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삶 사이, 열락에서 타올라 절정으로 치닫는 군무의 몸짓
춤과 삶 사이, 열락에서 타올라 절정으로 치닫는 군무의 몸짓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6.1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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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감정의 아우라로 확장된 입체적 평면회화, 생동의 무용서사시”
박시종 무용가/박시종무용단 대표, 한국무동인회 대표
박시종 무용가/박시종무용단 대표, 한국무동인회 대표

2021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춤타올라>의 안무가, 박시종 무용가는 요즘 바쁘게 달려온 40년 무용인생의 여백을 비움과 성찰로 채워가고 있다.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거쳐 박시종무용단 대표로서 발군의 경력을 지닌 그는 안무가로 올해 은사 박재희 선생의 춤인생 60년 기념공연과 박시종무용단, 한국무동인회의 협업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치열한 창작 속에서 단체장과 문화예술단체장의 소임을 다해온 그는 춤의 여정을 성찰하는 지금의 시간이 춤과 삶을 이어주는 절제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춤타올라, 문학의 서정언어로 열정적인 군상의 일체화 이루다

제 33회 서울무용제에서 백석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나와 나타샤와 시인>을 발표해 대상을 수상했던 박시종 무용가는 요즘 예술심포지엄과 포럼, 문화나눔행사에 주력하며 시각과 시선의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무용가이자 안무가, 예술감독으로서 박 무용가는 오래도록 안무가 개인의 예술적 지향점과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직업무용수의 인적관리와 트레이닝, 단체의 운영과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올해는 은사인 태평무(한영숙 류) 보유자 박재희 선생의 춤 입문 60년을 기념하고자 제자들이 추진위를 구성하여 <박재희 춤 60년-舞中人>을 준비하는 한편, 박시종무용단과 한국무동인회 활동에 힘쓰고 있는 박 무용가의 대표작은 단연 <춤타올라>이다.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이룬 이 작품은, 제26회 한국무용제전 우수작품상 <염화미소>처럼 표현주의의 미학으로 불리는 한편 그의 춤 인생 40년을 맞이하여 스스로의 삶과 춤을 고찰하며 성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적 정서의 독무와 무대를 압도하는 섬세하고도 역동적인 군무의 조합으로 끝나지 않는 춤의 길과 여정을 이뤄낸 이 작품은, ‘춤과 삶, 그리고 춤’이라는 수미상관적 구조로 정의되어 춤과 함께 살아온 무용인의 삶을 자연과 삶의 순환에 빗대어 절제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가 춤으로 느꼈던 환희와 좌절의 양면성을 2인무로 은유하며, 뜨겁고도 차가웠다 다시 예술가의 초심으로 타올라 절정으로 치달을 생의 한 지점에서 만나는 카타르시스적 관점은 잘 짜인 단원들의 군무와 설득력 있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박시종무용단과 한국무동인회의 올해 12월 문화예술 사랑나눔공연인 <박시종의 춤-겨울날의 풍경>도, 전통무용의 재해석으로써 각자의 유닛그룹 형태로 실력을 다져온 단원들의 유려한 몸짓을 보여줄 예정이다. 

순백의 한국무용, 공감과 교감으로 새로운 예술사회공헌 꿈 키우다

한양대 청주대 겸임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으로 후학들을 기르며, 평소 나눔예술에 관심이 많던 박 무용가는 춤이라는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부터 <박시종의 춤-겨울날의 풍경>을 기획하여, 그간 예술가로 받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문화소외계층 초청과 오피니언리더와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보답해오고 있다. 나타샤의 흰 당나귀를 사랑의 화신인 인간으로 의인화해 현실과 이상의 몽환적 경계선에서 사랑의 연대기, 사랑의 풍경화로 각각 승화시켜 원작의 서정적 서사의 이미지와 에너지를 생동과 역동의 ‘무용서사시’로 표현한 <나와 나타샤와 시인>처럼, 순백의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그는 2인무 이상의 군무연출에 강하다. 그리고 일체화된 군무와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평면회화의 입체화’, ‘이미지를 통한 서사의 구현’을 추구하며, 무대세트보다는 무용수와 의상, 작은 소품만으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캐릭터들이 펼쳐놓은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일순간 몰아치는 군무의 에너지로 응집시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놓는다. 춤 입문 40년 동안 오직 춤 표현과 창작으로 얽힌 삶이기에, 무대에 오른 열락(悅樂)의 모든 순간들이 자신을 숨 쉬게 한다는 그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변화와 건조해진 일상, 공감부재의 감정을 춤의 감성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예술의 가장 큰 가치는 치유와 회복의 에너지라 믿기에, 예술의 사회적 순기능을 중시하며 정서적 교감을 전제로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가려 한다. 

그래서 올해는 특정한 주제의 작품기획보다는 동시대 모든 이들과 자극대신 공감으로 교감할 수 있는,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안무에는 이러한 그의 예술적 방향성이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은사들에 보내는 존경만큼 후배들과 제자들에게도 언제나 나무그늘과 같은 선배이자 스승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한국무동인회를 주축으로 무용인들이 삶과 창작작업의 무게에 짓눌릴 때 망중한(忙中閑)의 휴식과 여유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단원들과 아티스트들을 ‘춤벗’으로 부르며, 힘겨운 순간을 극복하며 작품을 만드는 순간순간을 설렘으로 기억하는 박 무용가. 그는 부담만큼 명예와 영광이 따르는 예술가라는 삶에 사람의 감정을 더하는 것을 중히 여긴다. 그리고 공연 후 텅 빈 무대의 열기를 기억할 수 있는 이들과 작업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 따뜻한 차 한 잔과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일상’이 곧 힐링이라 믿는다. 나풀거리는 의상 속에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박 무용가의, 하얀 삶의 도화지 같은 여백은 더욱 다채로워질 삶의 여정을 춤벗들과 유려한 몸짓으로 칠해 나갈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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