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관점과 실험정신의 가치, 갤러리 트랜스휴먼 디렉터아티스트
주체적 관점과 실험정신의 가치, 갤러리 트랜스휴먼 디렉터아티스트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3.11.2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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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과 관념의 외연을 확장시켜 호접몽을 꾸는 트랜스휴먼의 인간애”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처음 만들어낸 이름, 트랜스휴먼은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의 영생기복, 18세기 유럽 백과전서파 콩도르세가 예측한 신인류 계몽사상과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의 포스트휴먼주의로부터 비롯된 개념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들의 정체성을 노장사상의 관점으로 성찰하고 자크 아탈리의 현대 유목민 이론에서 착안한 ‘트랜스휴먼의 네오노마드’를 표현하는 아티스트 기옥란 작가는 갤러리 트랜스휴먼을 개관하고 서양과학과 동양철학을 집대성한 스토리텔링에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편향적 영성이나 문화 지체의 위협을 생명의 존엄에서 비롯된 우주관으로 극복해 화합을 지향하는 기술옹호론자, 기 작가의 근황과 날로 새로워지는 그의 이데아 페르소나 트랜스휴먼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름: 트랜스휴먼, ID: 4D-3F, 거주 지역: 네오노마드의 모든 우주
‘트랜스휴머니스트’ 기옥란 작가는 예향(藝鄕) 호남의 전남대 미대와 동 대학원, 조선대 미술대학원 박사학위를 거쳐 쾰른 메세홀 국제아트페어전에서 호평받고 회화인문학자로 도약하는 실험정신의 예술가다. 그의 2023년은 5월 광주 전남대 치대 아트스페이스갤러리 초대전, 킨텍스 대한민국미술박람회, 8월 세텍 뱅크아트페어, 지난해에 이어 특별한 찬사를 받은 9월 호남 최대 국제아트페어 <아트:광주:23>등으로 바빴다. 뉴욕과 베를린, 파리와 베니스를 거쳐 홈그라운드 한국에 안착한 트랜스휴먼의 여정은 세계 갤러리에 K-아트를 보여주는 자부심이기도 했다. 피카소적인 원색과 스타일의 분해 재배치가 아직 대세인 파인아트 인물추상 경향 속에서 기 작가가 눈에 띄는 이유는 ‘트랜스휴먼의 모범적 일대기’로서 구성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4D라는 이름의 디자인/DNA/디지털/디비니티, 3F라는 감성/여성성/상상 기반인 트랜스휴먼의 네오노마드 영역은, ‘상상의 생물’ 인간의 뇌 공간으로부터 탄생한 만큼 활동 영역도 무한하다. 지난해부터 해체와 재구성 요소가 더한층 강조된 그의 트랜스휴먼들은 2020년 초 코로나시즌 중 ‘원형에 대한 사유’를 거치면서, 인간의 정신성을 DNA 구조와 세포막, 심지어 회로와 갑골문자 등 인간의 문명 요소를 대입해 초월적인 호기심에 도달했다. 배려와 조화로 교감하기 시작해 고차원적 공감을 알며, 문명의 상징인 측은지심과 역지사지까지 깊어진 ‘네오노마드의 슬픔’, ‘이방인의 산같은 슬픔’은 언어의 해리(解離)를 보여주는 뇌, 기능 잃은 부품을 마치 꽃잎 잃은 코스모스처럼 그려낸 눈 부위로 기계문명의 감성을 다른 각도에서 나타낸다. 그리고 원형을 잃어가는 나무와 산에서 볼 수 있듯이 해체된 오브제, 비대칭 형상들은 2023년에서도 또렷한 색채로 재현되고 있으며, 기 작가의 소재에 대한 재해석과 영적인 측량에 따라 교감으로 융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주공간을 닮은 얼굴도 푸르고 또렷한 공간으로 응축되어 한 장의 그림이 되었다.

노자의 유무공존 실체 현상학으로 채색된, 네오노마드적 삶과 감정 요소
기 작가의 네오노마드 공간이 모든 이념과 문명, 자연생명체들의 공존을 암시하며 디스토피아와 대척점에 있듯, 2차원에서 3~4차원의 형상으로 붓과 물감을 떠나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듯 포토그래피, 설치미술과 오브제를 오가는 것은 노장사상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가 콜라주 오브제로 애용한 CPU 쿨러와 키보드 조각 외에도 고대문자와 도형기호의 공존, 아크릴과 옻칠을 동시에 다루는 성향, 꽃을 볼 때도 뿌리의 존재를 인식하는 감각도 그렇다. 우주의 개념을 유/무의 공존이자 실체가 고정되지 않아 광활한 현상학 관점으로 본 노자의 이론이 서양철학자들에게 재해석돼 우주가 공허 대신 질량의 기원인 암흑물질과 미지 암흑에너지로 채워졌다고 귀결되었듯이, 장자의 나비도 국경을 넘어 ‘나비효과’의 주역이 된 것에 기 작가는 주목한다. 이는 분해와 재구성이 네오노마드의 출입증 역할을 하는 것과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도가의 우주관을 동시에 설명한다. 지금은 폐기된 우주 프렉탈이론도 마인드 맵핑에서는 비존재를 반증하지 못하면 절반의 존재를 보장한다는 이론에 따라 다른 시공간의 오비탈로 존재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체와 객체의 관점과 가치판단의 이동을 중시하며, 외부 주입된 가치관으로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 트랜스휴먼이기에 그의 초상은 형상의 직시인 동시에, 인식론의 정형성을 깨뜨린 추상에 속한다. 그래서 그림, 콜라주, 사진, 영상, 평면설치추상을 거쳐 그림으로 다시 돌아온 비고정 상태의 자유로운 트랜스휴먼 형상 또한 “우주와 교류하는 인류문명의 의인화”이자, 속세의 이상향을 추구하면서 속세의 요소를 떠나지 않는 노장사상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이것이 바스키아의 천진한 화풍과 기 작가의 트랜스휴먼적 순수함이 실은 다른 영역에 있으며, 초월자의 감성과 기하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를 얻는 이유다.

갤러리 트랜스휴먼 개관 목적은 국내 미술 저변 확대와 예술 디렉팅
한편, 갤러리 트랜스휴먼의 관장 기 작가는 특정 미술사조에 묶이지 않는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한다. 지금도 꾸준히 동양 전통 철학을 공부하고, 노장사상의 독서토론과 연구를 병행하는 기 작가는 관계와 소통, 우주와 은하수에 대한 동경, 트랜스휴먼이라는 존재로 우주론적 인간애의 성찰을 꾀한다.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으로 성장, 진화를 아우르는 열린 마음의 그는, 문명의 완성품을 도트라는 DNA 단위로 쪼개고, 인류가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문명의 요소로 선택한 ‘음악’을 악기와 음표로 형상화해 트랜스휴먼의 품에 안겨 주었다. 기 작가의 추상과 반추상적 네오노마드 영역은 진화가 곧 탈피라는 생물학적 명제에도 부합한다. 트랜스휴먼을 움직이는 영성이자 원동력은 곧 관점의 주체성이기에, 이목구비가 재배치된 추상 인물화들이 지난 100년 동안 의도가 파악되어 일종의 ‘계획적 구식화’같은 진부함의 함정에 빠진 반면, 기 작가의 해체된 구성은 지금까지 시도한 형상이 집대성되어 평면적으로 채색된 그림임에도 조형적 형태의 표현력뿐만 아니라 그 주제 의식만으로도 독특한 조형성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은 물론, 열린 시각으로 창작하는 국내외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자, 미술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작가 겸 큐레이션 디렉터로 1인 2역을 시작한 기 작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갤러리 오프닝 행사 전시에는 생황, 대금, 첼로, 성악 등 아름다운 음악회와 <동학혁명과 5월 광주항쟁>을 주제로 한 강연과 전시를 해서 관람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또한 국제아트페어<아트:광주:23>의 118개 아티스트부스에 갤러리 트랜스휴먼으로 참여하고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초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초대전과 단체전에 꾸준히 참가해 온 기 작가는, 11월 갤러리 트랜스휴먼, 갤러리영 에서의 전시 이후 내년 1월 용산아트홀 개인전과 2월 코엑스 아트엑스포전, 3월 롯데호텔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용산아트홀 개인전에서 기 작가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살며 영성의 우주공간을 탐색하는, 트랜스휴먼의 모험을 이어 신작이 포함된 대작 위주의 50점을 대중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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