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공정을 읽어 산업의 ‘눈’을 다시 설계한다
빛으로 공정을 읽어 산업의 ‘눈’을 다시 설계한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6.04.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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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활용한 초정밀 계측 솔루션
▲ 위브 주성빈 대표
▲ 위브 주성빈 대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미세 공정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나노 단위의 오차가 수율을 좌우하는 시대, 제조 현장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광학 계측이라는 본질적 영역에 집중하며 기술의 중심을 다시 정의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빛을 활용한 초정밀 계측 솔루션으로 산업의 기준을 새롭게 쓰고 있는 위브(WEVE), 그 중심에는 주성빈 대표가 있다.

그는 화려한 기술 담론보다 ‘기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확도와 재현성, 그리고 신뢰. 계측 장비가 갖춰야 할 가장 근원적인 가치에 집요하게 천착하며, 위브는 지금 글로벌 시장을 향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계측의 본질로 돌아가다, 광학 기술에 대한 집요한 몰입

주성빈 대표의 여정은 거창한 전환점보다는, 한 가지 흥미에서 시작됐다. 학생 시절 처음 접한 ‘빛을 이용한 진단’이라는 분야는 그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았고, 그 관심은 오랜 시간 축적되며 결국 평생의 업으로 이어졌다.

오랜 기간 광학이라는 단일 분야에 집중해온 그는 기술적 확신이 쌓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비로소 창업을 결심했다. 특히 중요한 전환점은 ‘팀’이었다. 개인의 기술을 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들이 모이면서 기술이 산업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위브는 그렇게, 기술이 아닌 ‘의미’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그가 바라보는 산업 현장의 핵심은 명확하다. 모든 공정의 시작과 끝에는 계측이 존재하며, 그것이 곧 품질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특히 광학 기반 계측은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실시간 고속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점점 더 정밀해지는 제조 환경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 LED 검사, 속도와 정밀도의 경계를 넘다

위브의 기술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마이크로 LED 검사 솔루션이다. 마이크로 단위의 LED가 수천만 개 이상 집적된 웨이퍼를 대상으로, 각각의 소자를 개별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 영역은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동시에 요구하는 난제다.

위브는 이 문제를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 번의 측정만으로 LED의 외형, 발광 강도, 발광 패턴, 색 정보까지 동시에 분석하는 광학 설계를 구현하며 기존의 분절된 검사 방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냈다. 특히 Epi 웨이퍼부터 CoW, CoC 공정까지 전 단계에 적용 가능한 유연성은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효율성이다. 기존 장비와 유사한 시간 내에 수십에서 수백 배 이상의 해상도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RGB가 동시에 실장된 시료 역시 단 한 번의 스캔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공정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수준의 혁신이다.

하지만 기술의 완성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도 측정의 재현성을 확보해야 했고, 노이즈를 최소화하며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는 안정성을 구현해야 했다. 물리적 한계와 소프트웨어적 복잡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위브는 기술과 구조를 동시에 설계해냈다.

라만 분광기, ‘정확도’라는 가장 단순한 답

위브의 또 다른 축은 라만 분광기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위브는 가격이나 속도가 아닌 ‘정확도’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주 대표는 계측기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사용자가 측정 결과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장비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브는 장비 내부에 표준 광원과 표준 시료를 내장해, 환경 변화에 따른 오차를 스스로 보정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계측의 신뢰 구조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위브의 라만 분광기는 연구소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점차 선택받기 시작했으며, 향후 제약·바이오 공정과 같은 실시간 품질 관리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특히 비파괴 방식으로 성분 분석과 함량 측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공정 중단 없이 품질을 관리해야 하는 산업 환경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위브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PAT(공정 분석 기술) 영역까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First Mover’를 향한 조용한 확신

글로벌 계측 장비 시장은 여전히 해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성빈 대표는 조급함보다 방향성을 선택했다. 화려한 기능 경쟁이 아닌, 계측의 기본 가치에 대한 집요한 축적이 결국 신뢰를 만든다는 믿음이다.

위브는 향후 3년 내 라만 분광기 분야에서 글로벌 Top 3 진입을 목표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마이크로 LED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시점에 맞춰, 표준 장비로 자리 잡기 위한 선제적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시선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을 넘어선다. 대한민국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장비 분야에서는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기업이 부족하다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위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이 분야만큼은 위브가 가장 잘한다’는 신뢰를 세계 시장에서 얻는 것.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로서, 차세대 산업의 기준을 스스로 정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위브는 그 빛으로 산업의 본질을 다시 읽어내고 있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정확함을, 속도의 경쟁보다 신뢰를 선택한 이들의 여정은 오히려 더 선명한 방향성을 갖는다.

정밀함이라는 가장 단단한 언어로, 위브는 지금 산업의 미래를 조용히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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