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상상을 가장 정교하게 현실로 빚다··· 리세팅으로 기억을 잇고, 기술로 감동을 완성하는 코넬라
고객의 상상을 가장 정교하게 현실로 빚다··· 리세팅으로 기억을 잇고, 기술로 감동을 완성하는 코넬라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6.08.11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넬라주얼리 주현수, 황유빈 대표
▲ (사진 왼쪽부터) 코넬라주얼리 주현수, 황유빈 대표

주얼리는 작지만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은 결코 작지 않다. 결혼의 설렘과 가족의 기억, 오래된 약속까지 한 점의 주얼리에는 삶의 중요한 장면들이 응축돼 있다. 코넬라(CORNELLA)는 그 기억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래돼 착용하지 않던 귀금속을 지금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작품으로 되살리고, 고객의 막연한 상상을 실제 형태로 구현한다. 이곳에서 리세팅은 낡은 주얼리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작업이다.

2015년 출발한 코넬라는 상담과 디자인, 세공과 제작을 한 공간에서 완성하는 독립 주얼리 브랜드다. 소매와 마케팅, 제조 현장을 두루 경험한 주현수 대표와 주얼리를 전공한 전문 디자이너가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해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정해진 제품을 권하기보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만을 위한 단 하나의 형태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 코넬라의 본질이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은 금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주현수 대표가 귀금속 업계에서 오랫동안 느껴온 아쉬움은 시장의 획일성이었다. 본래 주얼리는 개인의 취향과 사연이 강하게 반영되는 물건이지만, 기존 시장은 대량생산된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판매 공간과 제조 현장도 분리돼 있어 고객의 섬세한 요구가 제작자에게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웠다.

주 대표는 이 간극을 줄이고 싶었다. “고객 한 분 한 분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싶었습니다. 고객의 이야기가 그대로 형태가 되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코넬라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코넬라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해 종로와 압구정을 거쳐 현재의 청담 공간에 자리 잡았다. 규모는 달라졌지만 고객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직접 제작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브랜드명에도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Cor’는 놀라움과 기쁨을 나타내는 영국식 고전 감탄사이며, ‘nella’는 ‘안에서’ 또는 ‘어떤 방향을 향해’라는 의미를 지닌 이탈리아어 표현에서 가져왔다. 서로 다른 언어를 결합한 이름에는 경계를 허물고, 코넬라 안에서 기쁨과 감동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리세팅이다. 처음에는 기존 귀금속을 활용해 고객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며 그 의미는 훨씬 깊어졌다.

고객이 가져온 것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다. 30년 전 결혼반지, 부모에게 물려받은 예물, 이제는 곁에 없는 가족이 남긴 유품이었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은 금의 환금성이 아니라, 미처 꺼내지 못했던 기억이었다.

특히 한 고객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품 반지 하나를 가져왔다. 코넬라는 이를 활용해 어머니를 위한 반지와 목걸이, 세 딸을 위한 반지 세 점 등 총 다섯 점의 주얼리를 완성했다. 하나의 반지가 가족 모두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주 대표는 리세팅을 “단절된 시간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라고 설명한다. 형태를 바꾸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사연을 훼손하지 않는 태도다. 코넬라에게 리세팅은 과거를 지우는 작업이 아니라 기억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고객의 언어를 예술과 기술의 문법으로 번역하다

코넬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매장과 자체 공방이 한 공간에 있다는 점이다. 전문 디자이너인 아내가 고객 상담과 디자인 설계를 주도하고, 주현수 대표가 세공사로서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한다. 한 사람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물성을 설계한다.

주얼리 상담을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완성된 디자인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특별했으면 좋겠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웠으면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요구가 많다. 코넬라의 역할은 이를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데 있다.

고객의 취향과 사연을 듣고, 착용 가능성과 내구성, 금속과 보석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을 구체화한다.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단순히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 어려운지 설명하고, 본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찾는다.

제작이 시작된 뒤에도 소통은 계속된다. 중간 작업 과정을 고객에게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상담을 진행한다. 고객은 완성품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가 된다.

“기술만으로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고객의 언어를 정확히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맞춤 주얼리는 뛰어난 손기술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고객이 말한 문장과 말하지 못한 마음 사이를 읽는 감각, 그것을 구조와 비례, 보석과 금속의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넬라에게 상담은 판매 전 단계가 아니라 디자인의 첫 번째 공정이다.

명품이 닿지 못하는 곳, 코넬라의 유연함이 빛나다

코넬라는 특정한 대표 디자인을 반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내가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인식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코넬라 하면 특정한 반지보다, 내가 원하는 모든 형태를 실현해주는 브랜드라는 믿음이 남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유연함은 단순한 맞춤 응대가 아니다. 명품 브랜드나 대량생산 시스템이 효율성을 이유로 선택하지 않는 까다로운 작업을 기술적으로 완성해내는 역량이다. 고객 한 사람을 위해 매번 다른 설계를 하고, 보석 하나에 맞춰 세팅 구조를 새로 만드는 비효율까지 감수한다.

특수컷 다이아몬드는 코넬라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팬시컷 다이아몬드는 높이와 두께, 각도와 비율이 원석마다 달라 매번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코넬라는 이 까다로운 작업을 자신들만의 디자인 영역으로 받아들인다.

천연 유색보석을 다룰 때는 ‘보석이 주인공이 되는 설계’를 중시한다. 디자인이 지나치게 화려해 보석의 빛을 가리지 않도록 여백과 조형의 균형을 조절한다. 절제는 때로 가장 고난도의 화려함이다.

신제품을 기획할 때도 시각적 독창성만을 좇지 않는다. 주 대표는 오랫동안 리세팅 작업을 하며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20~30년 전 제작된 반지들은 대부분 당시 유행하던 디자인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유행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코넬라는 유행을 소비하는 디자인보다 시간이 흘러도 완성도가 인정받는 주얼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장인의 디테일은 유행이 지나도 가치가 남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드로우픽셀'을 비롯한 특허·디자인 등록 제품과 서로 다른 금속의 색을 경계 없이 이어낸 그라데이션 기법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탄생했다. 코넬라는 완성된 모든 주얼리 안쪽에 브랜드 로고를 정성스럽게 새겨 넣는다. 언젠가 다음 세대로 전해질 때에도 '잘 만든 작품'이라는 신뢰를 증명하는 작은 서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넬라에게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가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시간이 만들어낸 가치를 가장 정교하게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효율을 포기한 자리에 독창성이 남고, 속도를 늦춘 만큼 완성도는 깊어진다

EBS '극한직업' 방송 이후 리세팅 문의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제작 대기 기간이 최장 6개월까지 길어진 적도 있다. 미국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후기가 알려지면서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주얼리를 맡기는 해외 고객도 생겼다.

확장을 위한 가맹사업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코넬라의 핵심은 상담자의 해석과 디자이너의 감각, 세공사의 숙련도가 긴밀하게 맞물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본질을 희석하기보다,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코넬라의 목표는 명확하다. 고객에게 ‘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주얼리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이다. 유행을 좇기보다 고객의 목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이고, 시간이 흘러도 고객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브랜드로 남고자 한다.

금속은 녹일 수 있지만 그 안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섬세한 손과 깊은 이해를 만나면 기억은 이전보다 더 단단한 형태를 얻는다. 코넬라는 오늘도 보석을 세팅하는 동시에 한 사람의 시간을 세팅한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속에만 머물던 상상을, 오래도록 손끝에 남을 현실로 빚어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