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건축을 짓고 싶다”
“제주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건축을 짓고 싶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6.02.1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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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사람의 생활을 설계하는 김한별 건축사
김공간건축사사무소 김한별 건축사
김공간건축사사무소 김한별 건축사

제주도에는 자연이 만든 스케일이 있다. 김공간건축사사무소 김한별 건축사는 그 스케일 앞에서 건축은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2년 제주에 사무소를 연 그는 지난 14년간 줄곧 제주에서 생활하며 이 섬의 풍경과 건축을 몸으로 익혀왔다.
김 건축사는 학부 시절 서울에서 건축을 공부했지만, 군 복무 시절 ‘서울을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강원과 제주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선택한 곳이 제주였다.
“당시 제주도는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고 문화적으로도 뭔가 생겨나던 시기였어요. 막연한 호기심으로 내려왔는데,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저와 잘 맞아서 결국 정착하게 됐죠.”
2012년, 제주 건축 붐이 한창이던 시기 그는 아주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작은 사무소였기 때문에 오히려 혼자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압축된 시기에 정말 많은 일을 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형태를 강요하지 않는다”
건축주와의 교감이 만든 12평의 건축
김한별 건축사 대표작으로 꼽히는 프로젝트는 놀랍게도 12평짜리 작은 작업실이다. 은퇴한 교사 부부를 위한 이 건물은 제주에 머무는 동안 최소한의 생활만을 담아낸 소규모 공간이다.
“가장 중요했던 건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이곳의 환경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느꼈거든요. 저는 제주도의 밭이 최고의 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풍경들을 넓게 볼 수 있는 그런 주택을 계획하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투박하게 갈아놓은 밭, 배추가 심긴 풍경 자체가 건축의 배경이 됐다. 지붕 역시 제주에서 오래 사용돼 온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지만, 이질감 없는 모습을 지향했다. 내부에서는 돌담과 작은 집, 나무와 밭이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지도록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했던 이유는 건축주와의 깊은 교감에 있었다.
“제가 제안한 디자인에 단 한 번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고, 준공 후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꿈꾸던 건축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건축사는 스스로를 “해달라는 대로 다 하는 건축가”라고 말한다.
“사용하는 사람이 건축 그 형태나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공간은 전혀 다르게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형태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공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는 보통 2~3개의 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100% 충실하게 건축주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안, 하나는 건축가로서 가장 하고 싶은 안,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사이의 절충안이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게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로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그에게는 과정의 일부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건축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건축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 어려움까지도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 겪는 문제들도 제가 꿈꿨던 길 위에 있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제주라는 풍경을 닮은 건축을 만들어 가다
초기 김한별 건축사의 작업에는 학교에서 배운 현대건축의 영향이 짙게 드러났다. 안도 다다오, 렘 콜하스, 피터 줌터, 자하 하디드 등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고, 아내와 함께 1년간 건축 여행을 다니며 실제 건축을 보고 스케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 김한별 건축사가 추구하는 건축의 방향은 분명히 달라졌다. 지금의 김한별 건축사에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제주 그 자체다.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미술관이나 유명 건축물이 아니라, 중산간 목초지의 축사와 해안도로의 양식장, 비닐하우스처럼 크고 소박하며 거칠게 지어진 제주 특유의 건축물들이다.
“어느 순간 저런 건물들이 미술관이 되면 어떨까, 집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거장들의 작품을 거의 보지 않게 됐습니다.”
김한별 건축사의 목표는 단순하다. 좋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현재, 그는 제주가 지닌 자연환경과 오랜 건축적 유산을 잇는 작업을 ‘좋은 건축’으로 정의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역과 맥락을 넘어 아름다운 건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가장 원초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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