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음식 특화도시 전주의 음식문화 발전 모색하는 대표 요식인과 명인들의 길드형 모임
향토음식 특화도시 전주의 음식문화 발전 모색하는 대표 요식인과 명인들의 길드형 모임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7.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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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주음식산업 관련 육성 정책 제시하고 학술적인 인적네트워크 만들어 대안 논의”
전주음식대표자모임 송재복 대표/호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주음식대표자모임 송재복 대표/호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한국의 지역관광문화 중에서도 성공적인 전주한옥마을은 요식관광을 기반으로 향토문화를 체험하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인기절정의 전주한옥마을에서는 관광문화의 유행에서 파생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해, 최근 수년 간 전주한옥마을에도 대기업이 진출하고 향토 메뉴가 아닌 요식업종이 인기를 끌면서 초기목적과 다른 정체성에 대한 찬반론이 일고 있다.

따라서 전주의 향토음식과 특화된 요리, 그리고 대를 이어 요식업을 운영하거나 정부 지정 명인으로 활동하는 전주의 요식업 전문가들이 지난해 한 뜻으로 모인 것은, 세계 4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전주가 앞으로 관광객들과 지역민들 모두가 공감할 음식문화를 선도해 갈 방안을 준비하는 요식업 길드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전주 요식업 달인들을 모은 전주음식대표자모임의 송재복 대표와 함께, 앞으로 전주 향토음식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전주시와 전주 요식업 전문가들이 고유 음식문화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정립하기 시작하다
전주음식대표자모임은 전주 출신의 전주 향토음식 전문가, 요식업 종사자들이 모여 전주시가 앞으로 어떻게 고유한 전주 음식문화를 지키고 정체성을 확립해 갈 것인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난 해 10월 출범한 한국형 요식업자 길드 모임이다. 친목 이상의 방향성을 만들고자 다양한 한식을 다루는 현직 요식업 경영자와 요리 명인들을 포함해 현재 20여 명이 모였고, 내년까지 30여 명으로 확대될 예정인 이 모임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조직의 대표를 맡은 호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송재복 대표가 주축이 되어 결성하였다.

송 교수는 기존의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주를 대표하는 메뉴를 취급하는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 다른 업종간의 정보교류와 최근 소식,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조직을 지향한다. 따라서 전주음식대표자모임에서는 각자 경영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음식산업의 중요한 일면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송 교수는 현재 전주한옥마을의 경우 관광에 좋은 외식업장으로 유명해져 있지만 전통보다는 인스턴트 메뉴, 상업화된 하이브리드 메뉴가 잠식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토속 조리법과 요리는 조만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송 대표는 한옥마을의 본래 콘셉트에 부합하는 전통/향토 전주음식 중심의 업소를 발굴해야 할 것이며, 담론과 논의는 물론 무엇보다도 전주시가 개선노력과 의지를 보여 한옥마을을 원래 취지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자율정화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한옥마을의 상가들, 전주음식의 전문가들과 관련단체들이 한옥마을 음식산업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의견이다.

월 1회 친목 모임을 갖고 다양한 음식문화 체험하며 전주시 음식산업 발전 논의
송 대표는 지금처럼 자율정화에 맡기다가는 전주 음식을 그릇되게 접하고 편견을 갖게 될 우려가 있어, 결과적으로는 한옥마을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요식업 전문가들 스스로 전주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서로의 영역에 있는 맛과 음식문화를 체험하며 전주시와 음식산업 발전을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

송 대표는 비빔밥 명인인 가족회관 김년임 대표, 고미옥의 백반 명인인 우순덕 대표, 우리맛연구회 소속이자 한정식 분야의 명인 박영자 대표, 마찬가지로 궁 한정식을 경영하는 한정식 명인 유인자 대표, 폐백 명인인 청실홍실의 신복자 대표, 반야돌솥비빔밥을 경영하는 동시에 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복주 대표 등을 명인으로 섭외하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화려한 라인업인 한정식과 콩나물국밥 전문 한일관의 이원형 대표, 한정식과 갈비냉면 전문 수라온과 냉면예술을 각각 경영하는 오재천 대표, 떡갈비에 특화된 조선난장의 대표로서 한옥마을 박물관을 시작할 예정인 조문규 대표, 약선요리 전문 감로원의 조현주 대표, 한국전통문화전당 내 비빔밥 뷔페 부빔온의 양미 대표, 전주막걸리인 예촌막걸리의 최인덕 대표, 25년 전통 감자탕 해이루의 홍성인 대표, 유네스코전주음식 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을 거친 모싯잎떡의 고재용 대표, 음식을 강의하는 독간도 대표였던 최미라 씨, <전주음식이야기>를 저술한 전 전북대 총장 장명수 씨, 음식나라조리학원/제과제빵, BM커피학원의 대표인 군장대 이흥로 교수, 소스전문회사 성우 FNC 정영수 대표, 음식스토리텔링을 전공한 전주대 식품산업연구소 송영애 연구교수, 유네스코전주음식창의도시시민네트워크의 이사인 최은희 전 전북도의원 및 김판쇠전주우족탕의 김동우 대표와 함께 전주음식대표자 모임으로 활동 중이다. 그 외에도 이들은 월 1회 모임을 갖고 가입비 10만원과 회비 20만원을 통해 향후 맛 체험, 음식문화축제 진행, 음식봉사활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의 요리 명인들의 경험, 유행에 함몰되지 않는 조리 레시피를 후대에 전하는 노력 필요
전주 음식의 특징은 씹을수록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좋은 식재료로 요리사의 따뜻한 정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2대에 걸쳐 김판쇠전주우족탕을 경영하고 있는 김동우 대표는 대를 잇는 우족탕으로 전주 음식의 역사를 만드는 중이며, 한참 윗세대인 명인들과 요식업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요리를 만드는 철학을 배울 기회라 생각하고 모임에 합류했다고 전한다.

지자체에서는 이제 100년 가게, 혹은 가업승계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 중인데, 김 대표는 전주음식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2-3대에 걸쳐 유지되는 비법과 명인들의 사례를 글로 남길 수 있길 바란다. 향토음식 분야의 교육자, 자치단체장, 행정가들을 많이 접해 정책에 반영할 기회가 많은 송 대표는, 어느 요식업장이든 한 번 무너지면 대표와 그 가족 뿐 아니라 종업원 가정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기에 송 대표는 절대다수의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고자 원래의 간을 잃고 점차 식감이 평준화되거나 하이브리드로 전주 음식들의 고유성을 훼손하는 부분을 개선하여 전주음식대표자모임에서 확보해 둔 명인들의 올바른 전주음식 문화의 맥을 잇겠다고 한다.

전주음식도 정통 부류의 맛·레시피를 확립해야 세대교체 후에도 맛의 일관성을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나 매체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지역적 특색을 외면하거나 역사적 발생 가치를 제치고 맛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앞으로 송 대표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전주 음식역사 보존과 계승은 물론 세대 간의 교류와 전주음식 관련 세미나와 포럼 활동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수집할 것이라고 한다. ‘손맛’을 기억하는 명인 세대가 생존해 계신 동안, 젊은 세대들에게 사랑받고 해외에 홍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송 대표와 전주음식대표자모임 소속 회원들의 의욕적인 활동 및 대중들의 인식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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