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문제가 있는 사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상담은 이제 일상적인 자기 돌봄의 한 방식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스며든 것은 아니다. 제주처럼 관계망이 촘촘한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상담실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제주에 문을 연 아꼬운심리상담센터는 상담의 사회적 거리부터 좁히는 데서 출발한다. 센터 이름인 ‘아꼬운’은 제주 방언으로 아깝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뜻을 지닌 말로 이곳은 사람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상담을 시작한다.
제주 방언에서 출발한 철학, 사람을 중심에 두다
아꼬운심리상담센터는 유다솜·김옥진·박종현, 세 명의 센터장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두 명은 제주 출신이고, 한 명은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왔다. 이 구성은 우연이지만, 결과적으로 센터의 중요한 특징이 됐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정서적 맥락과 제주로 들어온 이주자의 시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담 현장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든다. 토박이와 이주민, 아동과 성인, 개인과 집단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다.
아꼬운심리상담센터 측은 “어디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담실을 넘어 학교와 지역으로…심리극으로 문턱을 낮추다
아꼬운심리상담센터의 기본 프로그램은 개인상담이다. 정서적 어려움부터 관계의 갈등, 삶의 전환기에서 마주하는 혼란까지, 내담자가 안고 온 문제를 1대1 상담을 통해 차분히 마주한다. 마음의 상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 그치기보다, 각자의 속도에 맞춰 감정을 살피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이 센터의 활동은 상담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와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사회성 향상, 관계 형성, 회복탄력성 강화, 학교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학급 단위에서 진행된다. 정해진 답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들과 함께 ‘지금 이 집단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방향을 찾아간다.
센터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은 ‘심리극’이다. 즉흥극 형식의 집단 심리치료로, 참여자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재현하며 감정과 관계를 몸으로 경험한다. 아꼬운심리상담센터는 이 심리극을 유료가 아닌 개방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다. 센터 측은 “상담에 대한 경험의 시작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상담이 특별하거나 무거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센터를 이끄는 세 명의 센터장은 모두 비교적 젊은 세대다. 이로 인해 성인 내담자들로부터 “삶의 무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상담의 신뢰는 연령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판단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함께 고민하는 시간. 아꼬운심리상담센터는 그 과정을 통해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오늘도 상담실과 학교, 지역 현장에서 조용히 실천되고 있다.
‘상담은요, 그렇게 무섭지 않아요’
제주에서 상담을 운영하며 가장 크게 느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적 시선이다.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조심스럽고, 괜히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 분위기는 아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아꼬운심리상담센터는 상담을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으로 만들고자 한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마음이 힘들면 잠시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센터 문을 열어두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말하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작은 행동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상담 이전에, 이곳은 먼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택했다.
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상담의 문턱을 낮추며 다가간 결과 분명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오기 싫다던 아이가 자연스럽게 센터에 들어오게 되는 변화, 규칙을 지키지 못하던 아이가 자리에 앉아 있는 순간,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그런 찰나의 장면. 이들은 이를 ‘작은 변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아꼬운’사람이 스스로를 아꼽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
제주에서 시작해 제주답게 확장하다
아꼬운심리상담센터의 계획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다. 제주는 육지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이자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제주가 가진 고유한 문화와 관계의 결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며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아꼬운심리상담센터장들의 일괄된 얘기다. 이러한 제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더 넓은 지역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금의 마음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모든 사람의 아꼬운 부분을 바라보며 이익보다 필요를 먼저 묻는 태도, 그리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움직이려는 자세다.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관계를 존중하고 돌보는 태도를 끝까지 간직하며 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희 아꼬운심리상담센터가 나아가는 방향이자,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제주 한편에서, 상담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