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열정으로 사랑과 삶의 축복을 포옹하는 글로벌 모던아티스트
불꽃같은 열정으로 사랑과 삶의 축복을 포옹하는 글로벌 모던아티스트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1.02.1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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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토양을 달리며 모험하고 창작이라는 태양 빛에 불타는 영혼”
임경숙 화가/상상예술연구소 소장
임경숙 화가/상상예술연구소 소장

임경숙 화가는 비주얼과 패션 퍼포먼스를 비롯한 행위예술로, 1985년 파리 퐁피두센터의 첫 동양여성작가로 이름을 올린 글로벌 아티스트다. 지금까지 회화와 영화 시나리오, 퍼포먼스와 문학을 토대로 소품과 5백 호 대작에 이르기까지 통 큰 행보를 보이는 임 화가에게는 화가보다 아티스트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아카데믹 엘리트라는 배경 속에서도 임 화가는 기존 형태를 깨뜨리거나 콜라주하는 모더니즘보다 축복과 희망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사람을 향한 사랑과 포옹의 메시지를 담은 모더니즘추상의 매력을 선보여 왔다. 2019년 미국 시카고박물관 단체전과 뉴욕 플러싱타운홀 개인전 이래, 창작을 계속하며 지난해 86여 점을 준비한 조선일보사 개인전으로 임 화가는 올해도 희망적인 메시지의 설치미술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경은 잊어라, 아티스트에게 국경은 캔버스 모서리 너머를 의미한다”

임경숙, 화가이자 모더니즘을 의인화 한 아티스트. 그는 상상력과 부단한 노력으로 모더니즘의 자유로운 표현과 혁신에 대한 향수가 남은 프랑스의 에너지를 흡수한 정통 모더니즘의 후손이다. 추상의 골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데생과 배색조합을 모두 완성하고 왔는지의 여부도 중요한데, 그의 철학과 예술적 융합기반은 탄탄하다. 노자처럼 자유로운 영혼과 장자처럼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그는 불꽃처럼, 불굴의, 불가능을 넘어선 노력으로 예술세계를 일궈 낸 일명 3불주의자다. 샤갈, 뒤샹의 변장술을 연상케 한다는 언론의 평가도 있으며, 현대미술의 논점인 비구상과 반추상의 경계는 그의 작품에서 진작부터 초월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고흐의 생각을 지닌 그의 그림들은 샤갈의 컬러를 띤 마티스의 일상을, 피카소의 콧날과 패셔니스타 트위기(tweegy)같은 긴 속눈썹을 통해 바라본다. 화가이자 행위예술가, 패션아티스트이며 시인이자 수필·시나리오작가라는 다양한 아이콘을 지닌 그는 산과 바다의 기운이 넘실대는 해남에서 태어나, 작은 밥집에도 시와 그림이 걸려 있다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예술적으로 유복한 유년기를 누린 덕분에 일출과 일몰 그리고 사계의 아름다움까지도 남들과 달리 보는 감성을 키웠다. ‘문학소녀’, ‘미래 은막의 여배우’로 불린 10대 시절을 지나, 20대는 임 화가가 “그대, 여자에게는 국경이 없다”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넓은 세상을 향해 꿈을 키운 시기다. 그는 프랑스로 떠나 파리 프레리드라 퍽뜨 의상과 데생학교를 졸업하고, 코스튬 떼아뜨르 연극의상학교를 수료하며 판화가 조르주 샤레르의 제자가 되어 창작가들 사이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모험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원색과 보색 대비, 원근과 프로포션의 간소화로 2000년 대 중반 한국에서 유행했던 일러스트도 강산이 두 번 바뀌기 전부터 그의 습작 속에 있었다. 지난 해 비디오아트(빛 끌림 제작)를 선보이기 전부터, 그의 동양철학과 한복 나염의 색감에 감화된 동시대 유럽 아티스트들도 많다. 그러니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인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2회에 걸쳐 패션 퍼포먼서 겸 화가로 데뷔한 것과, 동시에 백남준 이래 처음으로 퐁피두 아트그룹에서 태극마크를 단 국위선양인물이라는 점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예술 위한 희생과 사람 향한 사랑으로 불타는 융합 아트의 정수”

파리, 뉴욕, 시카고가 사랑하는 한국 아티스트답게 그의 예술 스펙트럼은 방대하다. 의상디자인, 판화, 도예, 천연염색, 연극 의상을 공부하고 자신감 넘치는 색과 구도, 서정성을 보여주는 그는 유럽아카데미협회 동메달리스트, 파리8대학 그룹전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 신인상, 2019년 시사신문 회화 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녔다. 그는 명예와 영광을 이룰 때 필요한 부단한 노력을 안다. ‘불’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만큼, 그는 불꽃같은 삶을 노랑과 빨강 톤으로 승화한 고흐의 삶을 사랑하고 예술가는 예술을 위해 자신을 불살라야 한다고 말한다. 

테레사 수녀를 영혼의 멘토로 삼은 천주교인으로 청소년 기술 교육 봉사활동에 나서며, 그림과 글이 어떤 설득보다도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더욱 창작에 정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용기와 호기심으로 지적설계를 개척한 아티스트인 그의 아이콘으로,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심해물고기를 닮은 눈과 긴 속눈썹을 드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인간관계를 묘사하며, 새와 말이 노니는 오로라 빛 배경과 몽환적 세계의 공존은 언제나 눈길을 끈다. 또한 모든 창작 모티브가 사람을 향해 있으며, 이들과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자유와 생명존중의 메시지는 그의 작품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한다. 프랑스 유학생활을 보내는 동안 격동의 1980년대를 보낸 또래 젊은이들을 향한 위로와 공감을 담아 임 화가는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IMF로 집을 잃거나 정리해고를 겪는 고통 속에서도 금모으기 운동에 나선 국민들에 감동받아 인간은 폐품이 될 수 없다며 정크아트전을 열기도 했다. 

통산 9번째 시집 겸 시화집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를 비롯해 <나는 생을 노래하네>를 출간한 시인, 그리고 영화로 상영된 시나리오와 수필 <혼자 사는 여자>, <배꼽에 바람을 넣고> 등을 발간한 수필가인 그는 2018년 5월 인사동사거리 갤러리M에서 서양화 그림 전시를 겸한 시낭송회와 퍼포먼스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개인전 <사랑과 축복으로>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메시지의 영상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임 화가는 현재 3년 전 문을 연 그의 예술창작 공간, 30평 규모의 우이동 인근 상상예술연구소에서 이번에는 평면작업과 설치미술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한다. “2021년도에도 늘 그랬듯 붓으로 성실한 춤을 추며 자신만의 불꽃을 일으켜 보이겠다”는 ‘아티스트 임경숙’의 차기작들은 그렇게 하나씩 불씨를 당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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