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소양증부터 만성 가려움까지, 공통 원인은 ‘땀구멍 기능 이상
노인성 소양증부터 만성 가려움까지, 공통 원인은 ‘땀구멍 기능 이상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6.02.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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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밤만 되면 가려울까? 해답은 ‘피부 체온조절 기능’”
나헌식 한의원 나헌식 원장
나헌식 한의원 나헌식 원장

피부질환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특히 저녁이 되면 가려움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여겼던 증상이 반복되면서 수면장애와 만성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40년 가까이 피부질환을 치료해온 한의학박사 나헌식 원장은 “가려움증은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피부 기능 저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핵심 원인으로 체온조절 기능 이상을 지목한다.
우리 몸에서 발생한 열은 땀구멍을 통해 수분이나 기화열 형태로 배출되며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기능이 떨어지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피부 내측에 머물게 된다. 이때 피부는 건조해지고, 내부에 남은 열이 땀구멍을 자극하면서 따가움과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나 원장은 “열이 배출되지 못할수록 히스타민 분비가 증가해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녁이 되면 기초 체온이 올라가고, 기압이 떨어지면서 땀구멍은 수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하루 동안 축적된 체열이 더해지면, 피부 안쪽에 머문 열의 자극이 커지면서 밤에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땀구멍이 닫히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가려움증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열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해 냉찜질이나 차가운 샤워로 증상을 완화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오히려 땀구멍을 더 수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나 원장은 “열을 식히기 위해 냉자극을 주면 땀구멍이 닫히고, 피부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즉, 열 자체를 없애는 접근이 아니라, 열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치료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이열치열’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피부 속에 정체된 열이 땀구멍을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땀구멍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반신욕이나 유산소 운동을 통해 땀을 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땀구멍이 열리면서 열이 배출될 통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열이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열을 식히거나, 가렵다고 해서 냉각 위주의 처치를 반복하면 오히려 피부 기능 저하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완화제일 뿐, 근본 치료는 아니다
피부과에서 가려움증 환자에게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은 항히스타민제다.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해 일시적으로 가려움 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 원장은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을 누르는 약이지, 땀구멍 기능이나 체온조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은 아니다”고 말한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덜 가렵지만, 중단하면 다시 가려움증이 반복되는 이유다. 특히 수년간 가려움증으로 고생한 만성 환자들은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 원장은 원인과 자극을 구분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증상이라고 강조한다. 
가려움증이 생기면 음식 때문이라고 생각해 특정 음식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는 “음식은 가려움증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음식만 제한하면 오히려 체력과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모든 음식을 섭취하면서 피부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가 병행돼야 근본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노인성 소양증 역시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병이므로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나 원장은 “체온조절 기능을 정상화해주면 노인성 소양증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체질 진단을 바탕으로 피부 기능을 회복시키는 한약 치료를 통해 땀구멍이 정상적으로 열리고, 열이 원활히 배출되도록 돕는 것이 치료의 방향이다. 그는 “항히스타민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피부 기능을 개선해주는 치료를 병행하면 근본적인 치료도 가능하다”며 “오랜 기간 가려움증으로 고생한 환자일수록 치료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피부 속 기능 이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헌식 원장은 “왜 가려운지를 알면 치료는 결코 어렵지 않다”며 “원인을 바로잡으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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