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단순히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삶과 관계, 행동의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에게는 특별한 책임이 따른다. YR건축은 대지와 예산, 주변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을 피하기보다 이를 공간의 정체성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인다.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해답을 찾아가는 YR건축의 작업에는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 건축을 계속하게 하는 이유
YR건축 양중식, 류정연 대표가 건축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것은 한 건축주의 말에서였다. ‘단암丹巖_붉은바위’(베이커리 카페+단독주택) 프로젝트를 마친 뒤 건축주는 “집을 새로 짓고 나서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예 달라졌다”고 전했다. 건축가가 고민하고 만들어낸 공간이 한 가족의 생활뿐 아니라 서로의 관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건축이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와 가능성을 동시에 일깨웠다.
이러한 경험은 YR건축이 추구하는 건축의 방향으로 이어졌다. YR건축은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스케치 한 줄, 마감재 하나에도 ‘왜 이 공간에 이것이 필요한가’라는 명확한 이유를 담고자 한다. 건축가의 미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건축주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대신, 건축가와 건축주가 하나의 공간을 함께 완성하는 수평적인 파트너가 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 역시 새로움이나 화려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지와 주변 환경의 결을 이해하고 그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맥락을 세밀하게 읽어낸 뒤, 새로운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재료의 물성과 빛, 정교한 디테일이 더해져 사람에게 안정감과 긍정적인 감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좋은 공간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와 함께 깊어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불리한 조건을 가장 강력한 디자인으로
YR건축의 작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협소한 대지와 경사지, 법적인 제한, 부족한 예산을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장소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디자인을 끌어내는 ‘디자인 트리거’로 활용한다.
영종도의 ‘우동집 모리’는 이러한 접근을 잘 보여준다. 고물상과 철물점이 인접해 외부 조망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지였지만, 건물 주변에 가벽을 두어 복잡한 시선을 차단하고 그 사이에 새로운 마당과 하늘을 만들었다. 내부에는 더블하이트 오픈 주방을 배치해 빛과 시선을 중심부로 끌어들이며 외부의 불리한 조건을 오히려 차분한 공간 경험으로 전환했다.
‘성수 트라이앵글’ 역시 주변을 대형 건축물에 둘러싸인 좁은 필지에서 출발했다. YR건축은 막혀 있는 방향보다 북측 중랑천과 대로를 향해 열린 가능성에 집중했다. 북서측 입면에 커튼월과 삼각 브레이싱 패턴을 적용해 작은 사옥의 수직적인 존재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프레임 너머로 중랑천의 계절 변화와 빛을 경험하도록 했다.
리모델링에서도 기존 건축물의 흔적을 무조건 지우지 않는다. 시간의 결을 남겨두면서 새로운 재료와 프로그램을 겹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한다. YR건축에게 리모델링은 낡은 것을 새것처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와 새로운 삶의 방식이 만나 또 하나의 시간적 레이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변하지 않는 본질 위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축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양 대표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시선’을 강조한다. 중력과 태양의 움직임, 인간의 신체와 감각, 재료의 물성과 같은 건축의 근본적인 조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기후와 도시환경, 기술, 라이프스타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건축가는 변하지 않는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과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AI와 디지털 설계 기술의 발전 역시 건축가의 역할을 없애기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 것이라 바라본다. 데이터에 따른 공간의 최적화는 기술이 빠르게 대신할 수 있지만, 클라이언트조차 표현하지 못한 삶의 요구를 발견하고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공간으로 번역하는 것은 여전히 건축가의 몫이다. 빛이 재료에 닿았을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목재·돌이 주는 감각, 작은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선택하는 것 역시 인간의 섬세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YR건축은 특정한 규모나 유형의 프로젝트보다 자신들을 찾아오는 각각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대지의 맥락과 빛, 재료, 사람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며 일상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언젠가는 거창한 형식보다 건축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친숙한 건축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제약을 한계가 아닌 가능성으로 바꾸는 YR건축의 작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또 다른 공간이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