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틸레&아마빌레, 장비병에서 시작돼 창조성으로 빛나는 골프브랜드
젠틸레&아마빌레, 장비병에서 시작돼 창조성으로 빛나는 골프브랜드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2.06.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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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라는 악보에 ‘클럽’이라는 음표 그려 만든 커스텀클럽의 신성”
케이지세븐(KGSEVEN) 기현석 대표
케이지세븐(KGSEVEN) 기현석 대표

발명왕 아버지가 국내기술로 조립한 마란츠 앰프의 레플리카를 케이크워크에 연결한 아들이 아이돌뮤직의 전설이 된 일화처럼, 전혀 다른 아이디어의 결합은 때로 근사한 창작을 이뤄낸다. 본업에서 인정받는 대중음악/OST 작곡가가 만든 커스텀 골프클럽브랜드, 케이지세븐도 ‘덕력’과 ‘장비병’이 마니아들의 관심을 만나 탄생한 앙팡테리블 1인기업이다. 음악만큼 골프를 좋아한 기현석 대표는, 좋은 클럽수집에 열을 올리던 ‘장비병’이 극에 달해 마침내 필드 위에 써 내려간 새로운 음표들, 케이지세븐의 커스텀클럽 젠틸레와 아마빌레를 탄생시켰다. 자신과 똑같은 장비병을 앓고 있는 골프클럽 수집가들에게 피팅샵에 골프클럽 커스텀을 의뢰하는 것보다 구미 당기는 대안을 제안한 기 대표는, 수집가의 열정에서 비롯된 케이지세븐의 브랜딩과 제품디자인 과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왔다. 

양산형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마니악하게 설계해 눈길 끌다

2020년 1월 1일 사업자를 내고, 5월 첫 기본형 브랜드 ‘젠틸레 웨지’를 출시한데 이어 섬세한 밀링디자인으로 완판 된 ‘아마빌레’로 클럽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케이지세븐은 골프포럼 유저들의 커스텀 욕구를 채워주는 인디 브랜드다. 그리고 작곡가로 활동하는 기현석 대표는 스포츠마니아들의 대표적인 습관인 장비병과 커스터마이징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창업으로 연결했다고 한다. 기 대표는 풀클럽이 아닌 소모품이자 필드에서 골퍼의 개성을 드러내는 웨지를 가장 먼저 출시했으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실력을 살려 직접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디자인하고 3D디자이너와 함께 금형을 모델링한 뒤 시제품테스트에 통과한 스펙대로 제작했다고 한다. 또한 본래 포럼에서 미국 클럽브랜드 SUB70의 헤드 개별 판매를 현지 사장에게 직접 요청해 거절당했다가 구매에 성공한 뒤, 꼼꼼한 스펙 후기에 힘입어 ‘입소문’ 효과로 제품이 잘 나가는 경험을 한 뒤로 공구와 커스텀의 장점만을 더한 제품을 디자인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웨지를 선택한 이유는 클럽 커스텀 중 웨지는 대표적인 소모품인데다, 구력과 테크닉에 개인차가 반영되고 사용감을 타는 드라이버와 퍼터보다는 기성품이라는 대중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웨지의 커스텀 또한 카튜닝처럼 하드웨어보다는 디자인과 느낌을 중시하기에, 기 대표가 원하는 스펙을 반영한 제품이면서 많은 유저들의 취향에도 잘 맞았다. 그리고 웨지 2종 중 기본 50도부터 2천 개 제작된 젠틸레 웨지는 유튜버들과 골프동호회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유저들의 요청을 받아 48도부터 제작된 아마빌레는 초도물량 4백 개가 품절되었다고 한다. 또한 단조 웨지 커스텀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홈페이지에서 주문 제작하면 훨씬 합리적인 방법으로 소장 가치 있는 웨지를 가질 수 있어 더욱 반응이 좋았다고 덧붙인다. 이 두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세 번째로 출시된 젠틸레 아이언 시리즈는 원하는 부품으로 커스텀하는 것에 특화된 브랜드답게 신생답지 않은 저력을 보여주며 완판되었다.

사업 2년차, 추가디자인 개발로 내년 초 새로운 웨지디자인 출시

음악애호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공연을 다니느냐, 아니면 음향기기에 투자하느냐. 그리고 물건의 가치는 희소성이며 수집가에게 커스텀은 곧 희소가치를 의미한다. 골프클럽 제작을 공부하며 회사명을 구상하는 와중에도, 눈만 감으면 멋진 드라이버샷을 생각했고 주7일을 골프스윙 생각에 잠들곤 했었기에 “Keep going seven days”의 약자를 따서 케이지세븐으로 이름지었다는 기 대표는 골프클럽 제작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성을 갖고 있다. 그는 골퍼로서 좋은 필드 탐색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스윙 폼과 역동적인 아크, 그리고 구력을 만들어주는 클럽브랜드 탐색을 더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기업용 인플루언서가 되기보다는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의 디자인과 커스텀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 대표는 명곡을 암기하기보다 창작을 즐기던 성향답게, 명품클럽 수입 벤더보다는 힘들어도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덕질’ 방식을 택해 왔다. 

그렇게 사업 3년차에 접어든 기 대표는 음악과 취미생활을 병행하며 투잡 개념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케이지세븐의 경영과 신상 개발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작곡에 관련된 여러 대학 강의 요청에 응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샤프트 수입 감소와 원자재 수급문제가 겹쳐 한동안 개발만 하고 양산은 준비상태였지만, 중국 공장이 돌아가는 대로 빠르면 내년 경 퍼터와 웨지 신모델도 출시할 생각이다.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적 범용성과 유니크한 디자인의 밸런스도 꾸준히 유지될 것이다. 또한 처음에는 1인 골프브랜드로 시작된 케이지세븐이지만, 기 대표는 지금까지 용기를 불어넣어 준 조력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일반 피아노와 달리 롤악보에 구멍을 뚫어 88개 건반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자동피아노 커스텀 작곡의 개척자 콘론 난캐로우처럼, 그에게도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 군자금을 흔쾌히 만들어 준 조력자는 바로 아내였다. 그리고 ‘퍄노’라는 닉네임으로 남기는 그의 스펙 후기를 신뢰하며 힘을 북돋워 준 골프포럼 유저들의 성원도 한 몫을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웨지와 아이언세트에 이어 퍼터를 개발하고, 액세서리군 또한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는 기 대표는, “케이지세븐은 수집가의 열정에서 시작된 브랜드이기에, 수익성보다는 이벤트 판매나 사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커스텀에 중점을 둔다. 한국에는 드문 커스텀방식을 개척하는 만큼, 우리의 도전에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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