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도 조연도 아우르는 최상의 화음, 국내 만돌린 문화의 대표 선구자
주연도 조연도 아우르는 최상의 화음, 국내 만돌린 문화의 대표 선구자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4.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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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파 만돌린 박사 1호로 교육과 공연, 문화 저변확대 이끌어”
베니시모 만돌린 오케스트라 이국표 지휘자
베니시모 만돌린 오케스트라 이국표 지휘자

‘베네’는 이탈리아어로 ‘좋다’는 의미다. 이 베네의 최상급 표현인 ‘베니시모’를 간판에 내건, 베니시모 만돌린 오케스트라는 능히 이름값을 할 만큼 국내 만돌린계의 큰 획을 그은 단체다. 취미로 시작한 만돌린으로 본토 이탈리아에 유학 후 국내 첫 만돌린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해, 최고의 만돌린 연주자들을 기르고 수많은 챔버와 오케스트라 멤버를 모은 이국표 지휘자는 음악감독에서 지휘자(마에스트라), 교육자를 아우르며 명실공이 국내 만돌린 선구자로 불린다. 다양한 연주와 음악선교, 해외 자매결연, 2022년 미국 카네기홀 진출까지 값진 행보로 가득한 이 지휘자를 만나 오랜 만돌린 사랑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국내 만돌린 오케스트라 카네기홀 진출 1호, 연주와 후학양성까지
앤드루 카네기의 영혼이 담겨 예술가들의 오랜 꿈이기도 한 미국 카네기홀은 작은 홀에 서더라도 세계 연주자들의 주요이력으로 인정받는 장소다. 선정절차가 복잡한데다 전 세계 악단과 경쟁해야 해서, 실력은 기본이며 행운까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중 와일리사이틀 홀에 당당히 입성한 한국의 베니시모 만돌린 오케스트라는 2022년 5월 24일, 국내 첫 카네기홀 진출 만돌린 오케스트라로 기록될 <컬러풀 코리아> 갈라콘서트로 20여 분간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부터 루야만돌린, 하랑만돌린, 드림만돌린, 자운영만돌린 등 다양한 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이국표 지휘자는 그중 루야/하랑/드림 멤버를 모아 2018년 베니시모 만돌린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코로나 전엔 1백 명 이상의 단원들과 성남아트홀 등 대규모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활동을 했고, 이후 30여 명 정단원으로 개편되어 활동 중인 이들은 단연 만돌린 연주계의 ‘드림팀’으로 불릴 만큼 출중하다. 아마추어 단원들을 프로수준으로 다듬는 교육자이기도 한 이 지휘자는 단원규합과 해외일정에 좋은 휴가 시즌에 굵직한 일정을 잡아, 2023년에는 2월 제48회 도쿄 <만돌린과 기타 콘서트>와 우에노공원의 노숙자들을 위한 1시간 자선공연을 열고, 8월 24일 한국-스페인수교 73주년 세라믹팔라스홀 교류음악회를 마치자마자 8월 29일 레이톤하우스 런던을 시작으로 9월 10일 비엔나 뉴호프플랜테이션처치까지 16명의 단원들과 영국/폴란드/오스트리아 3개국 7회 투어를 순회했다. 크리스마스시즌 12월에는 15일 용인새움타워 고기리 송년페스티벌, 17일 평촌아트홀 한국스트링음악협회 정기연주회를 각각 이끌어 서정적인 화음도 들려주었다.

작지만 다재다능한 리듬과 멜로디의 조화, 천상의 악기 만돌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비발디의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G장조>에서 볼 수 있듯 만돌린을 사랑한 작곡가들 덕분에 유럽에서 만돌린의 입지는 높다. 류트를 닮아 예쁜 이 악기는 더블4현으로 된 미니 8현기타로, 그 자체로 환상적인 코드화음을 만들면서 합주를 하면 신비로우며 장엄한 분위기까지 낼 수 있다. 또 척박한 국내 만돌린 환경에서도 음악을 꽃피운 비결은, 종교음악 연주에서 피아노 못지않은 다재다능함의 악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케스트라의 핵심으로서 이 지휘자의 성향은 바로 일본식의 맑고 깨끗한 아기자기함보다 정통 이탈리아식의 중후함과 묵직한 점잖음, 진지한 곡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만돌린의 영혼까지 이해하고자 이탈리아 언어와 문화습득에 애썼다”는 이 지휘자에 따르면, 개인연습과 합주에 유리해 비전공자들도 1년이면 기본기를 떼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또 레슨과 파트별 심화연습 후 시간을 쪼개 각 팀별로 차병원 및 케어센터, 양로원 등 다양한 봉사공연을 경험한 덕분에 어느 무대에서도 충분한 기량을 보여준다고 한다. 만돌린 선진국이기도 한 일본팀과 자주 교류한다는 그는, 장르 선정에서도 카네기홀에서 찬사를 받은 <아리랑>과 <Time to Say Goodbye>, 세라믹팔라스에서의 정통 이탈리아테마, 그리고 OST인기곡인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등 클래식의 대중화에도 일가견이 있다. 또한 이 천상의 음악으로 그는 스페인과 루마니아 해외협연에 참여했고, 2020년에는 필리핀교도소 자선행사 나환자 위문공연처럼 마약과의 전쟁, 질병으로 수감율이 높아진 나라에서 음악으로 인간의 사랑과 감성을 전하고자 노력해 왔다. 

만 50세부터 석/박사 취득, 이탈리아 본토 식 ‘만돌린 지휘’ 마스터
흔히 대중들이 갖는 여성지휘자(마에스트라)의 이미지는 <타르>, <필하모니아>, <마에스트라>에서처럼 다소 어둡고 목표 지향적이나, 실제로는 안토니아 브리코, 조앤 팔레타, 마린 알솝처럼 ‘마에스트로’로 통칭되는 스타일이 대세라고 한다. 또 만돌린 중심 편성으로 활동하는 이 지휘자는, 낭만주의 시대의 파니 멘델스존처럼 꼼꼼하고 화합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에 가깝다. 이 지휘자는 중학생 시절부터 전교생과 교직원 2천 300여 명 앞에서 애국가와 교가를 지휘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는데, `90년대 만돌린을 취미로 시작하고 만돌린 지휘를 시작한 이래 만 50세로 백석대 대학원 음악교육 석사, 이탈리아 일쎄미나리오 석사, 이탈리아 로마와 아스콜리 피체노에서 만돌린/지휘과정을 제대로 밟고 박사를 취득해 귀국했다. 1997년부터 만돌린협회 전국페스티벌을 개최하는 한국은 음대에 만돌린학과가 없어 아마챔버와 교회/성당단위 활동이 많았기에, 그는 유학파 겸 국내 1호 만돌린박사라는 기록도 있다. 한편 이 지휘자에 따르면, 교회와 성당은 종교활동 외에도 훌륭한 연습장소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연습은 물론 레슨, 교육에 힘써왔기에 음악감독 시절 남성지휘자와 번갈아 팀원을 이끈 그는, 이제 곡선정과 지휘까지 모두 담당하는 ‘교육자 마에’가 되었다. 수많은 공연경험을 통해 그는 시즌, 관객취향을 고려하며, 국내외 공연 모두 마치 음악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듯 탁월한 곡 선정을 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폴란드 음악페스티벌에서는 종이 태극기액자를 선물 받을 정도로, 그는 유럽의 심장에 한국의 영혼을 담은 만돌린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에서 민속음악까지, 풍부한 파트별 성부 가능해 더욱 매력적
미국에 밴조가 있듯, 유럽 전통 대중음악을 이끈 이탈리아의 악기 만돌린은 베이스에서 소프라노까지 전 음역을 재현하는 악기로 꼽힌다. 만돌린, 만돌라, 만도론첼로, 만도로네 콘트라베이스로 솔로-듀오-트리오-챔버-앙상블-오케스트라를 구성하며 클래식과 민속음악 총보를 생략 없이 편곡할 수 있는 풍부한 음색 덕에, 만돌린은 음악사조의 숱한 변화 속에서도 현대까지 건재한 악기라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우수한 만돌린의 한국 대중화에 힘써온 주역이기도 한 이 지휘자는, 2007년부터는 우쿨렐레도 시작해 국내 대중화를 이루고자 연주봉사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만돌린 레슨에서는 자세와 소리, 터치, 음색 조절과 정확성을 강조하는 그는 한국도 일본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고 80이 넘어서도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5년 차 음악가이자 최대 22년차 고참단원들과의 인간관계 조율에도 뛰어난 팀원, 박서경 총무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그는 “뇌의 퇴행을 줄여주는 똑똑한 악기 만돌린은 고음, 저음, 큰음, 작은음 파트구분과 뚜띠(유니즌)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우리 단원들은 내 소리만큼 동료의 소리에도 집중하고, 주연과 조연, 조력단역까지도 모두 빛나는 하모니를 낼 수 있다. 이 요소들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융화하는 마에스트로 역할에 만족한다. 나는 앞으로도 ‘베니시모’의 영혼으로 살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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