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VPS를 기반으로 공간 컴퓨팅 OS를 개발하는 기업
고정밀 VPS를 기반으로 공간 컴퓨팅 OS를 개발하는 기업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3.09.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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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학교, 빌딩과 도시를 살아있는 컴퓨터로 만들기”
㈜브이알크루 최성광 대표
㈜브이알크루 최성광 대표

메타 퀘스트 프로에 이어 지난 6월 애플의 비전 프로가 발표 되면서, 단순한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보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형태의 MR(혼합현실)이 확장현실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공간 컴퓨팅’은 이러한 확장현실과 사물인터넷에 의해 구현될 차세대 컴퓨팅 환경으로 현실과 가상의 정교한 중첩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브이알크루는 디지털 트윈과 현실을 서로 정교하게 포갤 수 있는 일명 ‘VPS’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국내에서 가장 정확한 VPS를 바탕으로 공간 컴퓨팅을 위한 클라우드OS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한 브이알크루를 방문해 미래의 OS와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차세대 측위기술 VPS, 국내 최초 KTL 공인인증 추진
2020년 설립된 ㈜브이알크루는 자체개발한 고정밀 VPS를 기반으로 MR 및 공간 컴퓨팅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폭스바겐, 르노, 닛산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비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대중을 위한 최첨단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온 이들은, 세계점유율 1위인 Xreal과 MOU를 체결하고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AR글래스 제품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게임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성과학고를 졸업하고 포스텍 물리학과를 자퇴한 최성광 대표는 과기부 주최의 모바일기술대상에서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기록을 남겼으며, 현재 경북도청 민관합동 메타경북 공동위원장으로서 경상북도 내 메타버스 관련정책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브이알크루가 글로벌 기준을 웃도는 성과를 거둔 분야는 바로 VPS로, 미터 단위의 GPS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로 줄인 차세대 고정밀 측위기술이다. VPS는 GPS가 작동하는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와 지하 등 모든 공간에서 현실과 가상의 좌표계를 통일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은 서로의 위치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은 공간 컴퓨팅의 핵심이다. 브이알크루는 기존의 모든 측위 시도들이 실패했던 가장 극한의 환경, 특히 어둡고 고온에 분진도 많은 제철소 내에서도 오차 5cm 이내의 높은 신뢰성을 입증하면서 국내 최초로 정밀측위기술로서 KTL 공인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VPS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토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VPS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가상과 현실 사이의 오차가 줄어들게 되고, 이를 통해 가상의 대상들은 현실을 더욱 정확하고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메타버스 혹은 증강현실의 기반인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매우 정밀하게 포개지게 되고, 그로 인해 현실과 가상이 서로의 위치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각 사용자의 AR글래스는 현실에 지리적으로 포개진 디지털트윈을 즉각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되고, 사물에 접속하거나 제어함으로써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공간 컴퓨팅의 열쇠는 바로 VPS 기술입니다.”

공간 컴퓨팅을 위한 ‘외장형 뇌’, 클라우드OS 개발
최 대표는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컴퓨터로 작동하게 되는 공간 컴퓨팅 시대에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컴퓨터의 디스플레이이자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는 것일까. 최 대표는 그것이 바로 클라우드OS라고 말한다.
“50~6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은 전선의 연결이라는 물리적인 형태(hard-wired programming)로서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기존의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는 전선을 뺐다 꽂는 재 연결 작업이 필요 했습니다. 이처럼 그 당시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였으며, 그러한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OS 역시 하드웨어 자체를 의미 했습니다.
그러나 70~80년대에 이르러서는 OS가 하드웨어와 분리되어 별도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OS를 디스크에 담아 어느 컴퓨터에든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디스크OS를 우리는 ‘DOS’라는 명칭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OS를 별도로 판매하는 이러한 전략은 빌 게이츠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OS에 대한 기술적 이해 없이도 누구나 하드웨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중저가 컴퓨터를 생산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각 가정에 PC가 보급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느 제조사의 컴퓨터에서든 동일한 OS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컴퓨터의 역사에서 단순한 상업적 성공 이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바로 하드웨어와 OS가 분리된 그 순간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고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돈을 버는 회사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는 70~80년대 P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에는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기 위해 OS가 다시 하드웨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전력 소모를 그보다 더 줄여 아주 극단적인 저전력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슈퍼컴퓨터와도 같은 고성능의 컴퓨팅을 얻고자 한다면, 그때는 OS를 다시 꺼내서 클라우드에 놓아야 할 겁니다. 특히 AR글래스나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은 무선인데다 배터리와 발열 관리의 제약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기들을 통해 구현되는 공간 컴퓨팅에서 클라우드OS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예컨대 우리는 서울시의 3차원 지도를 안경 안에 집어넣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서울시의 3차원 지도가 인터넷의 일부라면 그것은 애초에 넣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공간에 펼쳐진 새로운 인터넷, 공간 웹의 미래를 그리다
최 대표는 또한 미래에 이러한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할 것이라 강조했는데 그것은 바로 ‘공간 웹’이다. 공간 웹은 사물인터넷과 디지털트윈이 맞물려 빚어내는 3차원 인터넷이다. 공간 웹의 또 다른 명칭은 웹 3.0으로, 웹 2.0이 모든 사람을 네트워크로 연결 했다면 웹 3.0은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까지도 인터넷에 편입시킨다. 이를 위해 현실의 모든 장소, 사물, 그리고 사람들에게 DNS 같은 일종의 주소가 부여된다. 
“공간 웹을 통해 우리는 마치 웹사이트에 접속하듯 사물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만약 클라우드OS를 구성하는 디지털트윈이 정교한 VPS 기술에 의해 현실에 완벽하게 중첩되어 있다면, 저는 무언가를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그 대상에 접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 제가 착용한 AR글래스는 제 시선이 맺힌 자리에 포개져 있는 그것의 디지털트윈과 마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만약 제게 충분한 권한이 있다면 저는 해당 사물을 제어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 ‘기술적 초능력’을 부여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간 웹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며,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할 것입니다.”

공간 웹과 AI의 결합, 시멘틱 웹의 부활
영화 <아폴로 13>에서 지구에 있는 NASA의 과학자들은 몇 시간 내로 아폴로 13호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들은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 예컨대 우주복, 호스, 테이프, 양말 등을 정확하게 똑같이 준비해서 책상 위에 모아놓고 “이것들만 써야한다”라는 조건 하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우주선 내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방법을 찾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임시 이산화탄소 필터가 바로 NASA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임기웅변으로 알려진 ‘메일박스’다.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무전을 통해 메일박스의 제조 과정을 안내 받았으며 그대로 따라했고, 결국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아폴로 13호 사태는 디지털트윈이 문제 해결에 활용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선 내의 물건들의 책상 위에 똑같이 나열하는 방식의 ‘아날로그 트윈’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아날로그 트윈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최 대표는 현재의 인공지능 혁명이 찻잔 속의 태풍일 뿐 이라고 지적한다.
“다들 인공지능 혁명이라고 하지만 사실 지금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라곤 고작 해봐야 검색을 대신 해주거나, 보고서를 대신 써주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등의 ‘하찮은’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아직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직접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을 최적화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인공지능에게 디지털트윈, 나아가 공간 웹을 연결해 주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비로소 현실을 인지하고 그것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중국 항저우시는 교통난이 매우 심각해 스마트시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도심 교통난의 해소가 주요 과제였습니다. 항저우시는 도로의 CCTV 영상을 도시의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시티브레인’에게 제공하고, 이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도심 내 교통 신호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현실 세계에 대한 제어 권한을 부여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항저우에서는 구급차의 현장 도착 시간이 무려 50%나 감소하는 마법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궁극적 활용 방향입니다.”
인터넷의 아버지인 팀 버너스리가 주장했던 ‘시멘틱 웹’은 기계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인터넷을 뜻했다. 공간 웹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그러한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증강현실, 그것이 바로 최 대표가 공간 컴퓨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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