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무의식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그리다
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무의식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그리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5.16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주의 일부로부터 나온 감성 언어를 회화로 쏟아 낸 수묵빛깔 추상화”
채소정 화가
채소정 화가

지난 5일 시작되어 28일까지 개최되는 <나눔갤러리 블루 5월 5일 특별기획전> 참가 아티스트, 채소정 화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주제로, 여기에 내포된 자연 현상이나 자아가 느끼고 있는 기시감, 다양한 현상과 감수성을 색채로 표현하는 추상화가다. 코로나 시기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며 새롭게 탐닉할 예술을 찾던 그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내적 자아를 시공간 혹은 초월적인 차원으로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예술 분야가 추상화라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며 하늘길을 걸어 세계를 누비는 현직 승무원이자 유서 깊은 갤러리를 샅샅이 둘러보며 감성과 상상력을 채워가던 그는, 이제 뚜렷한 예술적 주관과 창의적 표현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전한다.

창의적인 우주공간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의 독창성을 시각화하다

인간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졌든 그는 기본 물성을 물(water)로 정하고 양감과 명암을 나타내는 모든 컬러링이자, 뿌리고, 붓고, 찍고, 칠하고, 번지게 하는 모든 기법을 토대로 추상화를 그리는 채소정 화가의 아호는 담원으로 맑은 구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그의 캔버스는 창의적 ‘우주공간’ 속 일종의 ‘원형도시’다. 두 발로 세계를 누비는 승무원이라는 직업 덕분에, 그는 동경하던 네덜란드 고흐 뮤지엄과 스페인 피카소 뮤지엄까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공간마다 부지런히 다니며 그때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영혼 속에 품어왔다. 그리고 대기 상태나 휴식을 취할 때나 음악을 들을 때도, 틈틈이 떠오르는 영감들을 수필과 시로 남겼다. 구름 위에 오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아침 햇살과 펼쳐진 별들이 일상의 일부가 될 즈음, 온 세상이 잠정휴식기에 들어가던 3년 전 그는 스스로를 돌보고 자연스럽게 문학과 음악, 미술 감상으로 쌓아온 탄탄하고 유연한 자아위에 독창적인 창의성을 회화적인 세상에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 현지에서 도록에서만 보던 실물 그림들을 원 없이 눈에 담고, 기법을 독학하며 먹에서 아크릴까지 모든 수용성 물감들을 다루고 난 뒤, 채 화가는 심상의 영감을 남기는 스토리보드를 종이와 펜에서 캔버스와 붓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손이나 기타 도구, 그리고 붓으로 분출하는 그림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그는 이 회화적인 요소를 자신의 주요 조형 언어로 삼아 첫사랑의 감성에서 숲속에서의 산책 같은 일상에서의 영감과 감성을 남김없이 쏟아내며 시각화하는 행위를 즐긴다. 머나먼 성단에서 바라본 우주 같은 형상과 꽃망울이 터지듯 싱그러운 기억처럼, 그의 손에서 나온 색채들은 언어에서 시작돼 색채가 되어 때로는 격렬하게, 혹은 살포시 캔버스 위에 내려앉아 가슴 속 함성이 잦아들 때쯤 비로소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사랑 자유 평화등의 관념들을 정서적인  추상화로도 교감하는 정서 만들고파

G-ART, 홍익미술협회와 아시안미술협회 한국서화협회 소속으로 입시미술과 다른 독창성, 역동성 외에 색감의 촉각과 온도표현 같은 공감각적 요소도 보여주는 그는 작가 고유의 추상언어 정립과 설명방식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처음에는 고양이와 해바라기 같은 일상을 그리던 그가 추상으로 눈을 돌린 계기도 독특한데, 구상을 수십년 거치다 비구상이 되는 케이스와 달리 그는 장자와 나비의 <호접지몽> 이후로 금세 추상세계와 접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뚜렷한 주관을 지닌 채 화가에 따르면 “감정표현에서 웃음과 울음 같은 공통의 언어가 영상예술의 공통 마임이 되듯,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성을 즉각 와 닿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한다. 세계의 수많은 신화와 종교는 모두 다르지만, 신은 자신을 모방해 사람을 만들었다는 유래들이 많은 것도 인류의 보편적 정서 덕분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생각하는 최상의 공감적인 은유와 추상의 마스터피스는 바로 심장을 ‘사랑’의 로고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그가 두근거리는 심장의 느낌을 첫사랑의 상징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짧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감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도록, 그는 “경험이 곧 재산”이라는 격언처럼, 화면으로만 보던 세계를 누비며 틈틈이 문화를 향유하며 정서에 충전을 많이 해 두었다고 한다. 광활한 사막을 체험한 후에는 미스터리스릴러 창작소설 <사막의 달>을 쓰기도 한 그가, 글로 다져온 예술의 영감은 점점 다양한 예술언어로 번역되어 새로운 에디션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화가의 이러한 조형언어를 충분히 발산할 연결고리도 다름 아닌 공통의 의미, 상징적인 정서를 찾는 것이다. “작업은 모두 나의 경험, 인생과 함께 갈 것이고, 공감할 요소를 찾아 그림으로 들여올 것이다”라는 그는, 이러한 비시각의 시각화를 위해 그림은 물론 글쓰기, 국악과 클래식의 현악에도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삶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채 화가의 알찬 시간이 모인 이번 결과물들은, 5.31-6.5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 <아트서울 2023> 합동전시, 7.12-18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 8.3-6 코엑스 전시로도 감상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