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으로부터 정화된 왕관 쓰고 행복한 세상에 나온 물고기들
내면으로부터 정화된 왕관 쓰고 행복한 세상에 나온 물고기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12.2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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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킴 화가
로즈킴 화가

현실에 없는 형상인 것은 닮았지만, 반구상이 비구상과 다른 이유를 미술 용어보다 아이들의 언어로 파악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설령 백수(百獸)의 왕을 ‘사쟈’, ‘오랑이’라 표현한들, 상상동물인 ‘판나코타드래곤’, ‘아스트로노터스’보다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즈킴 화가는 반구상을 하는 서양화가다. 그는 누구나 알고 있으며 잘 보이는 사물을 재해석해서 형상을 오버랩시키며, 어떤 대상을 똑같은 사물로 나타내기보다는 내면의 체에서 몇 번 걸러내고 정화시켜 만든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객관적 형태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한 물고기 시리즈로 행복의 바다를 헤엄치는 그는, 2020년의 마지막 달을 맞이해 추억과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들을 부산 벡스코 국제아트페어 개인 부스전에 소개한다. 

낮에는 좌뇌로 업무를 하고, 밤에는 우뇌로 물고기들과 행복한 시간

아가미가 없는 인간들은 물속에서 지느러미를 바삐 움직이며 살아가는 물고기를 보며 기쁨과 안식을 얻는다. 나무를 보면 마법의 숲 속 놀이를, 나비를 보면 여왕놀이를 떠올리고, 꽃을 보면 클로버꽃 왕관을 만들어 놀던 유년기를 기억하며 사업가가 된 로즈킴 화가에게도 물고기는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창의성과 연결되며 영감을 주는 생명체이다. 그리고 “창작자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며, 이를 기억 속에서 유추해 자기 것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일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화가”라고 말하는 로즈킴 화가는 어린 시절 보던 풍경 속의 나무, 꽃, 나비, 새, 물고기들을 소환해 캔버스로 옮겼다. 그에게는 생업이자 단조롭고 꽉 짜인 낮의 일상을 지나면, 밤에는 언제나 산을 넘어 등교하던 시절의 사계절 풍경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6년 전부터는 겸업하는 프로 화가로서 “좌뇌 지향적인 낮, 우뇌 지향적인 밤”을 실현할 수 있게 된 로즈킴 화가는 스케치여행을 떠나며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옹이와 기둥, 그 앞에 떨어져 소복이 쌓인 낙엽 하나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메모하여 작품의 영감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또 매일 산책하며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인 자연을 오래 들여다보고 자세히 관찰하며, 여기서 떠오른 아기자기한 생각들을 그림 속에 담는다. 이번 벡스코 국제아트페어에 소개하는 그림 27점도, 모두 이런 자연물을 형형색색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 중 로즈킴이라는 제2의 자아에 가장 가까운 것은 구피를 닮은 예쁜 물고기 시리즈들로, 물고기들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공주나 왕자의 왕관을 쓰고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아름다운 기억을 좌표로 삼아 신비롭고 몽환적인 공간을 헤엄친다.

전통 조각보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모든 주연들의 무대로 제공

로즈킴 화가는 동물과 사물을 보고 브레인스토밍하며 새와 물고기 같은 생물들에 자신의 자아를 넣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이들을 표현하고 싶어 평범한 배경대신 조각보 무늬라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 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 ‘왕관을 쓴 물고기들’은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로즈킴 화가 자신도 물고기에 애착이 많아, 이들을 오래 전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후 늘 아껴 온 조각보의 예쁜 무늬로 가득한 공간에 풀어 주었다. 볼수록 아름다운 이 무늬들은 익숙함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재가공 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그림과 글, 노래 같은 창작행위를 모두 좋아하며 본능적으로 자기표현 기질이 있는 로즈킴 화가는, 우울한 코로나 2단계 연말에도 자신의 해피바이러스 기운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고 한다. 

또 자유로운 창작에서 행복을 느끼기에, 앞으로 대형 사이즈로 희망찬 메시지를 표현해 내년 개인전에서 소개할 계획도 있다. 로즈킴 화가는 작가로서 수집 대상이 되거나 창고로 들어가는 그림 대신, 매일 보고 즐거우며 행복을 느끼는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즐거운 취미인 그림으로 대중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화가의 본능적인 욕구는 어항이 아닌 조각보 무늬의 바다를 헤엄칠 기회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또한 올해 작업실에서 상대적으로 많아진 시간 동안 그림구상이 풍부해져 기분이 좋았기에, 로즈킴 화가는 내년 전시에서도 밝고 희망찬 그림을 소개할 것이며 관객들이 그림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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