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취업의지 모아 만든 일터, 국내 최초의 중증장애인 사회적기업
장애인의 취업의지 모아 만든 일터, 국내 최초의 중증장애인 사회적기업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6.18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돼 중증장애인들의 경제자립 만드는 복지기업 이루어내다”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 김숙현 회장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 김숙현 회장

지금까지 비장애인의 인쇄문화가 윤전기를 가동해 왔다면,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인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온기를 디지털 프린팅하는 시대다. 장애인의 자립기반 희망을 다지며 장애인 일자리창출을 이끌어 온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는 인쇄로 중증장애인들에게 일터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통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값진 땀으로 자립시킨다는 이상을 실현한다. 서울시 우수사회적기업이자 공인 중증장애인인쇄업체 1호로서 특허 캘리그래피 폰트전문 인쇄업체의 입지를 다진 김숙현 회장에게, 이처럼 장애라는 핸디캡은 아름답고 정교한 인쇄 작업에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직원들의 우수한 업무능력을 발굴하며 일터를 이끄는 그는, 오늘도 자립경영과 장애인 행복보금자리 건립이라는 큰 꿈을 함께 이루어 간다.

장애인의 행복은 의존보다 자립 가능하게 돕는 일자리 제공에서부터

한국의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장애인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는 장애인 노동자 차별금지와 권리구제법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장애인 우선구매특별법’도 이들이 연금에 의지하기보다 직업훈련을 받고 자립하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 김숙현 회장은 이 법령이 생기기도 전인 1970년대에 인쇄업에 뛰어들어 52년 째 인쇄 현역에 종사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 사고로 손에 장애를 입었지만 1,2급 중증장애인도 훈련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리고 오류동에서 인쇄업 30년 차에 접어든 그는 ‘문화인쇄’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모든 인쇄기술과 장비를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고 한국 인쇄 장애인의 행복한 생존 기반을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오랜 꿈을 실천한다. 

그렇게 구로구청의 지체장애인협회 지회장(11년)으로서 김 회장은 2002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꾸준한 장애인고용을 유지하는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를 운영하는 중이다. 그리고 협회와 함께 개봉로23길에 위치한 개봉동사회적기업 입주기업인 인쇄업체를 이끌면서,   인쇄에 재능이 있는 숙련자 18명을 고용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요인쇄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인쇄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그의 자신감은 인쇄시스템이 점차 ‘다품종 소생산’으로 바뀌어 가고, 1천 장 이상 대량인쇄 중심이던 기계식 윤전기 시대에서 디지털 인쇄로 전환하면서 더욱 강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리고  구로구 중소기업육성자금의 도움으로 디지털 인쇄장비들을 갖추게 되면서, 소속직원들도 장애인 고용정책의 수혜자만이 아닌 어엿한 직원으로서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능숙히 다루며 책, 캘린더, 포스터, 리플렛, 봉투, 명함 등을 우수한 품질로 인쇄해 매년 수십 억대의 실적을 내고 있다. 

중증장애인 제품 우선구매비율 확대와 협회 기반 자립경영을 목표로

김 회장은 고객사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인쇄품질 유지, 차별화된 경영과 영업 경쟁력을 위해 서체의 특허도 냈다고 한다. 특허 받은 서체는 그가 직접 손글씨로 쓴 캘리그래피를 3년 간 작업해 만든 것으로, 1천 8백 페이지에 달하는 성경을 모두 캘리그래피 폰트로 인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11년 간 지체장애인협회 지회장으로 활동하며, 평소 눈여겨 본 컴퓨터 능력자를 발탁하고 훈련시켜 매년 20-30명대의 장애인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김 회장은 아직 1%대로 묶여 있는 ‘장애인 우선구매특별법’을 3%대로 늘리기를 바란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인쇄 분야 뿐 아니라 화장지, 복사용지 등 장애인의 손으로 만든 모든 생산품이 전체 1%대 의무구매규정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인쇄 전문가 김 회장은 “실력을 갖춰갈수록 일반인쇄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이 규정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 입장에선 보호규정이자 때로는 허들과도 같다. 그러니 인쇄 수준을 더 높여 언젠가는 5%까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 기준의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고자 하는 김 회장은 코로나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자리와 인쇄의뢰건수 감소만큼 장애인들의 일터와 복지가 더욱 취약해져 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는 “요즘 중증장애인들에게 많은 직업훈련과 안정된 일자리 보장을 해주겠다는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 우리 직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출근하며, 유능한 직원들이 매출증대에 중요한 입찰영업에도 최선을 다한 덕분에 얼마 전에는 공기업에서 3억 6천만원 대의 입찰도 따냈다”고 덧붙인다. 김 회장은 2006년 자비로 시작한 무료급식소인 한울의 집도 코로나로 인해 현건물내에 있는 장애인들에게만 운영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직원이 아니더라도 중증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소, 기숙사 개념의 행복보금자리도 설립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이 직업을 갖는 것이 언감생심이었던 시절, 혹독한 노력 끝에 인쇄소를 차려 독립하겠다는 첫 꿈을 이룬 그는 잘 훈련된 장애인들이 이끌어가는 일터를 만든다는 두 번째 꿈도 이뤘다. 김 회장의 세 번째 도전은 장애인 복지기업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울타리로부터 자립경영을 이뤄내고자 더욱 노력할 것이며, 10년 안에는 꼭 입지가 좋은 곳에 우리의 사옥을 짓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