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
도시재생 뉴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
  • 정시준 기자
  • 승인 2021.09.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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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 안정희 대표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 안정희 대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오랫동안 신봉해 온 원칙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질 혹은 사회의 발전 상태를 단순히 ‘소득’으로만 판단하거나, 이를 의미하는 ‘효율성’이라는 단어가 곧 ‘경제성’과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삶다운 삶’에 대해 그리고 ‘함께하는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잃어왔다. 물론,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해야만 하는 우리들로서는 이러한 경제구조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간 경제논리 앞에 외면 받아온 ‘사회적 경제’의 가치들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오늘날 반드시 필요하다.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의 안정희 대표는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분쟁요소로서 뿌리 깊게 박혀있던 ‘주거와 도시개발’ 문제에 있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들의 공동체가 스스로 사업의 주체가 되고, 공공성이 지역 개발의 주된 가치가 되는 사업모델. ‘도시재생 뉴딜’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민공동체가 사업 주체가 되는 도시재생 모델 
‘도시재생’이란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에 따라 나타나는 기존 원도심 시가지의 노후·쇠락으로 발생하는 도심공동화를 방지하고, 침체된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물리 환경적, 산업 경제적, 사회 문화적으로 재활성화 또는 부흥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그간 우리나라의 도시개발 관련 사업은 개발이익의 과도한 사유화, 도시기반시설 부족과 사업성 없는 노후·불량주거지 방치에 따른 기형적 난개발, 무분별한 전면철거로 인한 도시 정체성의 상실, 원주민과 신규 유입 주민 간 경제격차에 따른 갈등 야기 등의 부작용을 낳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간 지역경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업무협의체 구성, 주민참여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수준의 거버넌스 모델 개발 등 도시 내부의 균형발전과 도심활성화 차원의 논의가 계속되어 왔으나, 관련 정책의 미비함과 잦은 정책변화 등으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은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국내 첫 주민공동체 도시재생기업(CRC와 CIC)이다.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의 안정희 대표는 2004년경, 現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모태가 된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 사업 선정을 이끌어내며 이 일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6년에는 약 200명으로 이뤄진 고등지구주민공동체 모임을 시작했으며, 주민공동체 기업인 주식회사 도시재생공동체개발관리 대표이사, 도시재생 주거환경 시민연대 대표, 도시재생활동가네트워크 이사장, 도시재생협치포럼 상임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도맡으며 도시재생 분야의 열성적인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재생 혹은 도시재개발이라고 불리는 사업의 진행 과정에는 다양한 이들의 이익이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그 안에는 주거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 뿐 아니라, 주거 세입자, 상가 세입자도 포함되어 있으며, 개발을 진행하는 건설사나 시행사 등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에 대부분의 개발 사업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해 협의가 무산되거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지역 내의 네트워크가 조각나는 경우, 또는 개발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라며, “저희는 가능하면 외부와 대립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것에서 이러한 갈등 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의견에 주민 분들의 동의를 해주셨고, 2006년도부터 10개 정도의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며, 큰 틀에서의 주민공동체라는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안이 필요해
세입자와 소유자를 가리지 않고 하나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여러 부문에서 커다란 효과를 발휘했다. 외부의 조력이나 자금 지원을 빌리지 않고도 주민공동체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모든 과정을 주체적으로 수행하기에 투명하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 또한 그저 손쉽게 이뤄진 것만은 아니었다. 안 대표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지역 주민단체를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관련 정부부처와의 대화와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었고, 또 부처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요구와 제안사항을 주민들에게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협의가 진행되던 와중인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며 LH공사가 출범했고, 그 여파로 전국적으로 진행되던 수많은 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상이 진행되던 과정에서도 지급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고, 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안정희 대표로서는 조합원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는 한편으로 정부와의 투쟁에도 매진해야만 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저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업 개발의 주권을 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도 전국에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인 수많은 지역들이 있고, 그 지역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성향,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결국 ‘도시재생’으로서의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으며, 지역에 맞는 유형의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역이란 ‘하나의 공동체’로서 자립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도시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데서 발생합니다. 도시재생이라는 것은 공동체와 주민 커뮤니티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서로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추구해나가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에서 현재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복합시설 ‘수원 고등 써밋플렉스’는 바로 이들이 제시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의 예시라 할 수 있다. 고등지구 C-5-1·2블록에 들어서는 ‘수원 고등 써밋플렉스’는 분양대행사인 ㈜상림디엠피를 통해 분양이 진행되고 있으며, 업무시설인 오피스텔 80실과 상업시설 197실로 이뤄진다. 고등동 및 화서동 일대의 고등지구는 대규모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이뤄져 주변이 신흥주거타운으로 발돋움 중이며, 대지 36만㎡에 아파트 4800여 가구가 입주했다. 또한, 걸어서 10분 거리에 지하철 1호선·수인분당선·KTX 환승역인 수원역이 있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도 개통 예정이어서 광역 교통망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단지 하층부에 조성되는 상업시설은 맞춤형 MD를 도입하여 추진 계획 중이며, 근린판매시설 분양 8일 만에 상가의 70% 넘게 정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기대가 높은 상권이다. 상층부 오피스텔은 청약 1차분이 2시간 만에 100% 정계약을 달성하였고, 시행사 분양 2차분이 분양 예정으로 사무·업무시설과 주변 아파트 거주민, 인근 대학교 및 공공기관 종사자도 잠재수요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대규모 복합시설 조성을 통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근 2~3km 반경 내에 부족한 의료시설·교육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 대표는 “개발 사업이 단순히 개발사·시행사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정작 지역민들의 삶과는 괴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자체적인 상권분석을 통해 지역 내에 부족한 의료시설과 교육시설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한 주차공간까지도 마련해 지역 내 주차난 해소에도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3~4개의 공간을 확보해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과 전문 직종에서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고등지구 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재생공동체개발관리’라는 주민공동체 기업을 통해 수도권 주민공동체 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전체 수익의 40%는 수도권 유사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 전했다. 그는 이미 5년 전부터 서울 및 인천·경기 지역의 신도시, 도시개발사업, 공공개발 사업지구 내 생활대책용지, 상업용지 공급 대상 원주민, 대토보상 지구 원주민과 대책위원회에서 자문 및 사업지원 요청을 받아 지원해왔으며, 향후 서울 영등포, 서울역 및 서울 원도심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하남, 시흥, 광명, 인천, 고양, 구리, 남양주, 용인, 부천, 안양, 평택, 안산, 과천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생활대책조합 및 상가용지 개발사업, 대토보상과 상가부지개발, 공공재개발, 공공기획 재개발, 3기 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활용한 원주민과 지역주민, 개발사업자 등이 함께 공동체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시장경제가 상생하는 모델인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서울 및 수도권 인구의 절반 이상은 사실상 세입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0년, 2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유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68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국토연구원, LH공사, HUG, 한국부동산원, 한국국토정보공사 및 5개 중앙부처와 함께 도시재생 중심의 다양한 개발방식에 대한 정책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업추진 부분으로 저희는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근린형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등동지역공동체조합과 도시재생공동체개발관리에서 비롯된 변화의 씨앗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희망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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