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진 프레임 안의 즐거운 상상, 커피 향기에 보고 듣는 예술작품을 담은 ‘카페8번가’
네모진 프레임 안의 즐거운 상상, 커피 향기에 보고 듣는 예술작품을 담은 ‘카페8번가’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0.02.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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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8번가(8STREEET COFFEE) 원상호 대표/작가
카페8번가(8STREEET COFFEE) 원상호 대표/작가

규율과 체면을 피해 모든 지식인과 예술가에게 문호를 열어 준 귀족 살롱 문화는 저자거리로 내려온 테마 카페로 변신하면서 지금도 누구에게나 꽉 짜인 일상에서 숨통이 트이는 도피처를 제공해 준다. ‘즐거운 상상’이라는 인생 모토로 ‘네모놀이’ 연작들을 선보인 작가이자, 심혈을 기울여 좋은 원두를 고르는 카페8번가의 원상호 대표는 지난해 가을 공연장과 미술관을 겸한 매장 리뉴얼 소식을 전해 왔다. 카페는 모든 요식업을 통틀어 먹고 마시는 것 외에 다른 목적으로 들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기에 더욱 특별한데, 그 중에서도 복합 문화공간으로 존재감이 뚜렷한 카페8번가는 향기로운 ‘고래커피’와 함께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아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창작자와 감상자들을 위해 열려 있다. 

즐거운 상상이 자맥질하는 곳, ‘꿈을 품은 고래’의 뱃속은 네모난 창작의 공간

경희대 인근의 카페8번가는 네모를 테마로 한 화가이자 조형작가인 원상호 대표가 만든 카페 겸 전시장, 공연장으로 유명한 아트갤러리카페이다. 음악과 미술, 문학을 좋아하고 대학 시절 인테리어와 목공 작업 경험이 있었던 원 대표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외식업 중 문화와 가장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카페로 전향해 10년 전 회기동에 카페8번가를 차렸다고 한다. 겸업 작가로서 작품들을 일반인에게 소개할 여유가 없는 작가, 장소대관비용과 섭외가 어려운 창작자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원 대표는 오픈 초기부터 1층은 대관 전시 및 판매, 2층은 설치미술을 포함한 공개된 작업 공간, 3층을 자신의 작업실로 꾸며 카페를 운영해 왔다. 
카페의 모토는 ‘즐거운 상상’이며, 카페 곳곳에는 손재주 좋은 원 대표의 창작물들로 가득하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접하기 쉽지 않아 실존하는 상상 동물로 꼽히는 고래를 카페의 캐릭터로 삼아 입구의 하얀 조형물 ‘꿈을 품은 고래’를 직접 제작한 원 대표는 시기별로 공모를 열어, 사진, 조소, 그림 등 작가들의 포트폴리오와 콘셉트 제안서를 받아 적합한 작가에게 전시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원 대표는 약 2주 간 전시장 대관비는 물론, 배너와 홍보도 모두 카페 운영 수익금으로 무료 제공하기에 신진 작가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또 전시 기회를 얻은 작가에게도 좋지만, 굳이 공연장과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커피와 휴식을 즐기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인근 경희대생은 물론, 다양한 창작자들의 사랑방이자 독특한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서울 회기동의 명물카페로 10년을 맞이해 직접 리모델링, 매력적인 인테리어로 재개장

지난 10년 간 카페 경영과 창작을 병행하며, 틈틈이 리모델링을 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지난 가을 매장을 재오픈한 원 대표는 여전히 매장을 3구역으로 나누어 카페 베이커리와 전시장, 공연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을 쌓아 놓고 북카페로, 그림 몇 점 걸어 놓고 갤러리카페로 불리기를 바라지 않기에, 그의 이번 리모델링 작업은 핸드메이드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카페의 입구는 고래의 꿈이며 내부는 창작자들의 꿈인 셈이다. 디자인은 물론 테이블에서 의자, 인테리어 소품까지 직접 만드느라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지만, 창작결과물에 만족한다는 원 대표는 매장 전체가 일종의 인테리어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무료전시를 하는 전시장이나 미술관도 특유의 위압감이나 다른 분위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기에, 휴식공간인 카페이면서 미술박물관처럼 보이도록 작가의 숨결을 곳곳에 새겨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 대표의 하루는 여느 미술관처럼 작은 소품과 작품을 판매하는 코너를 두고, 작가와 판매수익을 나누면서 주류가 아닌 예술가일지라도 창작과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고심하는 예술가이자 후원자로, 한편으로는 좋은 원두를 고르고 베이커리 메뉴에 공을 들이는 카페 대표의 모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또한 원 대표는 요식/외식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추고 들어왔음에도, 카페란 환상과 로망으로만 가득한 영역이 아니라 개인생활을 갈아 넣으며 노력해야 창작욕구와 생활감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공간개념 ‘사각’ 형태 안에 행복의 감성을 가득 채운 작품 활동

원 대표는 네모놀이(스퀘어 플레이)를 테마로, 형태보다는 공간개념인 네모/사각과 그 안의 세계를 구상해 왔다. 그리고 원과 곡선에 가까운 자연과 반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4개 선의 틀 안에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통해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에 접근하는지를 일러스트로 나타낸다. 그렇게 백그라운드 작업인 감성 위에 치밀한 이성의 이미지를 입히는데, 인물들은 ‘사각의 틀’ 안에서 동물의 형상으로 위트 있는 자신만의 행복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있을 법하나 비현실적인 틀 안에서 웃는 얼굴들은 "사각 PLAY/행복을 찾는 사람들"로 한가람아트갤러리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그간 원 대표는 금보성아트갤러리 초대전, 그리고 개인전 <네모놀다>를 비롯한 개인전 14회 모두 가려진 감성, 드러난 이성의 교차 작업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에 접근해 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으며, 수많은 전시를 거치는 동안 큰 주제는 사각의 틀로 유지되지만 내용물은 시기별로 달라지는 관심사에 맞춰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큰 전시장에서는 도슨트를 받으며 생각이 정리된 상태에서 감상하지만, 원 대표는 카페8번가의 전시가 선입견 없이 관람을 한 뒤 느낌과 톤,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나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고 한다. 
창작자 입장에서 작가는 자신의 창작물을 널리 보여주기를 바라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에, 원 대표는 카페8번가가 늘 그런 ‘열린갤러리’ 역할이기를 바란다고 한다. 지난해 인테리어와 경영에 더 힘썼던 만큼, 원 대표의 2020년 구상은 카페8번가의 이름으로 참여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소개할 코엑스 조형아트페어 일정에 쏠려 있다. 이후 다시 사각의 행복, 네모의 꿈을 그린 개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원 대표는, 앞으로도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키워가는 편안한 감상으로 창작자와 애호가 모두가 즐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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