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의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수많은 소망을 담아 반짝이는 그림
달항아리의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수많은 소망을 담아 반짝이는 그림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6.1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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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채색마다 항아리에 담은 소원과 기도가 빛을 내며 퍼져나가도록 광채를 더하다”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10년 넘도록 달항아리 주제를 추구한 화가 이정애 작가에게는 다른 독특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이 작가는 평소 좋아하던 풍경화처럼 하나의 앵글 안에 한 세계를 풀어 놓거나, 무언가를 창조하는 열정을 채워 준 누드크로키 같은 그림들을 주로 그렸으며  한편으로는 담아낸다는 의미를 지닌 항아리를 빚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화와 도자공예 모두에 소요될 시간과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남들이 그리지 않는 독특한 채색 소재를 골라 달항아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달항아리 그림은 작가의 화풍에 매혹된 사람들을 자신의 그림 앞에 세워 두는 정경을 꿈꿔 온 이 작가의 바람을 실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채우기 위해 비우는 달항아리, 그 표면에 모두의 염원과 기도  사랑을 그리다

항아리는 무언가를 담기 위해 제작되었지만, 미술에서 항아리란 담는 의미 외에도 표면의 장식과 형상 자체만으로 작품의 의미가 있는 물건이다. 이 작가는 오방색과 금분으로 숱한 선들을 항아리에 채워, 도자소성과정에서 생겨나는 이 빙렬의 미학이 수십 혹은 수백 번 아로새겨져 생겨나는 형상들마다 종교를 초월한 기도와 염원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금분과 은분으로 된 물감, 비늘 혹은 처마의 기와들처럼 촘촘하게 반복되는 형상을 새기고, 평면그림에 잘 쓰이지 않는 글리터젤 물감으로 오방색 프리즘을 만들어 낸 달항아리 그림들은 이 작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하고 있다. 순백토로 만들고 투명한 백자유를 발라 더 아름다운 빙렬의 실금이 미덕인 달항아리의 형상을 그리면서, 표면의 숨은 빙렬보다는 스테인드글라스만큼 쨍한 빛깔로 표현에 더 주력한 것은 이 작가의 오리지널리티가 되었다. 파격에 가깝고 선명한 무늬들로 보이도록 굵직하게 바른 이 작가의 작품들은 도자유약이 내는 것보다 반짝이고 선명한 광택 덕분에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는 순간 이내 그림에 이끌리듯 그 앞에 서서 바라보고 흥미를 보이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를 많은 시간의 생각과 노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작가는 홍콩, 일본, 중국 등 국내외에서 개최된 29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아트페어,  270여회 의 그룹전 등에 참여했으며,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이사, 대구시초대작가, 한국전업작가회 대구부회장 등의 활동에도 열의를 보이며 관객들과의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도 꾸준히 전시 일정 이어져, 채색 변화 속에서 기도와 염원의 달항아리는 계속된다

올 초 주노아트갤러리에서의 개인초대전에서는 30점의 달항아리 그림을 소개하며, 이 작가는 같은 달항아리라도 도예를 병행했을 때와 도자 그림만을 그리는 지금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형상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망과 기도를 담는다는 의미로 나타내는 이 작가의 달항아리 연작 중, <길위에 서서(꿈)>은 그 꿈과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강렬한 염원을 색과 패턴의 숱한 중첩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 번의 붓질마다 매번 기도를 담아, 그림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소망과 염원이 모두 이뤄지기를 바라는 이 작가의 달항아리이기에, 대단히 화려한 초기 채색이나 보다 소박하며 무게감을 줄인 현재의 채색에서도 씨줄과 날줄처럼 생기 넘치는 꿈과 의욕이 반복하여 기운생동하고 있다. 덕분에 이 작가는 사업이나 가정의 가화만사성을 기원하는 남성들이 자신의 그림에 관심을 많이 보이며, 그림을 걸고 나서 좋은 일들이 많아졌다는 재밌는 말이 많아 그림을 구상하는 손끝에 더욱 힘이 실린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그림으로 꿈을 실현한다는 희망과 즐거움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려도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토록 사랑을 받게 된 것에는, 항아리의 패턴 하나하나를 표현할 때마다 색과 선을 향해 보낸 기도와 염원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작가는 "길고 외로운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꿈을 꾸며, 또 이루며 우리 모두 살아가길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작가는 오는 6월 말 개최되는 서울조형아트페어에 이어 대구국제페어 등 여러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내년엔 30회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해도 그르침이 없는 자연스러운 감상이야말로 자신의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비결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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