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 제게 가장 중요한 수행입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 제게 가장 중요한 수행입니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2.01.1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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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세상 모든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이 착실하게 학업에 열중하고, 원만한 교우관계를 쌓아나가며, 저마다 가진 능력을 꽃피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통제된 사회적 여건은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들을 빼앗아가고 있다. 특히, 교육이나 학업문제보다도 더 심각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우울감이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도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염려다. 이러한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마음의 힘’이다. 주변의 혼란에 휩쓸리거나, 방향성을 잃고 헤매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은 단단한 뿌리가 되어 올곧게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1만배’를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인물,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을 만나봤다.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힘, 1만배가 만드는 작은 변화들
‘해룡사’는 진주 연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생활불교의 실천도량이다. 지난 1993년 영산 큰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래, 26년여 간 진주 지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다해왔다. 특히, 2006년 착공을 시작해 2016년 건립된 ‘법화보탑전’은 한국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법화경’을 한글로 해석해 23만 6,000자의 글자를 석탑 둘레에 새겼으며, 이를 통해 부처님의 법음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는 역사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해룡사’가 최근 몇 년간 많은 대중들, 특히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주지 약천 스님이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편으로 생각한 ‘1만배’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1만배’를 도달하기 어려운 고행(苦行)으로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약천 스님은 혼자가 아니라 곁에서 누군가 이끌어줄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기만 한다면 누구나 ‘1만배’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온갖 난관과 장애조차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발판이 되어주리라 믿었다. 약천 스님은 “은사님께서는 제게 ‘너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불교의 가장 큰 역할이 그것이기도 하지만, 제게 있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이란 곧 ‘아이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일’이라 여겨졌습니다. 특히, 요즘의 아이들은 여러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의 불안감이나 압박감에 의해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의 관계, 학업에서의 경쟁,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이러한 스트레스 속에 자신의 꿈과 목표, 의욕과 열정까지도 잃게 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아이들을 다시금 올바른 길로 이끌고, 그들의 마음 안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1만배’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약천 스님은 지난 10년 이상 열과 성을 다해왔다. 그 중 하나로서 탄생한 ‘1만배’를 수행하는 일에 있어서도 약천 스님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왔으며, 그것이 실제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껴왔다고 한다. 약천 스님은 “1만배가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지’입니다. 지금 당장의 몸은 더할 나위 없이 힘들고 고되지만, 이것이 너 자신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를 갖게 되고, 1만배를 달성하는 순간 이 결실을 경험하게 됩니다”라며, “어른의 역할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품고 있던 꿈과 희망이라는 날개를 다시금 펼칠 수 있도록 건드려 주는 것, 누구나 바뀔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말입니다.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줄 때,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용기를 냅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때 찾아와도 편안하고 친근한 사찰로 머물겠습니다”
약천 스님은 아이들의 정서와 행동이 교정되는 부분에 있어 양육자와 교육자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문제를 강요와 다그침으로 교정하고자 하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약천 스님은 “저는 아이들이 1만배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묵묵히 격려하며 그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깨닫고 변화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려 합니다. 처음에는 반항하거나 콧방귀를 뀌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취직했다며 작은 선물을 사 들고 찾아왔을 때 뭉클하면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주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라고 힘주어 전했다. 
실제로도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가정이 화목하게 변화하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전보다 긍정적이고 활력적으로, 의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들 또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기 때문이다. 약천 스님은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사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환으로 해룡사에서는 복지 사업과 장학금 사업에도 힘을 쏟기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질적인 도움도 주기 위해서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에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약천 스님의 이와 같은 활동은 더없이 소중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현대인들로 하여금 두려움과 불안함 가득한 현재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앞으로는 이보다 더 나아지리란 희망과 기대를 품게 만들고, 또 이를 위한 열정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법화보탑전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과, 자신의 고민을 털어내고자 하는 사람들, 앞으로 나아갈 힘을 키우기 위해 발을 옮기는 사람들로 항상 온기가 끊이질 않는 곳, ‘해룡사’. 약천 스님은 “무릇 주지 스님과의 접견 문턱은 높으리라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자가 중생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룡사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저로 인해 가실 때는 편안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어느 때 찾아와도 주지를 만날 수 있는 사찰로서, 문턱을 낮추고 신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찰로서, 해룡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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