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부터 평등한 교육환경은 유아교육의 일원화로부터
유아기부터 평등한 교육환경은 유아교육의 일원화로부터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0.06.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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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국공립유치원 임용고시 합격률 높이고 성인지 감수성 인식 변화”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

지난해, 구글로 미개척지를 찾아 부모님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를 선포한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해외토픽에 올라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파란색과 소방관은 남자’, ‘분홍색과 간호사는 여자’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벗어나 어릴 적부터 자기만의 역할 모형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유아교육 단계에서 유아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낀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는 발전하는 초중고의 교육현장과 달리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유아교육 분야를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아동권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유아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며 유아교육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사들에게는 평생직장을,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교육 보장하는 유아교육 일원화
한국의 의무교육은 만 6세부터 시작되기에, 사실상 2~3세부터 아이들은 사교육을 먼저 접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는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졸업 후 10년간 학원 강사로 일했지만, 맞벌이 부모가 일하러 간 동안 집에서 화재로 사망한 유아 이야기에 충격을 받아 진로를 바꾸었다고 한다. 당시 영유아 관리를 부모가 책임져야 했기에, 김 교수는 의무교육인 초중등교육과 달리 교육의 사각지대인 유아교육에 헌신하고자 한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교육학석사와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1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 뒤, 2009년 8월 귀국해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이후 국내 유아교육 분야의 신지식인으로서 <유아과학교육>, <유아교육개론>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한 김 교수는 미국보다 한국이 유아교육기관의 시설이나 교재, 교구 등의 수준이 높음에도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장의 재량에 따라 유치원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교육시스템의 적용이 쉽지 않고 교사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김 교수는 광주대에 와서 평생직업으로 국공립유치원교사를 강조하고 임용고시반을 운영하면서 많은 학생이 국공립유치원교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광주대는 매년 15명 정도의 합격생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둬 임용고시를 희망하는 많은 학생이 광주대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졸업 후 학생들이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발전시키면서 교육현장에서 소신 있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의 보건복지부가 맡은 어린이집과 교육부가 맡은 유치원이 교육부로 일원화가 시급히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영유아 때부터 국가가 주도하는 유아 참여권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이뤄져야
김 교수에 따르면, 유아교육의 일원화는 국가가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을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므로 현재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유아교육의 근본 취지는 모든 유아에게 ‘같은 출발선’을 보장해 주는 것임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유아교육이 교육의 평등권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김 교수는 유아교육이 이론보다 현장수업이 중요한 응용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식, 태도, 기술, 가치를 실천하는 교사는 교육현장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유아를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면서 효과적인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교사 대 유아 비율이 높은 교실환경에서는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유아의 수를 줄이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더불어 김 교수는 유아의 의사결정력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유아 참여권’을 강조하면서 발달권, 생존권, 보호권만큼 중요한 참여권을 보장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김 교수는 유아교사 대다수가 여성이어서 오히려 유아교육 현장에서 성평등 교육이 전개되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유아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성별을 초월해 다양한 역할모델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광주대 유아교육과에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마음가짐으로 매년 수많은 석박사 학생을 배출하는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와 초중고 온라인 개교를 맞이한 지금도 교육부에 유아교육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전문 부서도 없음에 아쉬움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교육부에 유아교육 전문가가 배치되어 유아교육을 소홀히 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바뀌고, 유아기부터 국가가 주도하여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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