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서의 카페가 아닌, 음료로서의 ‘커피’를 만나다
공간으로서의 카페가 아닌, 음료로서의 ‘커피’를 만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6.15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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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로브(Coffee Probe) 송호열 대표
커피프로브(Coffee Probe) 송호열 대표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는 일은 단순히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내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 지친 나를 위로하고 한 박자 쉬어가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이제는 모두 커피와 함께다. 우리의 삶에 깊이와 향기를 더해줄 ‘커피라는 문화’를 전하고 있는 커피프로브 송호열 대표를 만나봤다.

세계 수준에 이른 한국 커피, 문화로서의 성숙함이 필요해

흔히 커피를 일컬어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 하나의 표상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서 놀라울 정도로 거대해진 커피산업의 규모를 꼽는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이은 세계 6위 수준의 커피 소비 국가이자, 7조 원대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어디서나 흔히 커피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고, 매년 1만개 이상의 매장이 오픈될 정도로 카페 열풍은 식질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전 세계 커피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은 위치에 머물러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덩치에 비해, 그 내실과 깊이를 더할 ‘문화’라는 측면에서는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카페’라는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커피프로브 송호열 대표는 여전히 대중들의 커피에 대한 인식은 프랜차이즈 커피에 머물러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해외 대형 브랜드가 유입되거나 이를 모방하며 유행처럼 시작된 커피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제공하는 공간을 향유하기 위한 ‘공간문화’로서 자리할 뿐,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커피문화’를 만들어내기에는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산지마다 달라지는 원두의 특성이나 로스팅 방법에 따른 차이점, 각각의 커피가 가지는 오리지널리티는 무시한 채,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만 커피시장을 바라보는 산업구조가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은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약 20여년 가까이 커피와 함께 해왔고, 바리스타 교육과 창업 상담, 원두 납품 상담 뿐 아니라, 현재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여러 바리스타 대회의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 송호열 대표의 시각에서 볼 때 더욱 아쉬움을 더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여러 대회에서 마주하는 한국 바리스타들의 실력은 세계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커피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실력자들과 겨뤄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국제대회에서 한국인이 챔피언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규모 자본과 마케팅력을 갖춘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개인에 따른 취향차가 존재하고, 선호하는 커피의 형태가 다를 수는 있겠으나, ‘진짜 커피’를 추구하는 이들의 노력이 이대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생각이다.

“특색 있는 한국 커피브랜드가 목표”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 겸 사무실, ‘커피프로브’는 송호열 대표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거점이자, 그러한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의 아지트로서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을 아는 이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카페임을 나타나는 간판도 달지 않았다는 송 대표는 커피 각각의 특성에 맞는 잔의 용량이나 재질, 마시는 방법 등을 달리해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로서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데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커피란 하나의 음식이기도 합니다. 같은 레시피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이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음식처럼, 커피 또한 누가 다루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문화의 깊이는 바로 그 다양성에서 옵니다. 재료와 방법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만들어내는 ‘차이’들이 우리의 커피문화를 보다 성숙하게 이끌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러한 커피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최근 국내 로스터기 제조업체인 버닝로스터와 케냐 생두의 수입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 손꼽히는 케냐 생두 수입을 위해 직접 현지를 방문하기도 한 그는 오는 6월 중 첫 수입물량 납품을 시작으로 국내 커피시장에 보다 품질 좋은 원료를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대회를 개최, 국내 로스터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대에 일조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현재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저희 또한 예정해 놓았던 일정들을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만, 힘을 모아 조속히 정상화시키는 데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현재 케냐커피 수입유통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향후 기회가 닿는다면 함께 하는 분들과 함께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낼 수 있는 색다른 커피브랜드를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커피문화가 탄생하는 토대가 되어 세계에 한국 커피를 알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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