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맞은편은 우백호가 답, ‘실존하는 영물’ 호랑이의 본격 귀환
좌청룡 맞은편은 우백호가 답, ‘실존하는 영물’ 호랑이의 본격 귀환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4.01.1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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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전문화가 포산 김태형 작가
호랑이 전문화가 포산 김태형 작가

한/중/러에서 각각 행하는 백두산호랑이 복원은 꽤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속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호랑이 혈통관리는 국가차원의 보존사업이며, 한국과 북한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국경 인근 호랑이 출몰소식마다 이들의 추가서식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호랑이의 가치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호랑이 극사실화를 시도해 온 전문화가, 포산 김태형 작가의 2024년 청룡의 해도 청룡의 라이벌 와호, 혹은 좌청룡 우백호 공식에 맞게 더욱 바쁠 전망이다. 호랑이에 관한 애정과 탁월한 관찰력으로 호랑이의 위엄과 가치를 되새기는 ‘호랑이의 귀환’ 시리즈를 이어가는 김 작가의 근황과 그의 호랑이론을 직접 들어보았다.

청룡의 해에도 계속되는 호랑이의 인기, 성숙한 백호의 기백 담다
2024년 갑진년, 호랑이 전문화가 포산 김태형 화가는 검은호랑이해를 준비하던 2021년보다 더 바쁘다. 호랑이의 해 2022년도의 의뢰가 앞뒤로 많았지만, 공교롭게도 청룡의 해라서 ‘상상 동물’ 용의 호적수이자 실존하는 동물인 황호와 백호에 익숙한 이들이 많은 까닭에 호랑이에 대한 관심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용인의 ’판다 곰주’ 푸바오의 올해 중국귀환을 앞두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이들 사이에서, `88올림픽 호돌호순 커플의 손녀딸로 동물계 국민첫사랑 원조이자, 근친혼을 막고자 20년 전 북한에 시집보낸 국내 첫 출생 백호인 베라의 사연도 다시 부각될 정도다. 이렇듯 여러 모로 시베리아호랑이와 백호에 대한 관심사가 시들지 않는 까닭에, 김 작가는 ‘좌청룡 우백호’에 열광하는 많은 이들의 요구에 맞춰 2024년에는 백호의 기백을 더욱 심화해 다룰 예정이다. 보통 호랑이 그림은 최소 2주에서 100호 이상의 경우 3-6개월이 걸리니, 그는 체력과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어 주저앉을까봐 오히려 호랑이해가 끝나도 안식년을 갖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또한 아무나 호랑이 그림을 못 그린다는 이유는 ‘호랑이의 안광을 본 자는 완전히 홀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는 “호랑이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개체감소로 과거의 영예를 잃은 그들의 위엄을 화폭에 재현하겠다’는 다짐 때문에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전한다. 그런 영적인 요소 덕분인지, 김 작가의 호랑이는 포효하는 위엄이든, 측면의 우아함이든 각자의 이유로 선호되며 홀로, 혹은 배경 속이나 군집의 형태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덕분에 대부분 개인소장으로 선택됐다. 그래서 김 작가는 3년 전부터 러프스케치를 토대로 초기작들을 복원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꿈에서 느낀 신수(神獸), 호랑이가족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그림
한국을 상징하는 극사실주의 구상 호랑이 작가이자,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의 위엄에 빛나는 그의 피사체인 한반도 호랑이 그림과의 인연은 꿈에서 시작되었다. 소나무 숲 속 상서로운 빛을 따라 아름다운 골짜기를 걸어, 사자무리로부터 공격받을 때 홀연히 나타난 호랑이 한 마리와 그의 무리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감격하며 잠에서 깨어난 그는 호랑이에 ‘가족’의 개념도 넣으며 다양한 표정과 성향까지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호랑이를 찾아 동물원과 각종 자료들을 탐독하게 된 그는, 호랑이와 물아일체를 이루며 마치 가족처럼 여겼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베리아호랑이에 매혹되었다고 한다. 그는 작은 열대 벵골호랑이와 달리 높은 기개와 큰 덩치를 지닌 시베리아종의 진하고 절제된 띠무늬, 무게감과 내면의 깊은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묵직한 저작근과 나부끼는 갈기를 지닌 이들의 위엄을 되찾아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동물원에 살아도 높은 산지와 얼음산천을 누비려는 기백, 연 2회 털갈이 중 9월 이후부터 풍성해지는 고양잇과 특유의 성향도 그에게 목탄과 세필을 쥐게 만들었다. 말의 갈기를 표현하는 데 뛰어난 그였지만, 호랑이는 김 작가의 화풍을 발전시키는데 더 없이 귀한 신수(神獸)이자 한반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그의 리얼리즘에는 섬세한 관찰력은 물론, 모든 짐승을 얼어붙게 만드는 안광에 때때로 고뇌가 깃들어 상념에 젖게 하는 호랑이의 감성까지 들어 있다.

“파격적 변화보다 귀하고 가치 있는 호랑이표현 심화에 힘쓸 것”
호랑이는 성체가 되면 부지런히 산지 전체를 영역으로 삼는다. “한 번 쉬다 영영 쉴 것 같아 쉬지도 않는다”는 김 작가의 예술세계도 호랑이를 닮았다. 항상 호랑이 하나만 보며 작업에 정진해 온 김 작가는 스스로도 사교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호랑이를 담은 채 호랑이 형상을 그리는 화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그의 호랑이그림을 귀하게 만드는 것은 실존 호랑이의 혼까지 담긴 듯한 표현력이다. 오직 흑백 그라데이션만으로도 백호와 황호 구분이 되고, 황호의 붉고 흰 털 부위까지 구분되는 컬러조화는 수준급이다. 질감 표현에서도 골프 박태영 선수 소장작인 <Determination>처럼 감실거리는 흰 털 위에 쌓인 흰 눈송이까지 극사실적 표현의 정점을 달린다. 먹잇감을 응시하는 주름진 양미간, 사물을 가늠하는 불규칙한 수염, 어둠 속 각이 잡힌 자태, 햇살 아래 고양이처럼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모습은 모두 그들의 24시간 365일의 일상을 차고 넘치게 관찰한 그의 경험 덕분이다. 그래서 자신의 상징을 호랑이라 규정하는 유명인들도 종종 그림을 의뢰한다. 또한 스페인, 일본, 프랑스에서의 호평에 이어, 2017년 LA 미 법무성 DEA 연방마약수사청 희생자후원기금특별전에서의 인기 덕분에 미국에서도 호랑이 대작전시의뢰가 매년 오지만, 그는 작품 수가 적다는 이유로 고사하고 작업에 정진했다. 김 작가는 하나둘 떠나보낸 세 자리 수 단위의 작품복원이 점점 늘어서, 2025년경에는 1백여 점 규모의 특별한 대작 전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해 온 작업은 계속 이어진다. 심화하되 한결 같은 이미지구현을 이뤄내겠다는 나와 호랑이와의 약속은 올해도, 그 이후에도 여전히 굳건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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