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茶道)의 향기를 통해 느끼는 차인(茶人)의 품격에 대하여
다도(茶道)의 향기를 통해 느끼는 차인(茶人)의 품격에 대하여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7.1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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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의 핵심은 인성이며, 차를 안다는 것은 인생을 안 다는 것이다”
동림다례원 김정현 원장
동림다례원 김정현 원장

2018년 4월, 진주시청 2층 로비에서 열린 ‘동림 김정현 개인소장전’은 전시된 다기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차의 종주국 고관대작들도 도전하기 힘든 개인 단위의 다기 개인소장전이 한국에서 열렸다는 이유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경남 산청 겁외사의 불자이기도 한 동림관정다례원의 김정현 원장이 20년 수집가 인생이 담긴 다기들을 소개한 이 자리에서, 김 원장은 다도인 혹은 차인으로 세속적 물욕을 버리기까지 30년 차 인생에서 얻은 것들을 환원하는 나눔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2년이 흐른 지금, 차로 인해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기쁨과 건강을 찾았고, 여전히 차의 미학을 알리는 삶을 살고 있는 김 원장은 오래도록 생각해 온 차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필요한 점들과 개인적으로 정립해 둔 차에 관한 철학을 전해 왔다.

차인은 차를 통해 인생을 이해하고 자기 인성의 바탕을 만드는 사람

‘다례원의 동림선생’ 김정현 원장은 요즘 SNS와 유튜브의 매력에 빠졌다. 30여 년 전 오랜 장사일로 암 수술만 6회나 한 고된 심신에 위안을 주고자, 김 원장은 당시 (사)한국차인회를 설립하고 차로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는 ‘5성다도법’ 아인 박종환 선생의 진주 철화다관에서 차를 접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처음 접한 말차 한 잔에 위안을 받아 꾸준히 차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1년이 3년, 3년이 30년이 되어 이제는 후학들을 이끄는 진주의 유명 다도선생이 되었다고 한다. 아인 선생의 영향으로 술자리보다 청아한 우리전통 다도와 학교다도를 시작한 김 원장은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상승하는 말차에 이어, 다양한 녹차와 잎차, 그리고 한국전통차와 중국차, 유럽의 홍차를 배웠으며 다도대학원의 전문가과정을 수료해 동림다례원을 열어 후학들에게 차를 알고 이해하며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 김 원장의 활발한 일상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온라인상의 질문에 대해, 그는 한결같이 ‘차’라고 말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녹차만 해도 우전, 세작, 중작의 맛과 향이 다르며,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의 풍미와 숙성을 견뎌 낸 차의 인내심이 주는 감성이 크다. 차는 음료 이전에 자신의 바탕을 만드는 문화이다. 김 원장은 맛과 다기, 문화까지 화려한 홍차로 입문해 다른 차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한 가지 차만을 좋아하면 마니아일 뿐 ‘차인’은 아니라고 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그렇게 우리전통차를 알고 보이차와 말차를 이해하며, 동양의 차와 충분히 대화하고 맨 나중에 화려한 홍차를 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여러 차를 단계별로 이해하는데 적어도 3년은 지나야 감을 잡게 되며, 차를 가까이하며 자신을 내려놓고 남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진정한 ‘차인’의 격도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학교의 인성교육 및 가정에서도 쉽게 접하는 대중적 다도 필요

올해 73세지만 매일이 상쾌하다는 김 원장은, 후학들에게 차를 배우면서 그릇된 점 대신 좋은 것만 전수하는 중이며,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올곧게 배운 수제자 3명 정도만 선생이 되어도 좋겠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차로 명성을 얻으면서 따라온 물욕도 말끔히 정리했다. 좋은 다기를 보면 지나치지 못한 그는 40평 강의공간보다 큰 창고가 다기 세트로 가득함을 깨닫고 마침내 부처님께 백일기도로 차와 바르게 공존하는 법을 여쭈어 보았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어 2년 전 진주시와 협력한 개인소장전을 열고, 다기에 차의 온기를 정성들여 유지할 법한 관람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넘기게 됐다고 한다. 

좋은 다기의 주인이 바뀌는 자리는 감사와 덕담의 고운 말들로 가득했고, 김 원장은 소장품의 80%를 비우면서 차를 달이는 시간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과 마음에서 곱게 피어난 차의 정신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남에게 차를 가르칠 자질을 갖추고자 지금도 공부하는 김 원장은, 6년 째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다도로 인성교육을 한다. 김 원장은 인성을 갖춰야 차를 배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차를 내리면서 품성이 나아지는 것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비뚜름하게 앉아 물을 엎지르는 아이들도 1년 후에는 눈빛이 진지해지는 모습이 좋았던 김 원장은 내심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들, 학부모들에게도 다도를 가르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김 원장은 가족들이 모여 숙차나 보이차든, 용기나 티백이든 취향대로 마시며 환담을 나눌 수 있도록, 현재의 다도가 모든 가정의 주방마다 커피처럼 놓일 정도로 변하길 원한다고 한다. 5월 25일을 차의 날로 제정한 은사처럼 평생 차를 배우고 가르치며 깨달은 미담들을 언젠가는 다도에 관한 책으로 쓰고 싶다는 김 원장은, 이렇게 내면과 외면 모두 차와 하나가 된 진정한 ‘차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차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향기롭게 만들어 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다도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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