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재질로 ‘자연의 소리’ 낸 조각가, 공공미술현황 한계점에 목소리 내
SS재질로 ‘자연의 소리’ 낸 조각가, 공공미술현황 한계점에 목소리 내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5.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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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잠자리와 나비의 차가운 날갯짓으로 신비로운 자연과 교감하다”
이성옥 조각가
이성옥 조각가

30대 초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우조선소 희망90 상징조형물 공모에 당선된 이래 공공미술계에서 사랑받은 이성옥 조각가. 그는 2019년 홍콩하버아트페어의 가장 유니크한 하버씨티몰 키네틱 전시로도 주목을 끈, SS(스테인리스스틸)소재의 현대조각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입지의 아티스트다. 주요 창작 테마인 <자연의 소리>에서 어린 시절 접하는 나비, 잠자리, 반딧불이의 이미지를 토대로 도심 속 노스탤지어의 미학을 펼치는 그는, 수년 전부터 자신의 등용문이기도 한 공공미술(공공조형분야)의 현황과 개선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그의 작품세계관을 소개하는 한편, 공공미술분야에서 창작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현직 예술가 입장에서 그가 분석한 원인과 개선점들에 대해서도 짚어 본다.

 
SS로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거울효과와 공간감, 리플렉션 만들다
 
이성옥 조각가는 금속, 그 중에서도 광채가 강하고 안정적인 SS소재로 <자연의 소리>를 시각화하는 표현주의자이며, 레이저/플라즈마 스크래칭과 샌딩, 그라인딩을 반복하는 실험정신으로 차갑고 현대적인 SS소재에서 ‘자연의 미학’을 끌어내는 구도자로 평가받는다. 조소에서 나무, 철, 브론즈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퍼미러-리플렉션 효과를 극대화한 <연못 시리즈>는 차가운 감성의 현대인들을 ‘요정의 안개 숲’ 같은 환상의 자연으로 인도한다. 매해 서울 조각페스타와 2019년 9월 본화랑 개인전, 10월 청주공예비엔날레, 2020년 바우지움미술관 및 2021년 인사아트센터 개인전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작업 방식에 대해 “재료의 물성을 끝없이 실험하고 파고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물리적 행위조차 재료의 깊이를 다 보여줄 수 없기에, 재료의 성질을 활용해 시각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그의 연출은 작품세계관의 확장, 신비로운 공간감 창출, 이렇게 반추할 수 있는 감흥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단계로 감상하는 참맛이 있다. 시원하고 차가운 스틸소재로 가벼움과 노스탤지어적 요소를 표현하는 것은, 친근감 외에도 의외성과 새로운 느낌을 내는 데도 적합했다. 이러한 작품을 선보인 덕분에 이 조각가는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주거공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병원에서 독보적인 테마를 전개하는 공공미술가로 환영받으며, ‘잠자리 날개’ 같은 자잘한 소품에서부터 모빌과 샹들리에를 방불케 하는 키네틱 조형물 대작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또한 이 조각가는 “잠자리와 나비날개를 아무리 레이저로 전사시켜 재현해 봐도, 고유의 문양만큼은 복제가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그래서 그 완벽한 형상에 변형을 주되 날개 구조선을 최대한 살려 냈다. 완전체와 축약된 날개를 결합한 다음에, 생명 탄생 기원의 의미와 잠자리 눈 모양을 동시에 상징하는 구형과 조립하니, 매우 신비롭고 인상적인 형상이 되었다”고 한다.
 
차가운 소재로 다양한 기법, 앞으로는 공감각적 미디어요소 가미
 
작가들은 공공미술이나 외부조형물 제작에서 SS소재도 내구성 강한 SUS304부터 내식성도 매우 강한 건축재 SUS316을 선호한다. 차가운 소재인 SS로 따스한 유년 기억과 자연미를 선보이는 점은 일견 낯설지만, 아기 적부터 ‘나비 모빌’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계절과 지역별로 다른 종류의 나비들과 나비날개 형태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친근한 일이다. 이 점에서 이 조각가는 큰 암·수컷과 작은 나비 등 가족 개념을 구성해 모델링한 그의 나비를 얇고 다양하게 세공해서 시각적 효과는 물론, 바람이 불면 살랑거리도록 모빌로 만든 설치미술로 금속의 따스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평면작업에서는 제주도 쇠소깍에서 촬영해 온 에메랄드 빛의 푸른 색감, 일출과 일몰의 색감, 황금빛 들판처럼 특정 장소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의 색들을 투명도를 최대한 살린 캔디도 장을 사용하여 자연이 주는 보석같은 황홀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레이저로 섬세한 구멍을 낸 후 샌딩으로 SS의 표면에 광을 내 스크래칭 후 색상과 깊이감을 준 뒤, 섬세한 구멍에서 살아 숨 쉬듯 피어나오는 내부의 조명효과로 하나의 오브제가 새벽에 이러한 상상력이 가미된 큰 모빌작품을 평범한 화이트 큐브 공간 안에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하버씨티몰처럼 완벽히 준비된 장소가 더 유리했으며, 리조트 호텔이나 미디어아트가 가능한 장서 밤까지의 시간을 상징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조각가는 소를 섭외해 음향과 LED미디어가 조화를 이룬 토탈아트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한다.
 
재도전 경험은 떨어질수록 ‘주홍글씨’, 공공미술심의구조 변화 절실
 
이성옥 조각가는 같은 예술가 입장에서 작가가 충분히 작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인식, 정부차원에서의 다양한 예산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기회가 많은 예술가들에게 허락되었으면 한다면서 “건축물 미술작품제도가 작가들의 숨통을 트는데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반면, 공공조형물의 심의에 관련해, 한국 공공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작가의 육성과 시민문화 향유라는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의 취지나 목적에 맞는 미술시장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심의를 쉽게 받고자 하는 의도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국내 작가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 설치를 꼭 원하면 건축주가 별도의 예산을 들여 소장하는 방법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공공미술 작품에서의 작가 선택과 예산배정의 문제점으로 10억 원대의 대작들은 외국 작가들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작품의 선택이나 심의에서도 너그러운 반면, 국내 작가들의 경우 예산이 2억 원이 넘기만 해도 촉각을 곤두세워 전문작가의 작품에 지나친 간섭을 하며 차별한다고 전했다.
또한 “선택적 기금 제도(70%)로 인해 작품계약 출발부터 정상적인 거래에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3-4년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컨설팅 비용도 현행 20%는 현실성이 없으며 30%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미술 시장이 정상적인 질서를 유지할 수가 없는 구조이며 국내작가의 대규모 역작이 만들어질 수 없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또한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방치하고 비난만 할게 아니라 작품의 유지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모여진 선택적 기금이나 작품부결로 납부한 강제 기부금은 노후한 작품의 보수, 관리나 준공 후에도 공탁금의 개념으로 건축주가 원한다면 설치할 수 있도록 법령을 마련하여 반드시 그 용도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자면 일부 시 도의 경우, 이 조각가는 작가들의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공공미술작품의 심의제도가 이제는 작가들의 숨통을 죄는 상황이며, 내부 담함을 막고 각종 관계성을 배제하고자 공공미술 경험이 적은 전공자, 비전공/비전문가등 다양한 분야의 그룹을 섭외한 것이 되레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단점의 커넥션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강화된’ 제도라지만 40-70명대의 심의위원 중 대다수가 실제 공공조형물 제작경험이 없고 이해도가 부족한 위원들로 구성되는데다 심의 시 조각작품이 대부분인 경우에도 심의위원 중 조각가는 20%(2명)에 불과하며. 따라서 전문가의 합리적인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탈락한 작가들이 충분히 납득, 수용할 수 있는 근거도 대기 어렵다고 한다. 담합을 방지하고자 고정제도를 피한 것도, 외려 공공미술작품에 대한 이해와 상식이 부족한 심의위원의 교육의 장이 되고있는 현실이며 심의위원에게 전공자들이 재료설명 같은 초보단계부터 설명해야 하는 기본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작품 당락을 결정하는 섬세한 평가항목의 점수 채점이 합당한지, 자신할 수 있는 점수평가를 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며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심의 가결율은 10-70%까지 널을 뛰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 ‘심의’가 아닌 ‘심사’로 작품을 심사하듯 부결에 집착하는 위원들도 있어 작가들이 심적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한 예로 <한국 근현대 조각의 기틀을 세우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로 조각가조차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고 독창성 부족이라는 평가로 부결>시킨 치명적 결과를 낳았다. 창작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부분이 독창성과 예술성이므로 무엇보다 작가와 작품을 제대로 알고 표절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므로 심의의견은 경륜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작품에 심혈을 기울여 자비로 심사를 받는 창작자들이 수없이 떨어지면서 빚을 지거나 탈락경력이 업계의 평판을 잃는 주홍글씨로 되돌아와 좌절하며, 심지어 의뢰 건축주가 공공미술작품을 승인받지 못해 법으로 정한 70%의 강제기금출연으로 대체하면 건축주와 주민들은 예술작품 향유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작가가 그동안의 제작에 들인 공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조각가는 심의내용이 사이즈 대비 비용 같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 창작 경륜과 작품성의 의미 등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하는 실질적 요소들로 바뀌어야 하며, 작가의 예술성(모사나 표절), 안전성, 허위경력 정도를 철저히 검증하고 지나친 간섭을 배제해야 하다고 전한다. 덧붙여 아파트 공공조형 분야도 지금처럼 그저 1억원 이내에서 허락된 자잘한 시도가 아니라, 진짜 명작을 시도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울 정책개선을 바란다.
이 조각가는 이러한 대안과 함께 “한국의 공공미술이 시카고 밀레니움 파크에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외 수많은 걸작 공공작품의 도시로 전세계인의 사랑받는 관광명소로 발전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많이 만들어낼 여건을 이루려면, 먼저 이러한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행 공공미술심의구조가 하향평준화, 개성부재로 전락하는 추상적 심사내용보다는 작가의 개성과 예술이 모두 성장할 수 있고 ‘탈락자 패널티’보다는 값진 ‘금메달 도전’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선되기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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