인문적 교양이 그 사람 몸에 배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평생 지필묵을 벗해온 운곡 김동연 서예가는 “부지런히 붓을 들고 생각을 써나가면 반드시 하나의 작은 산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신만의 느긋하며 여유로움이 있는 작품을 써 내려가고 있다.

 

서예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다
40여 년간 법첩을 통해 전통서체를 두루 섭렵하고 옛 성현들의 지혜와 철학을 담아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운곡 김동연 서예가.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의 아름다운 서예를 알리고 있다. 
74년부터 국전에 출품하기 시작하면서 5번의 입선과 84년과 85년 미술대전에 연특선을 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로 등단한 운곡 선생은 현재까지 휘호한 금석물과 현판류만 해도 150여 점이 넘는다. 
특히 지역의 서예문화 발전과 목적으로 (사)해동연서회를 창립, 1972년부터 매년 회원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사)세계문자서예협회를 창립하여 이사장을 맡고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을 주관해 오며 국제서예교류를 활발히 이행, 한글서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초석을 다졌다.   
지난 20147년 9월 중국 초청으로 18일부터 20일까지 중국 하남성 안양시 소재 중국문자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개최, 한국작가로서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운곡 선생은 백제 가요 정읍사를 한글 고체와 한자로써 국한 서예작품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도모하며 한류의 문화 전령사가 되어 서예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날카로움 보다 유함, 그리고 느긋한 여유로움
1948년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난 운곡 선생이 처음 글씨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운곡 선생의 어린 솜씨를 보고 “일주일만 쓰면 나를 따라 오겠다”라고 칭찬을 한 것이 운곡 선생이 서예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고등학교 실절 운곡 선생을 항상 ‘김선비’라고 부르며 격려해 주었던 국어 선생의 격려로   서예가의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 
운곡 선생이 대학 1학년 시절, 장암 이곤순 선생과 함께 서울의 동방연서회 특강을 수강했다. 그리고 이 강좌에서 당나라 이전의 글씨를 임서하는 것이 자신의 글씨를 쓰는데 좋다는 가르침으로 인해 이때부터 고전 자료를 구해 부지런히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문서예 안진경체는 글씨의 골격이 되었으며 안진경의 ‘안근례비’를 통해 해서본을 익히고 예서에서는 조전비, 사신비 등의 임서로 ‘삼고’를 통해 행서의 여유를 터득했다. 
운곡 선생의 한글서예에서는 일중 김충현 선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일중 선생의 궁궁체는 선생의 한글글씨를 형성하는 뼈대가 되었고 한글고체에서는 광개토대왕비와 접목한 선생 특유의 양식을 만들었다. 부드러움과 중봉필의가 내함 되어 있어 자칫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움 보다 유함이 있고 무엇보다 느긋한 여유로움이 있다. 
끝으로 운곡 선생에게 좌우명에 대해 묻자, “죽는 날까지 부지런히 붓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쌓아나가면 반드시 하나의 작은산을 이룰 수 있다. 서예는 끝없이 자신을 다듬는 길이며 시대가 달라져도 유행이 바뀌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서예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운곡 선생. 그의 서예가로서의 삶이 무릇 서예를 하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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