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 위 물결과 스퀘어의 유희로 묘사된 작가주의의 참된 정신성
장지 위 물결과 스퀘어의 유희로 묘사된 작가주의의 참된 정신성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2.05.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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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모티브를 중첩시킨 우주의 낙원 속에서 석채의 미래를 묻다”
遊유-116.8x91cm  장지에 종이죽+석채혼합채색  2017
遊유-116.8x91cm 장지에 종이죽+석채혼합채색 2017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민자 화가는 수묵 실경산수화에서 출발해 상상과 심상의 추상을 거쳐 석채로 한국화와 순수미술의 정신성을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작가이다. 기법의 개념진화를 시도하며 형이상학적으로 강한 개성을 지닌 그는, 과도기 형태인 꽃의 분석과 조합을 거쳐 산을 지나 바다의 리드미컬한 패턴 연작, 그리고 선인장과 현재 추구하는 스퀘어 연작에 도달했다. 지난해 코엑스 코리아아트페어, 인천종합예술회관 미술전시관에서의 인천국제아트페스타 아트페어에서 스퀘어 연작을 소개해 호평을 받은 김 화가는 한국화의 정신적 가치를 혼합 석채의 묵직한 질감에 담아 투명성 있는 중첩으로 해석하며, 정신의 자유로움과 희망을 담아 한국화의 영적인 면모에도 인상적인 대안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심에서 우주와 낙원의 조화로움을 만끽하는 사각 형상의 행복한 꿈

2022년 5월 4일부터 8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김민자 화가의 개인전은 “한국화의 새로운 개념”, “실경을 초월한 패턴의 풍경”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예술가가 보내는 따뜻한 메시지이다. 김 화가는 테마가 있는 연작으로 자연의 풍경과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물성의 조화로운 은유를 보여주는 장지석채 화풍의 작가이다. 지난해 스퀘어(Square) 연작으로 반복과 불규칙, 조화와 혼돈이 공존하는 사각모티브의 군집으로 내면의 우주가 그리는 환희를 선보여 호평 받은 김 화가는 수많은 기법 변화 속에서 현실의 복제보다는 추상의 형상화에 가까운 세계를 정립한 바 있다. ‘바다’ 연작에서 물결을 통한 반복적이고 유희적인 표현을 선보였으며, 경계를 넘어선 자유로움을 발산하며 마음의 휴식과 여유로움을 회복시켜주는 바다의 모성적 존재감에 찬사를 보낸 김 화가는 외면보다 정신성을 중시하는 창작을 한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물결의 윤슬로부터 인생사의 유희를 읽어 악보로 옮겼듯, 김 화가는 “모성과도 같은 바다를 보며 소유욕 강한 삶에서 오는 회의와 고뇌를 씻고 마음의 자유와 안정을 찾았다”며 평붓으로 바다의 물결을 마음껏 재현했다. 또한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수련의 아름다움에서 여름 새벽의 경이로움을 보았듯, 화가인 그는 잎을 가시로 둔갑시켜 자신을 보호하고 내면에 오아시스를 품은 선인장으로부터 언젠가 인생의 꽃을 피우고자 척박한 세상을 의연하게 살아가는 화가 자신의 은유와 아포리즘을 읽었다. 이렇게 중첩된 정서가 결실을 맺은 김 화가의 스퀘어 연작은 ‘Square-창조된 우주’라는 기치를 세우고 사랑과 꿈을 담은 낙원의 사각형태 중첩에 우리 현상계의 인간, 자연의 조화로움과 서로 뒤섞이는 관계성으로 엮인 인간관계의 다변화를 암시한다. 그리고 마치 투명한 꽃잎처럼 겹쳐져 점차 불투명해지는 스퀘어 패턴들은 특수에서 보편으로의 전이, 감각에서 오는 존재론적 표현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순환과 생성, 침투와 조화, 비움과 채움에 투영된 관계성의 끝없는 재현

<Square of Dream>, <the Joy of Square> 연작들은 반복이지만 대칭성과 규칙 없이 유영하는, 숱한 명도단계의 오묘한 색감을 나타낸다. 그 외에도 김 화가의 스퀘어 연작 속 사각 패턴들은 반복과 대비, 점층 구조로 순환과 생성, 침투와 조화, 비움과 채움의 기하학적 실험을 보여준다. 선인장의 억제된 정서를 불투명한 석채로 표현한 그는, 그의 우주인 사각 패턴에서 무게감을 덜고 하늘하늘한 해파리나 항라천 같은 투명감을 택했다. 역설적이게도 투명성이 강조된 그 바탕은 전과 같이 장지에 아교반수를 바르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호분을 뿌려 장지의 질감을 초월해 만든 배경으로부터 나온다. 조개분과 백토를 섞은 혼합석채로 그는 어떤 주제이든 자신의 성향을 화판에 녹여내고 있다. “내가 그려내는 창조적인 우주 안에서, 사각형은 새로운 꿈을 꾸며 낙원의 공간을 자유롭게 노니고 즐긴다”는 김 화가는, 일상을 비워낸 자연여행에서 얻는 사고의 전환과 찰나의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영감들을 소중히 여긴다. 

물결을 통한 유희 테마의 연작에서도, 그는 잔잔하게 일렁이는 장면으로부터 편안해지는 심상을 이미지화해 마음속에 담아온 뒤 붓을 들어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순수미술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끝없는 반복은 테마이자 기법이기도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작품의 본질을 향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유희이자 치유이며, 작업이라는 관성 덕분에 그림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고 작업실은 그의 놀이터이다. 우주나 바다에 직접 이젤을 놓지 않아도, 그의 내면의 우주가 좋은 작품을 남기고자 평생 수행하겠다는 구도자적 예술가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편 올 초 수원컨벤션센터 코리아아트쇼 2022의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특별한 개인전을 선보인 김 화가는 창작자인 동시에 구월동에 위치한 KMJ 아트갤러리의 관장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작가로 선정된 김병종 작가, 이철규 작가의 초대부스 소개를 겸하기도 했다. “나의 미술은 참된 인간정서의 내면탐구인 동시에, 인간들 사이의 어우러짐과 적극적 삶의 방향을 탐구하는 행위”라는 김 화가는, 그가 출강하는 예원예술대학교 미술조형학과와 인천여성비엔날레 조직위 활동, 그리고 관장으로서 미술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작업처럼 열정적이고 매혹적인 스퀘어 연작을 이어가 더 많은 이미지의 심상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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