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진흥기금은 예술창작자들에게 ‘감나무 까치밥’ 역할 되어야
공공미술 진흥기금은 예술창작자들에게 ‘감나무 까치밥’ 역할 되어야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4.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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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미술작품제도에서 파생된 기금을 잘 사용할 법령개정 절실”
이성옥 작가/조각가/(사)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 미술제도개선TF팀 공동위원장
이성옥 작가/조각가/(사)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 미술제도개선TF팀 공동위원장

지난 10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김학용 국회의원, (사)한국조각가협회, (사)한국미술협회의 <미술인을 위한 제도개선세미나>에서는 미술을 클러스터&협업 가능산업으로 규정하며, 설치/공공 미술의 가치와 함께 건축물 미술작품제도 활성화방안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현행 법령으로 인해 생긴 여러 문제점을 기금 비율확대, 운영방안 체계화, 건축물 미술작품제도보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모빌 시리즈로 설치미술계에서 명성을 얻은 조각가 이성옥 작가는, 협회의 행정가이자 현직 작가 입장에서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제도 쟁점 사안과,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활성화를 위한 ‘선택적 기금제’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후배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산으로 가는 ‘건축물 미술작품제도’, 원래의 좋은 취지를 되살려야
2019년 이상헌 의원의 “건축물 미술작품제로 걷은 기금이 낮잠을 자고 있다”라는 주장과, 2021년 김승연 의원의 “건축물 미술작품제 기금문제 해결법은 지자체 기금전환”이라는 주장으로 수면에 오른 ‘건축물 미술작품제도’란, 시민의 문화예술향유와 도시경관개선, 예술가의 창작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해외의 ‘퍼센트법’을 참고해 1972년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건축주가 공공예술발전을 위해 개발이익금 1/100을 출연하는 것으로, 이후 권고에서 의무가 된 대신 2011년부터는 건축주의 직접설치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을 하도록 개정된다. 그런데 2019년 300억 원이 넘는 기금납부액의 10%만이 공공미술사업에 사용되고, 건축주의 불만을 감안해 문예진흥법 12조 6항에 따라 미술작품 설치비용의 70%로 낮춰 조정하면서부터 사용처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2021년 한 해에만 총 75건이 납부되고 현재도 지속되는 이 기금의 문제는, 지금까지 납부액의 10%만 공공미술사업에 쓰인 사용경위 또한 제대로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인 이성옥 작가는 “이 제도는 다양한 설치미술분야에서 조소, 그림 등이 선정되는 좋은 제도다. 그런데 건축물 미술작품심의제도 강화 부결율 증가와 맞물려 건축주들도 준공승인 데드라인 안에 설치하느니 기금만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현장에서 건축주는 강제성을 띤 세금으로 인식하여 작가들은 건축주간의 이중계약 요구에 시달리고 기금활용방안도 없이 출연금은 쌓여 가는데, 작가 지원도 없이 최대 30여 년 간 설치 후 방치되는 작품들의 관리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라고 지적한다. 

공공미술사업목적은 예술가 발굴지원과 시민문화예술향유권리보장
또한 이 작가는 공공미술의 여러 사안 중 동일작품의 ‘부결N수생’화와 예술가들의 불만으로 이어지는 심의제도강화로 인한 부결증가에 대해, “사전승인은 건물미관을 해칠 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제작시간이 촉박해 부담스러운데다 나중에 아파트 내 추가시설 건립에 맞춘 창의적인 작품 설치를 원천 차단하기에 장단이 확실한 필요악에 가깝다”고 본다. 하지만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개발이익에 비해 적은 액수임에도 출원액을 70%로 삭감한 것으로서, 그는 출원제도를 사회환원이 아닌 세금개념으로 보는 건축주 입장만 반영하여 추가 문제가 파생된다고 지적한다. “일부 건축주들이 갑이 되어 작가에게 발주 시 낮은 액수의 ‘이중계약’을 강요해 표준계약서 이행을 하지 않거나,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과 탈세가 암암리에 벌어지게 된다. 또 부결된 작가는 자의반타의반 사비제작을 하게 되어 권익을 침해받고 공공미술사업의 취지인 예술가 발굴과 지원, 홍보라는 명목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그는, 이 하향조정 된 선택적 기금이 대부분 공공미술 제작자 발굴/지원과 미술작품 유지보수가 아니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편입되는 바람에 건축설치미술과 무관한 분야들이 눈독을 들이고, 해당분야와 지역에 재분배되지 않는 ‘감나무’가 되어 ‘까치밥’이 필요한 까치들이 겨우내 굶주리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공공미술들이 하자보수기간 2년 후 보수 받지 못해 흉물로 방치된다면, 비용 지불자들인 주민들도 문화예술향유 권리를 침해받는 셈이다. 

집행과정과 방식 해결해 낮잠 자는 기금이 문화진흥분야로만 분배되길
이에 따라 경기도가 2019년 미술작품검수단으로 전수조사, 점검, 신규설치작 검수를 시작했으나, 단지 권고에 그쳐 전국 수만 개의 방치된 공공미술작품을 보수할 법적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출연금을 70%가 아니라 100%로 다시 확대해 토론토처럼 엄정한 기준을 갖춘 새로운 관리기구 신설과 적극적 활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전한다. 또한 국내 공공미술 중 콜라보프로젝트와 공공기관발주조형물 선정방식에 대해서도, 과한 책임론으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거나 탈락과정의 폐단이 작가들의 책임으로만 전가되는 상황도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 작가는 서로 발목잡기를 시전하기보다는, 피겨, 축구처럼 스폰서십과 시장경제의 결합으로 해결하고자 유망주 성장기반을 키울 전시, 발표기회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사)한국조각가협회에서도 ‘서울국제조각페스타’로 작가와 기업고객사를 잇거나, 협회비용으로 무료홈페이지 공간을 제공하며 조건 없이 예술가 발굴에 한창이라는 이 작가는, 오랜 미술기획과 미술관개관업무에 관여하면서 작품 매칭을 받지 못한 원로 작가들이 작품을 녹여 폐기하는 사례를 많이 보며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렇게 유실되는 작품들이 공공예술 활성화로 제 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과거 내가 그랬듯, 작가들은 장소와 재료에 사비를 들여 예술을 이어간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선택된 작가가 된 것은 공공미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심을 잊지 않고 다른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창작활동 뿐아니라 협회활동과 법령개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공공미술 진흥기금’은 전적으로 작가활동과 작품관리에 쓰여야 한다”며, ‘모빌’이라는 희망적인 오브제 덕분에 성남의료원, 인천여성병원, 김포의료병원 등에 작품이 소장된 자신처럼 공공미술 정책이 예술가 창작활동의 마중물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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