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사상에 매혹된 트랜스휴먼, 네오노마드의 호접몽을 그리다
노장사상에 매혹된 트랜스휴먼, 네오노마드의 호접몽을 그리다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2.10.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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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공도 초월하는 동양철학적 성찰로 트랜스휴먼의 소통 수단 확장”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인간의 지혜와 소통에도 기술혁신 개념이 필요할까? AI 알파고도 어느덧 인간과의 협력을 중시한 복식파트너십으로 변형된 후배 AI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듯,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적 공존은 시대정신에 실존주의를 결합한 신개념 자화상의 긍정적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소통과 단절이 공존하는 가상현실, 인간과 가전제품이 대화하는 ICT기술, 인간끼리도 가상공간에서 대화하는 메타버스 시대에 어울리는 예술철학자, 기옥란 작가는 올해도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모험으로 미래 인류의 희망찬 공존공영을 위한 대화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자연생태계와 기술혁신처럼 서로 대치되는 배경에 문명의 소산인 트랜스휴먼의 진보적 공간 철학을 펼쳐 온 기 작가는, 2022아트광주전을 비롯해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 인천아시아아트쇼 등 올 가을도 참된 삶에 대한 신념으로 활발한 전시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과학과 자연 사이 성찰에서 비롯된, 따스한 피조물 트랜스휴먼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모험으로 새로운 콜라주 오브제와 추상사진, 구상, 추상 회화와 조형성을 아우르는 실험성을 보여주는 기옥란 작가. 그는 과학과 AI 그리고 우주공학과 철학을 탐색하며 21세기 신인류가 ‘화성인’보다는 ‘트랜스휴먼’이라는 가설을 작품세계의 테마로 삼았다. 기 작가는 기계와 인간의 이분법에 트랜스라는 소스를 넣어, 인류문명의 미래를 중간지대 관점에서 진솔하게 사유한다. 기옥란 작가의 트랜스휴먼은 기호학의 상징처럼, 혹은 인간의 MBTI처럼 자체적인 이니셜인 4D(DNA, Digital, Design, Divinity)와  3F(Feeling, Female, Fiction)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신인류로서, 상반된 소재를 사고하는 감성과 강한 주체성만큼이나 변화에 긍정적이며 인류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유, 인간애라는 존재 속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넘어 자연을 찬미하고 소비지향적으로 꽉 막힌 시대도 무한 공간을 부유하는 자유 영혼의 너른 공간으로 만들 줄 안다. 트랜스휴먼의 네오노마드적 욕망도 오만한 바벨탑이 아니라 별과 은하를 향하는 순수함으로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호기심에 가깝다. 컴퓨터 부품에서 비롯된 이러한 창의력은, 20세기 초반 예측된 미래 AI 기계문명의 잔혹한 군림보다는 문명의 이기로 21세기 인류의 지성과 인간성을 회복시킬 희망과 평화의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뉴런을 닮은 복잡한 전선과 회로처럼, 사람을 닮으려는 트랜스휴먼의 3차원적 친화력은 시대정신에도 동서양의 조화와 영적 경이로움을 바탕으로 한 신선한 변화가 깃들게끔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 작가는 우주공간처럼 차가운 과학기술 방정식도 미지에서 비롯된 두려움 대신 인간성 회복과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미지와의 조우로 인한 기쁨을 등가교환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를 시각화한 트랜스휴먼의 정체성은 소재와 주제 면에서 언제나 창의성에 굶주려 있는 현대 미술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징기호학을 동양철학의 무한대 공간으로 확장해 나간 네오노마드
오브제 활용에서도 철학과 상징성이 필요하다는 기 작가는, ‘미술’이라는 예술 유전공학에서 기술적 접붙이기와 DNA 트랜스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인간과 기계문명, 그리고 자연의 공존과 중간지대를 상징하는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초월적 존재감을 나타내고자 인류의 공용어, 음표를 연주하는 ‘클래식 악기’라는 소재를 활용했다. 또한 컴퓨터 메인보드와 키보드부품, CPU쿨러 조각을 콜라주해 트랜스휴먼의 초상화를 나타내고, 나무와 금속, 종이, 천연섬유처럼 자연에서 온 산물을 조합해 미래의 트랜스휴먼과 과거 아날로그 인류 간의 융합을 꾀한다. 콜라주에 미술도구 대신 전원을 켤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골라 붙여 트랜스휴먼의 요람으로 삼은 기 작가는, 결코 정착하거나 답보상태에 빠지지 않는 네오노마드 라이프로 인종과 국가, 종교와 성별까지 초월한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기 작가의 이러한 화합 성향과 미지를 탐구하는 스타일은 올해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천착해 온 동양철학, 특히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 열정을 다해 탐독해 온 노장 사상을 서양의 소재와 화구로 흥미롭게 풀어내 왔던 기 작가는 “‘도’에 대한 깊이 있는 다양한 견해와 해석, 유와 무, 존재의 여백과 포용, 노자나 장자의 사상이나 우화, 장자나 노자의 내면에서 나온 사상들을 언어 밖의 소재인 미술로 풀어내려면 많은 지혜로운 통찰력과 근원적 인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식물의 아름다운 꽃뿐만 아니라 영속의 근원인 뿌리도 볼 줄 알아야 한다”며 “앞으로도 깨달음을 위한 더 많은 성찰이 요구된다”라고 한다. 대신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과 작품을 하던 생각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다. 기 작가는 “우주와 트랜스휴먼의 조화,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문명의 소재로 재해석하거나 천체관측과 수리측량과 결합하는 데서 한 발짝 벗어난다. 노장사상과 동양철학의 우주관을 이전부터 해 온 <생명과 존재>, 이들 간의 교감이 바탕이 된 작품과 결합시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갑골문자에 매력을 느껴 갑골문자의 조형성을 작품으로 환원시켜 작업을 하고 있다.

21세기 신인류와 소통하는 예술공간, 갤러리 트랜스휴먼 탄생
총 62회(7회 사진전 포함)의 국내외 개인전과 70여회의 국제아트페어 참여 및 350여 회의 단체전 경력이 있으며, 지난 9월 한 달간 강남의 갤러리 미쉘에서 개인전을 가진 기 작가는, 10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의 2022아트광주전과 10월 송도컨벤션센터에서의 2022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 그리고 11월 송도컨벤션센터에서의 2022인천아시아아트쇼, 그 밖에 11월 자윤갤러리 초대전 이후, 2023년에는 갤러리트랜스휴먼전, 전남대치과대학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초대전, 광주보훈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초대전 일정도 이어진다. 그간 다문화의 도시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뉴저지, 뉴욕 첼시, 뉴욕 브루클린, 베니스. 파리 등을 오가며 해외 갤러리들의 호기심을 자아낸 트랜스휴먼은 이제 푸른 우주를 넘어, 무량수(無量壽)의 공간과 생각의 파도를 넘나든다. 범세계적 전쟁과 혼란, 질병이 창궐하는 불확실의 시대, 이제 기 작가는 스스로 오래 고찰해 온 노장사상의 가장 현대적인 변용, 소통으로 지혜의 벽을 넘어 화합의 본질을 찾는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세계관으로 미래 인류의 미덕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체득한 내용 들을 숙성시켜 작품 안에 제대로 승화시켜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 콘셉을 보여줄 수 있는 갤러리 트랜스휴먼을 만들었다. 갤러리 트랜스휴먼은 기 작가에게 있어서도 큰 도전이다. 트랜스휴먼이라는 독특한 주제의 아트 디렉팅은 물론, 대중음악 셀프프로듀싱처럼 그림을 창작자가 직접 테마와 큐레이션을 디렉팅하는 사례는 기 작가에게도 새로운 시도이자 미술계에서도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자신의 작품을 진지하게 작업하면서도 또한 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함께 대중들에게 알려 나가기를 바란다는 기 작가는 “생명의 연속성과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는 예술 공간, 갤러리 트랜스휴먼으로부터 우리 ‘인간’ 예술가 중에서도 트랜스휴먼처럼 창의적이고 열린 시각을 지닌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창작물들이 각자의 호접몽처럼 아름다운 예술적 열정과 다양한 통찰과 귀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원대한 꿈속에 자유로이 태동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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