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카페바움, 복합문화공간 ‘카페 8번가’ 첫 송년자선경매 개최
21세기 카페바움, 복합문화공간 ‘카페 8번가’ 첫 송년자선경매 개최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4.01.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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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숲에서 고래의 꿈을, 인간의 작업물로 가장 아름다운 시도”
원상호 작가/카페 8번가 대표
원상호 작가/카페 8번가 대표

‘네모’란 완벽히 차단된 형태지만 단 하나의 선만 빼내도 개방되고 2차원 시공간을 그려낼 수 있는 도형이다. 그래서 한데 뭉쳐 아우르고, 또 널리 퍼뜨릴 수도 있는 ‘네모’ 같은 미덕으로 예술가들을 모은 곳, 고래조형물이 반겨주며 ‘회기동 고래카페’로 불리는 카페 8번가 원상호 작가가 지난 12월 2주에 걸쳐 송년자선전시와 첫 자선경매를 개최했다. <네모놀다> 시리즈 창작자이자, 카페 8번가의 운영자, 그리고 ‘8번가갤러리’ 예술기획자로 활동하는 원 작가의 근황과 2024년 새해를 맞이해 국내 예술계에 보내는 그의 따뜻한 덕담을 소개한다. 

<into the K-Abstract>, 예술가의 이름으로 따뜻한 시선을

예술로 노래하는 21세기의 대중살롱, 38회 국제HMA예술제 우수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한 <네모놀다> 테마의 조형예술가 원상호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 8번가에서 오픈 최초로 오프라인 자선경매가 열렸다. 지난 12.1-14 일정으로 개최된 송년자선전시 <into the K-Abstract>에서는 원 작가와 8번가갤러리의 김병칠, 박종하, 박준수, 신재돈, 윤정원, 이소, 이태량, 임광규, 정재은 작가의 작품이 소개됐는데, 카페 8번가 지하 1층에서 개최된 오프라인 첫 자선경매와 전시수익금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됐다. 원 작가는 “좋은 작품이 많고, 작가들도 흔쾌히 부담 없는 가격에 작품을 기부해 시작가 20-30만 원대의 작품들을 소장할 기회를 만들게 됐다”며, 일반 전시경매와 다르게 연말 파티처럼 즐거운 행사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원 작가는 그간 홍릉문화센터와의 모바일연동 공동기획사업 등 다양한 이벤트로 코시국 무렵 침체됐던 대학가 인근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사)21세기청년작가협회의 멤버로서 국가지원정책을 탐색해 청년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며 중견작가들에게도 문화공간에서 예술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온 바 있다. 취미이던 그림으로 디자인 업을 시작했던 그가 보다 자유로운 ‘자신만의 창조’를 하고자, 직장생활 대신 바 겸 레스토랑을 10년 운영하다 복합문화공간인 카페 8번가를 연 지는 11년이 넘었다. 그래서 작가로서도, 동료 작가들을 위해서도 작품을 보여주고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이는 요식업과 예술, 차 한 잔 담소와 전시공연이 공존하는 이 ‘고래카페’가, 문학, 미술, 철학 전문가들이 일반 카페손님들과 만나던 라이프치히 카페바움을 한국화 한 명소로 비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래의 뱃속, 우리 일상 속 예술을 말하다

회기-경희대 인근의 유일무이한 카페 겸 전시공연장으로 잘 알려진 카페 8번가는 원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인테리어 해 유니크함이 살아 있다. 작가와 대중이 소통하고 상설미술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이곳은, 카공족은 물론 카페의 상징인 강아지 ‘라떼’의 팬 사랑방,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래퍼 자메즈의 버스킹 공연 등 장르와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문화와 예술이라면 모두 환영받는 곳이다. 견고한 철골로 된 고래조형물을 지나 1,2층은 카페공간으로서 항상 음악이 흐르고, 지하는 공연장과 전시장을 겸하며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원 작가의 손길이 깃든 일종의 작품이다. 또 연 15-20회 정도 포트폴리오와 미팅, 직접섭외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를 열어 공간이 부족한 작가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며, 카페 주인으로서도 커피와 차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오리진 커피를 내리고 8번가 고래커피/고래콜드브루처럼 유럽의 맛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브루잉한 카페문화를 제안한다. 

“청년들의 발길이 잦기에 지난해 유명 프랜차이즈에 도입돼 큰 사랑을 받은 버터바를 디저트에 도입하는 한편, 딸기쇼트와 바닐라슈 같은 오래되고 정통성 있는 메뉴도 건재하다”는 그는, 마찬가지로 청년문화의 중심에 있으면서 생활이 안정된 원로 작가와 아직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신인 작가들의 중간지대에서 지원이 부재한 가운데 노력하는 30-50대 중견작가 세대에게도 애정 어린 시선을 보인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고래의 뱃속, 8번가 카페는 원 작가의 캐시카우인 한편, 19세기 유럽의 살롱처럼 자기표현에 늘 목말랐던 예술가, 자격증시험에 바빠 문화공간을 찾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따스한 중립지대인 것이다. 

사각프레임 안의 추상 오델로게임, 자연과 인위성 속 우리 모습

스스로를 “20여 년 차 요식업 종사 중”이라 소개하는 원 작가는, “이렇게 카페주인으로, 전시기획자로도 열심히 일하지만 본업은 아티스트”라고 덧붙인다. 그는 코엑스 KIAF와 마이애미 스쿱을 비롯해, 지금까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아트페어에 참여해 왔으며 사각 프레임 안에 반부조, 콜라주, 평면회화, 조각까지 다양한 네모 큐빅 오델로게임을 전개하는 <네모놀다> 테마작가다. “네모는 자연에 없는 인간의 인위적 산물인데, 바둑과 체스, 장기처럼 지혜로운 경험과 무한한 감성의 확장과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를 표현하고자 한때 생명이 있었고 순수한 물성을 지닌 나무를 가공해, 인간의 작업물인 조형물 안에 희로애락과 인생, 인간관계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디자이너이자 화가로서 그는 캔버스 위에 원색을 덧붙여 생생한 즉흥성을 나타내고, 사각형태 오브제를 피규어처럼 얹어 세상이라는 네모 틀 속 네모인간들의 내면을 그려 왔다. 또 고래처럼 라인을 따서 부식에 강한 철 조형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가 진짜로 좋아하는 소재는 감성과 이성, 자연과 인위성이 어우러지는 나무다. 그래서 그는 공연전시장과 카페를 구분하지 않고 어우러지게 만들었으며, 2024년에도 더 좋은 전시와 공연을 섭외하고 지금처럼 맛있는 커피와 베이커리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언제나 나는 작가로서 지금보다 더 많은 창작을 하고 싶지만, 수많은 작가들은 늘 기본적인 전시공간과 좋은 기획자를 갈망한다. 그래서 나의 1인 3역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도 나만의 ‘네모 놀이’에 꾸준한 영감을 준다”는 그는 작가로서도 더 많은 도전을 약속하며, “새해에도 창작자와 예술 후원가로 최선을 다 하겠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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