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시코, 교역을 넘어 미래산업 파트너로…경제·AI·공급망 협력의 새 지평
한·멕시코, 교역을 넘어 미래산업 파트너로…경제·AI·공급망 협력의 새 지평
  • 월간 인터뷰(INTERVIEW)
  • 승인 2026.09.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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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타결…교역·투자 확대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AI·항공우주·방산으로 넓어진 협력 지평, ‘플랜 멕시코’와 한국 전략산업 연결
K-컬처에서 치안·농업·개발협력까지…중남미 핵심 파트너십 전방위 확장

한국과 멕시코의 협력 지형이 한층 넓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교역과 투자를 넘어 AI·디지털, 항공우주, 방산, 공급망, 문화·교육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특히 7년간 이어져 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이 최종 타결됐고, 양국 수출입은행 간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도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은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하며 향후 협력의 청사진도 구체화했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지정학적·경제적 요충지 멕시코와 한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이 접점을 넓히면서, 이번 국빈방문은 양국 관계를 미래산업과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협력 관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7년 협상 마침표…기업 활동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 넓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 공식 일정은 현지시간 9월 24일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에 위치한 애국영웅탑 헌화로 시작됐다. 이후 대통령궁인 ‘팔라시오 나시오날’로 이동해 셰인바움 대통령이 주최한 공식환영식에 참석했으며, 양 정상은 소인수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정상회담 이후에는 경제·금융·교육·문화·관광·개발·세관 등 7개 분야의 협력 문건이 양 정상 임석 아래 교환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핵심 성과로 꼽히는 것은 7년간 이어져 온 한·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의 최종 타결이다. 개정 문안에는 투자유치국의 정당한 규제 권한을 반영하는 동시에 투자자의 권리 보호와 분쟁해결 절차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페이퍼컴퍼니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하고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투자자금 이전을 보장하는 등 기존 협정 체결 이후 변화한 국제투자 규범도 반영됐다. 다만 개정 협정은 향후 서명과 국내 절차, 국회 비준동의 등을 거쳐야 발효된다.

금융 측면에서도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할 장치가 마련됐다. 양국 수출입은행은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ICT와 바이오,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서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멕시코 기업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추진된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불법 통관 물품 정보 공유 활성화 등 기업 활동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협력도 병행한다.

양국은 보다 폭넓은 무역·투자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이익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히 교역 규모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금융·통관·지식재산권·공급망의 제도적 기반을 함께 정비하겠다는 접근이다.

에너지 공급망 역시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양 정상은 지난 5월 정상 간 통화 이후 한국 기업이 멕시코산 원유 1,300만 배럴을 추가 확보한 점을 평가하고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멕시코와의 관계를 교역시장뿐 아니라 에너지·자원 공급망 파트너십의 관점에서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AI·우주·방산으로 확장…‘미래산업 동맹’의 접점을 찾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양국 협력의 무게중심이 미래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전략산업과 셰인바움 정부의 경제발전 구상인 ‘플랜 멕시코(Plan Mexico)’를 연결해 AI·디지털, 항공우주, 방산 등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양국 경제협력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언급하며 플랜 멕시코 추진 과정에서 한국이 협력할 뜻을 밝혔다.

특히 양국은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AI 협력선언을 채택했다. AI의 혜택이 특정 국가나 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폭넓게 공유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APEC 차원의 AI 협력에서도 양국 간 공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AI가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산업협력과 국제규범 논의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별도의 협력 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의 범위를 넓힌다. 완성 항공기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정비, 공급망 참여, 금융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포괄하는 협력체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멕시코의 군 현대화 과정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제품 수출보다 현지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장기적인 산업협력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제계와의 연결도 강화됐다. 양 정상은 대통령궁에서 기업인 간담회를 공동 주재했다. 한국 측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을 포함한 기업인들이 참석했으며, 양국 정부 고위 인사 등을 포함해 30여 명이 자리했다. 공급망 변화와 투자 확대,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장이었다.

K-컬처에서 민생 협력까지…‘사람과 산업’ 함께 잇는다

경제와 첨단산업만큼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분야는 문화와 인적 교류다. K-Pop과 K-푸드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멕시코 현지의 관심을 일시적인 소비 현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문화교류의 기반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양국은 멕시코시티에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K-컬처센터’ 설립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K-Pop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멕시코를 중남미 한류 확산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이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공동 창작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도 추진한다.

미래세대의 교류를 위한 교육협력도 구체화한다. 양국은 정부 간 장학 프로그램 신설을 논의하고 교육당국 간 실무그룹을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가 간 협력이 정부와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청년과 학생의 인적 네트워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협력의 외연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로도 확대됐다. 양국은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 등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치안당국 간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농기계와 비료를 비롯한 농업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반부패와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과제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국제개발협력에서는 중미·카리브 지역 등을 대상으로 양국의 경험과 역량을 결합하는 삼각협력 사업을 모색한다.

이번 국빈방문의 의미는 개별 협약의 숫자보다 협력의 구조가 얼마나 실제 사업과 교류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투자보장협정 개정부터 전대금융, AI·우주·방산, 문화와 교육, 치안과 개발협력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마련한 의제는 광범위하다. 양국은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토대로 각급 협의체를 운영하고 경제공동위원회를 매년 개최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멕시코의 산업·시장 기반과 한국의 제조업·첨단기술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 이제 관심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청사진의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외교적 선언을 넘어 기업의 투자와 수출, 공동 연구와 인재 교류로 연결될 때 이번 국빈방문의 실질적인 성과 역시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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