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결과가 아니라 삶의 과정이다
건축은 결과가 아니라 삶의 과정이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6.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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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설계하는 사람’ 페이지건축사사무소 김종태 소장
페이지건축사사무소 김종태 소장
페이지건축사사무소 김종태 소장

건축은 흔히 완성된 형태로 평가된다. 그러나 페이지건축사 김종태 소장은 건축을 결과물이 아닌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페이지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에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다. 건축주 한 사람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본다면, 건축은 그 안에 기록되는 하나의 페이지라는 생각이다. 김종태 소장은 그 페이지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건축주가 스스로 의미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드는 건축가다.

삶의 이야기를 담는 설계사무소
페이지건축사사무소는 개소 3년 차의 젊은 사무소로 김 소장은 화려한 성과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의미에 맞춰져 있다. ‘스타일’보다 ‘이야기’를 먼저 말하는 김 소장이 추구하는 건축 스타일은 명확하다. 김 소장에게 건축은 형태를 확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용자가 공간의 의미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
“비어 있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사용자가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항상 ‘왜 이 공간이어야 하는지’를 건축주와 함께 고민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형태로 이어진다. 불필요한 장식보다, 의도와 의미가 분명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김 소장은 모든 디자인에는 반드시 설명 가능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이야기’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작가 마인드의 건축가가 아니라, 그냥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과 공간 사이의 의미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페이지건축사사무소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제주도에 있다. 어머니가 운영할 카페를 짓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김 소장을 제주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로 그는 현장에 직접 상주하며 1년 가까이 건물의 탄생 과정을 지켜봤다.
“중간에 시공 문제도 있었고, 결국 제가 직접 내려가서 1년 가까이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카페 속솜’이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김 소장에게 단순한 작업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건물이 지어지는 전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는 건축주의 마음과 현장의 현실을 동시에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지건축사사무소의 ‘성과 1호’이자, 건축가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전환점이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더욱 개인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이 숙소 건축을 의뢰하며 다시 이어진 인연. 그래서 김 소장은 “건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관계”라고 말한다. 김 소장에게 이 프로젝트는 사업적 성과라기보다 인생의 성과에 가까운 작업이다.

소통은 방법이 아니라 태도다
김종태 소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통’이다. 미팅에서 건축주를 설득하기보다, 먼저 파악하려 한다. 대신 초기 단계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각 안에 담긴 의도를 충분히 설명한다. 건축주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현장 단계에서는 디자인과 예산, 현실 사이의 균형을 함께 검토하며 끝까지 대화를 이어간다.
“모든 건축주가 의미나 스토리를 원하시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분들께 억지로 제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1인 사무소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 역시 ‘사람’이었다. 건축주와의 관계, 경계를 지키지 못했던 경험, 감정적으로 소모됐던 관계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기술과 감각을 스스로 훈련하게 됐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도면과 현장 사이의 괴리다. 아무리 공들여 설계해도, 비용과 공정 문제로 구현되지 못하는 순간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아직도 답을 찾는 중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현장과 도면 사이의 괴리 역시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아무리 공들여 설계해도 비용과 공정 문제로 구현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건축가는 늘 타협과 설득 사이에 놓인다.

건축사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
김종태 소장은 스스로를 ‘거창한 목표를 가진 건축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숙소를 운영하고, 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사는 그가 가진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김 소장은 모두가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에는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조형성이 건축의 전부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은 감각적인 디자이너라기보다, 사람과 공간을 읽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데 강점이 있는 건축사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김 소장이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사람이 공간 안에서 조금 더 편안해지고, 건물을 짓는 과정 자체가 삶의 긍정적인 경험이 되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에 작지만 분명한 기여를 하는 것이다.
“건물 짓는 게 누군가의 꿈이라면, 저는 제가 가진 도구로 그 꿈을 조금 더 잘 작동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주라는 장소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제주가 가진 건축적 자원과 가능성에 비해, 그것을 엮어내는 스토리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건축 하나하나가 도시의 풍경과 문화를 만들고 있는데, 그걸 연결해서 이야기해주는 구조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김 소장은 ‘잘 보이는 건축’보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오래 작동하는 건축을 선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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