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건축,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건축’을 실천하다
사람과 건축,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건축’을 실천하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1.06.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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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 박병열 대표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 박병열 대표

이미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서 널리 상용화 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에 대한 관심이 최근 국내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 쓰지 않고 내부의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방식의 고효율건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열 쾌적이란 인체가 처해있는 온도를 쾌적하게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 데,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외부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액티브 하우스와는 달리, 패시브하우스는 정교한 단열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동적(passive)인 주택 모델이라 불리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주택 형태에 비해 난방비용을 최대 90%~95%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목적이 단순한 에너지 절감을 넘어 ‘효율의 극대화’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 모델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의 박병열 대표는 바로 이러한 패시브하우스의 개념과 시스템 기술을 한국에 도입해 ‘저에너지하우스’ 성능 이상의 건축을 최다 실현시킨 인물이다. 

한국 패시브하우스 시스템의 선구자
최근의 국내 건축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들이 바로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이다.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는 1991년 독일 헤센 주의 지원 아래 다름슈타트에 최초로 지어졌으며, 같은 주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009년부터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사용하는 건물만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다. 바로 이러한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시스템 기술을 한국에 도입, 확산시키고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의 박병열 대표다. 그는 시인공간의 대표이자 건축사로서 뿐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전남포럼 대표, 순천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장, 전라남도 녹색건축물 조성계획 자문위원 등을 맡아 폭넓은 생태건축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박병열 대표는 “건축이란 인간의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행하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입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건축이든 인간이든 다 자연의 일부라는 시각 아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인 건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시인공간은 건축물의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결국 우리 인간의 삶의 쾌적성과 건강함 그리고 지구의 환경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패시브하우스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국내에 빠르게 도입하는 데에 앞장선 박 대표는 2013년도부터 주요 프로젝트에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접목해왔으며,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패시브하우스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독일 PHI로부터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획득한 국내 45동의 건축물 중 시인공간에서 30동을 인증받았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특성과 환경에 맞는 패시브하우스 표준 모델 제시해
박병열 대표의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대학원 석사·박사 과정 시절 ‘한옥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출발했다. 우리 건축의 현 주소를 찾고 싶었다는 박 대표는 그 접근법으로서 한옥에 대한 연구를 선택했었다고 한다. 그는 “한옥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니, 왜 선조들이 이런 방식으로 집을 지었을까, 왜 이런 형태와 기술을 택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그 해답으로서 첫째 우리 민족의 유전자적 특성, 둘째 우리나라 기후와 자연조건의 영향, 셋째 쾌적한 집을 향한 선조들의 간절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후와 문화에 순응하는 한국의 패시브하우스는 한옥의 멋진 미래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 또한 처음에는 규모가 크고 멋있는 건축물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건축주들 또한 이러한 건축에 만족하는 듯 보였죠. 하지만 입주 후 1~2년이 지나고 난 뒤에는 집의 기능적인 부분이나 쾌적함, 하자 등으로 문제가 뒤따르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레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저는 건축주를 정말로 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고, 간절함의 보답이었는지 제 인생에 기적과도 같은 ‘패시브하우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패시브하우스를 공부하며 그간의 건축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확신한 박 대표는 이를 즉시 실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환경에 독일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결국 우리나라의 주거문화에 맞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생각해 매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한국을 번갈아 오가며 오랜 시간 연구와 실증프로젝트를 병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열정이 낳은 결실은 달콤했다. 패시브하우스를 마주한 고객들의 반응이 당장은 조금 엇갈릴 때도 있었으나, 1~2년 살아본 뒤에는 한결같이 감동과 감사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 통해 영상정보 공유, 패시브하우스 대중화에 힘써
최근 박병열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패시브하우스를 알리는 일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로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영상콘텐츠를 찍었던 것이 뜨거운 관심 속에 10만뷰를 넘어서며, 이후 수많은 문의와 컨설팅 의뢰가 이어진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영상이 화제가 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문의를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건축 모델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금껏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고, 여러 경험들을 거치며 축적한 지식들을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축문화에 하나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최근 유튜브를 통해 패시브하우스를 아주 경제적인 금액으로 구현해나가는 과정, 대지분석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무런 가감 없이 기록형태의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한국판 뉴딜’이라 불리는 10대 과제 중 ‘그린리모델링’ 과제의 전라남도 총괄기획가로 지난해 위촉되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에너지 성능을 높인 신축 건축물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에는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전국의 노후 공공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저는 이를 위한 50여개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향후 대한민국이 세계로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가장 효과적이며 리스크가 적은 방식은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의 병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에너지 사용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건축물의 냉난방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1인당 에너지사용량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그 효과 또한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생태도시 순천의 아이덴티티 구축에 기여하고파
건축가로서의 삶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현하고 싶은 목표로 ‘인간과 지구에게 모두 이로운 저탄소건축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을 꼽은 박병열 대표. 이에 그는 대학에서도 이러한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시민들 대상의 교양강좌나 유튜브 영상콘텐츠 제작, 컨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저탄소건축의 개념을 널리 알리고 대중화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생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야말로 범지구적인 기후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라 생각합니다. 특히, 순천은 이와 같은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에너지건축물이 80여 동 넘게 구현되어 있으며, 독일 PHI인증을 받은 패시브하우스가 가장 많은 도시 또한 바로 순천입니다. 매년 전국 각지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전체 개수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일지 모르겠으나,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모든 건축물로 아주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그 기반을 쌓아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순천시의 아이덴티티로서 ‘생태성’을 더욱 강화해나가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는 박병열 대표. 그의 이러한 노력과 열정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건강한 건축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져, 인류와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패시브하우스 기술이 보편적 건축기술로 안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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